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강하늘은 누구와 호흡해도 잘 맞을 스타일”이라고 말하는 공효진이야 말로 누구와 합을 맞춰도 기어코 ‘케미’를 이끌어내는 배우로 유명하다. 남배우들이 공효진을 ‘함께 연기하고 싶은 여배우’로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KBS2 ‘동백꽃 필 무렵’에서도 공효진은 다양한 인물과 부딪히면서 환상의 케미를 뽑아냈다.
특히 강하늘과는 연인의 분위기를 연출해야 했다. 혹자는 ‘나이 차이가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하지만 극에서 그 차이를 실감하긴 어려웠다. 공효진의 앳된 외모와 어리숙한 캐릭터 연출이 나이의 간극을 좁히도록 했다. 공효진은 유독 강하늘에게 ‘잔소리’를 많이 했다. 강하늘에게 “이제 조금 멋있어도 될 것 같다”는 말을 수도 없이 했다고.
“이런 씬에선 서울말씨도 쓰고 좀 멋진 느낌으로 가도 될 것 같다고 해도 하늘이는 ‘용식이가 갑자기 이러는 건 좀…’ 이런 반응이었어요. 철저히 자기가 계획했던 대로 연기하는 스타일이더라고요. 그런데 가끔 서울말씨 한 번 쓰면 시청자들 반응이 확 올라왔잖아요. 그렇게 한 번씩 해주면 좋은데 끝까지 자기가 처음 생각했던 그 모습대로만 하려고 하더라고요. 자꾸 애써 잘생김을 감추려고 하는 느낌이었어요”
공효진은 자신의 역할이 돋보일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로 아들인 필구를 꼽았다. 오히려 필구에게 힘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필구 역의 아역배우 김강훈은 어린 나이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을 울고 웃게 했다. 엄마 동백이를 지켜주는 든든한 아들이면서도 불완전한 가정환경 속에서 버텨내야 하는 어린 아이의 마음까지도 모두 포용했다.
“필구는 저에게 ‘곱등이 잡아주는 아들’이었잖아요. 저를 보호해주는 아들이라 제 역할이 더 연약해보였던 거 같아요. 도움을 많이 줬죠. 연기할 때도 필구의 눈물이나 호소에서 오는 힘이 굉장했어요. 필구가 처음으로 울면서 연기하는 씬이 있었는데 진짜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 역시나 잘하더라고요. 제가 복을 받았구나 싶었어요. 심지어 얘가 막판에는 힘을 빼고 연기를 하더라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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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과의 호흡이 빛날 수 있었던 건 공효진이 그동안 쌓아왔던 연기 내공 덕이다. 동백이의 캐릭터를 유지하면서도 상대 배우에 따라 달라지는 게 공효진이었다. 무조건 자신의 것만을 밀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상대 역의 성격과 특성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것이 그녀의 강점이었다. 앞서 다른 배우들의 대사를 거의 외우고 있는 것도 이런 관심에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
이런 내공 덕에 공효진은 드라마 흥행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고맙습니다’ ‘파스타’ ‘최고의 사랑’ ‘주군의 태양’ ‘괜찮아, 사랑이야’ ‘프로듀사’ ‘질투의 화신’ 등 이름만 말하면 생각나는 인기 드라마들의 주연 자리에 당당히 공효진의 이름이 올라 있다. 특히 공효진은 ‘로코’(로맨틱코미디) 장르에서 환영받는 배우다. 그만큼 눈물과 웃음 포인트를 잘 살려내기 때문이다.
“‘선’을 지키려고 하죠. 제가 작품에서 워낙 많이 우는데 그 밀당을 잘 하는 것 같아요. 궁상맞을 땐 처절할 정도로 몰아넣고 원상복귀 시키는 것에 단련되어 있는 것 같아요. 10년을 넘게 했는데 그 정도는…(웃음)”
이번 작품으로 공효진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입증해냈다. 누가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이를 보고 40대 여성이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여배우, 특히 로코에서의 여배우의 수명이 짧다고 말하지만 공효진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말이었다.
“이번에 느꼈어요. ‘아 괜찮은 거구나’하고요. 용식이가 2살 어린 설정이었는데 감독님이 실제 우리 두 사람의 나이차이 때문에 그렇게 걱정을 하셨어요. 나중엔 기분이 좀 나쁘려고 했을 정도라니까요?(웃음) 근데 끝나고 감독님이 ‘걱정한 거 진짜 미안해요’ ‘오히려 용식이가 더 (나이)들어보인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죠. 다음엔 몇 살 연하랑 연기를 해야 하나.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