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걸그룹 와썹 데뷔했으니 벌써 7년차다. ‘댄싱9’ 시즌2, ‘더 유닛’에 출연했다. 그러던 중에 그룹의 멤버 언니들이 회사와 결별하는 과정에서 생긴 법정 분쟁으로 팀이 관심을 모았다. 불편한 관심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4인조로 컴백했지만, 이내 그룹은 해체했다. 소속사를 옮기고 솔로로 데뷔한 나리(김나리)의 이야기다.
“7년차지만 다사다난했죠. 2013년 데뷔하고 3년 정도 활동한 후 쉬는데 그 기간에 멤버들과 회사가 소송을 하고, 다시 4인조로 나왔죠. 또 전 개별로 활동했고요. 그러다보니 제가 데뷔한 것은 2013년이지만, 실제 활동한 시기는 짧아요. 그래서 후배들이 인사할 때 민망하기도 하죠. 그래도 7년 했다고 방송국 PD님들이나 기자님들이 알아봐주시는 것은 감사하죠”
나리는 7명 멤버 중에서 나이로 정확하게 가운데 위치했다. 4인조로 재편할 때는 순식간에 큰언니가 됐다. 그래서 해체가 더더욱 가슴 아팠다. 4인조로 나올 때도 사실 큰 문제가 없었다. 회사의 크기와 상관없이 아이돌 그룹 내 멤버들의 탈퇴, 보강 혹은 재편 등의 상황은 얼마든지 일어났다. 와썹이라고 별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소속사 대표나 나리에게는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분위기는 그대로 4인조로 재편해 복귀할 때도 영향을 미쳤다.
리더가 된 나리가 팀을 이끌기에는 내외부적으로 이미 힘든 상황이었다. 콘셉트의 변화도 그렇지만, 나리 개인에게도 중압감이 생겼다. 이는 가수를 그만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든다. 결국 팀 해체 후 카페 아르바이트와 뷰티 모델 등을 하며 지냈다. 그러다 나리가 중심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기획사와 계약하고, 홀로서기에 나섰다. 팀 해체 9개월 만에 신곡 ‘파보리타’(favorita)를 들고 돌아왔다. 와썹 때와 비교해 비트는 약해졌지만, 멜로디가 강해졌다.
“와썹 이미지가 너무 강했어요. 그 당시 음악은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전체의 합이 드러나야 했고, 때문에 데뷔 당시부터 회사의 의견이 반영됐죠. 그런데 이번에는 제 의견을 많이 들어갔어요. 다 같이 조율을 하고, 제 이미지를 메이킹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잡았어죠. 물론 올드하긴 하지만, 한번 듣고 기억에 남을만한 곡을 선택했어야 했죠”
나리의 강점은 춤이다. 가수로의 시작도 어릴 적 무작정 댄스학원에 찾아가 등록하면서부터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2년간 몰래 학원을 다닐 정도로 빠져있었다. 레인보우 ‘가십걸’ 댄스 시안을 찍기도 했고, 그걸 본 DSP 대표의 눈에 들어 중2 때 레인보우 멤버가 될 뻔했다. 와썹 활동 당시에는 트월킹이라는 다소 생소한 춤에 그룹 전체가 움직여 나리의 강점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더 유닛에서는 이런 나리의 춤이 살아났다. 사실 그래서 이번 노래 선택이 의아했다.
“사실 사람들이 무대의 저랑 실제의 저를 동일시하세요. 전 하나도 안 강한데, 무대에서 너무 강한 모습만 보여서 팬들이 다가오기 어려웠고, 대중성도 갖기 쉽지 않았죠. 와썹 활동 3년 동안의 이미지가 그렇게 만들어진 거죠. 그래서 이번에는 대중에게 많이 맞추려 했어요. 그러면서 강한 것이 아닌, 제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동안 제가 무대에 서면 무슨 퍼포먼스로, 어떤 의상을 입을지 궁금해 했다면, 이제는 나리라는 애가 나왔는데, 누구이고 어떤 모습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예쁜 매력을 선보일 수 있는 무대인 거죠”
나리는 개인 유튜브도 만들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일상을 가감없이 보여줬다. 어느 때는 너무 적나라해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그러나 그 모습은 그동안 만들어졌던 나리의 ‘강한 거’ 같은 모습을 서서히 무너뜨리면서 새로운 나리를 세웠다.
“사실 그동안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어요. 어릴 적에 혼자 뭔가를 해보면서, 그런 경험을 통해 자신감이 있었는데, 여러 일을 겪으면서 낮아진 거 같아요.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생각도 하게 되고요. 아등바등 해봐야 안되는 것은 안되는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외면 받는 기분도 있었고요. 그런데 어쨌든 다 경험이잖아요. 다시 올리고 시작해야죠. 제 원래 모습을 보여주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