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이 20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체코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이 최근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협력을 공식화하면서 양사의 협력 관계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 4년 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전고체 배터리 협력 논의에 나선 이후 양사의 협력관계 물꼬가 트였다.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한 전장 분야와 전고체 배터리 등으로 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 IoT·SDV 맞손 초연결 생태계 구축…이재용-정의선, 전고체 논의 첫 물꼬
26일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따르면 양사는 소프트웨어 수장들이 모여 기술 제휴와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IoT 스마트싱스 생태계를 가전에서 자동차로 확장하고, 현대차는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를 스마트폰과 연동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25일 삼성전자 서울 서초 소재 R&D캠퍼스에서 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전경훈 사장과 현대차·기아 AVP본부 수장 송창현 사장이 만났다.
구체적으로 삼성의 스마트싱스를 통해 집에서 차량의 시동을 켜고 주차장에서 불러내거나 전기차 충전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게 추진한다. 차량에서는 집 안의 TV와 에어컨 등 가전을 켜고 끌 수 있도록 한다.
양사의 협력 관계는 4년 전 이재용 삼성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전격적인 만남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2020년 5월 당시 이 회장과 정 회장은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관련 협력 논의를 위해 만났다.
당시 두 회장의 만남은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유는 양사는 과거 1990년대 후반에 삼성이 르노와 제휴해 완성차 사업에 뛰어들면서 현대차와 경쟁 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후 삼성이 외환위기로 완성차를 처분했지만, 양사의 협력 관계는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현대차는 자동차 부품은 LG그룹으로부터 수급하고, 배터리 분야도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것을 썼다.
그러다가 2020년 이 회장과 정 회장이 전고체 배터리 관련 전격 만남을 가진 이후 양사는 차량용 반도체 개발 협력에 나서는 등 물꼬가 트였다.
■ 삼성SDI, P6 배터리 2026년 유럽서 현대차 공급…차량용 반도체 내재화 추진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협력 관계는 차량용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서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해 10월23일 삼성SDI는 현대차와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하면서 양사의 협력관계가 본격 추진되기 시작했다.
그간 삼성SDI는 BMW그룹과 배터리 동맹을 맺고 있었고,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과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양사는 중국 BYD 등이 유럽을 비롯해 확산하는 가운데 유럽시장에서부터 이에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개발 중인 6세대 각형 배터리인 P6를 현대차에 공급할 예정이다. 특히 각형 배터리는 국내에서 삼성SDI가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고, SK온이 개발에 뛰어들었다. 각형 배터리는 원형이나 파우치형 배터리에 비해 외부 충격에 강해 화재 안전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삼성SDI는 오는 2026년부터 P6 각형 배터리를 현대차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는 삼성SDI 헝가리 공장에서 양산돼 현대차의 유럽 시장에 내놓을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된다.
꿈의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각형 배터리가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양사는 향후 전고체 배터리 협력까지 내다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삼성전기가 초소형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성공하면서,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 완성 시기도 앞당겨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앞서 삼성SDI는 오는 2027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한다고 밝혔다.
삼성SDI가 인터배터리 2024에서 공개한 '전고체 배터리' (사진=삼성SDI)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의 협력은 차량용 반도체 분야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6월 삼성전자는 현대차그룹에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하기로 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2021년 차량용반도체 수급난을 겪으며 이로 인해 차량 출고가 수개월 지연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차량용 반도체는 수익성이 떨어지고 최장 10년 이상 운행하는 자동차에 탑재되는 만큼 보증 기간이 길기 때문에 생산이 꺼려지는 분야일 수 있다. 하지만 당시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삼성과 현대차의 손을 맞잡고 중장기적으로 차량용 핵심 반도체 공급망을 내재화하도록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체적인 고객사를 언급할 수 없지만, 현재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고 국내외 고객사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