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의 양대 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금 순환 속도가 올 상반기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면서 재고 회전율이 높아졌고 실적도 급반등하면서다. 15일 양사의 사업보고서(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두 회사의 상반기 기준 현금전환주기(CCC)는 작년 상반기, 그리고 작년 전체에 비해 크게 짧아졌다. CCC는 기업이 원재료를 구입해 제품을 제조한 뒤 이를 팔아 현금이 들어오는데까지 걸리는 기간을 말한다. CCC가 짧을수록 운전자본 소요액이 감소하고 차입의 필요성이 줄어든다. 즉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파악하는 지표 중 하나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기준 CCC는 92.23일로 작년말 101.95일보다 약 열흘 정도 줄었다. 작년 상반기에는 108.17일로 점차 개선되는 모습이다. 원자재를 구입해 제품을 생산하고 이 제품을 팔아 번 돈이 다시 회사로 들어오는 기간이 작년에는 102일(작년 상반기 108일) 걸렸다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92일로 단축됐다는 이야기다. SK하이닉스의 개선 속도는 더 빠르다. 작년 상반기 280.72일에서 작년 연간 기준 205.89일로 줄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116.06일로 단축됐다. 작년 연간보다 90일 정도, 작년 상반기보다는 164일 정도 줄었다. 작년 상반기에 비해 올해 돈을 회수하는 기간이 거의 5달 이상 짧아진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가전, 전장 등 반도체 이외의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사업만 하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업황에 따른 CCC 변동성이 더 큰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HBM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이처럼 두 회사의 CCC 감소는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재고자산 회전이 빨라졌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CCC는 재고자산회전일수와 매출채권회전일수를 더한 것에서 매입채무 회전일수를 뺀 수치다. 즉 재고자산회전일수가 짧아지면 CCC 역시 단축되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재고자산회전일수가 작년말 73.17일에서 올 상반기 66.82일로 일주일 정도 줄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162.34일에서 84.64일로 절반 가량 짧아졌다.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전방산업의 투자 심리가 개선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늘었고, 이에 따라 재고자산 회전율이 좋아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전망에 대해 시각이 나뉘는 분위기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분위기가 좋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에 반도체 업황 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회복세를 이끌었던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테크 기업들의 투자를 계속 유인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반면 반도체 시장이 어쨌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패러다임이 넘어가고 있다는 점, 그리고 반도체 업체들이 점점 더 하락 사이클에 대비하는 유연성이 높아졌다는 점 등으로 회복세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DRAM 가격은 HBM 생산 증가로 인한 DDR5 제품 공급 감소가 이어지며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최근 미국 서버 OEM의 수요 증가 및 서버 시장에서의 DDR5 DRAM 채택 증가가 나타나며 DDR5 스팟 가격의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NAND는 AI 서버의 온기가 반영되며 QLC eSSD 중심의 재고 축적이 지속되고 있다"며 "2025년부터는 스마트폰용 UFS 스토리지 내 QLC 플래시 채택이 가격 인상에 기여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돈 도는 속도 빨라졌다…재고회전율도 개선

삼성전자, 상반기 현금전환주기 92일로 작년말보다 열흘 줄어
SK하이닉스, 116일로 작년말보다 세달 감소

백진엽 기자 승인 2024.08.15 10:53 의견 0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의 양대 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금 순환 속도가 올 상반기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면서 재고 회전율이 높아졌고 실적도 급반등하면서다.


15일 양사의 사업보고서(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두 회사의 상반기 기준 현금전환주기(CCC)는 작년 상반기, 그리고 작년 전체에 비해 크게 짧아졌다. CCC는 기업이 원재료를 구입해 제품을 제조한 뒤 이를 팔아 현금이 들어오는데까지 걸리는 기간을 말한다. CCC가 짧을수록 운전자본 소요액이 감소하고 차입의 필요성이 줄어든다. 즉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파악하는 지표 중 하나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기준 CCC는 92.23일로 작년말 101.95일보다 약 열흘 정도 줄었다. 작년 상반기에는 108.17일로 점차 개선되는 모습이다. 원자재를 구입해 제품을 생산하고 이 제품을 팔아 번 돈이 다시 회사로 들어오는 기간이 작년에는 102일(작년 상반기 108일) 걸렸다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92일로 단축됐다는 이야기다.

SK하이닉스의 개선 속도는 더 빠르다. 작년 상반기 280.72일에서 작년 연간 기준 205.89일로 줄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116.06일로 단축됐다. 작년 연간보다 90일 정도, 작년 상반기보다는 164일 정도 줄었다. 작년 상반기에 비해 올해 돈을 회수하는 기간이 거의 5달 이상 짧아진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가전, 전장 등 반도체 이외의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사업만 하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업황에 따른 CCC 변동성이 더 큰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HBM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이처럼 두 회사의 CCC 감소는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재고자산 회전이 빨라졌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CCC는 재고자산회전일수와 매출채권회전일수를 더한 것에서 매입채무 회전일수를 뺀 수치다. 즉 재고자산회전일수가 짧아지면 CCC 역시 단축되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재고자산회전일수가 작년말 73.17일에서 올 상반기 66.82일로 일주일 정도 줄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162.34일에서 84.64일로 절반 가량 짧아졌다.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전방산업의 투자 심리가 개선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늘었고, 이에 따라 재고자산 회전율이 좋아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전망에 대해 시각이 나뉘는 분위기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분위기가 좋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에 반도체 업황 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회복세를 이끌었던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테크 기업들의 투자를 계속 유인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반면 반도체 시장이 어쨌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패러다임이 넘어가고 있다는 점, 그리고 반도체 업체들이 점점 더 하락 사이클에 대비하는 유연성이 높아졌다는 점 등으로 회복세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DRAM 가격은 HBM 생산 증가로 인한 DDR5 제품 공급 감소가 이어지며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최근 미국 서버 OEM의 수요 증가 및 서버 시장에서의 DDR5 DRAM 채택 증가가 나타나며 DDR5 스팟 가격의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NAND는 AI 서버의 온기가 반영되며 QLC eSSD 중심의 재고 축적이 지속되고 있다"며 "2025년부터는 스마트폰용 UFS 스토리지 내 QLC 플래시 채택이 가격 인상에 기여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