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들이 돌아섰다. 확고한 주도주 역할을 해왔던 기술주들이 휘청하자 이들의 하락에 베팅하며 '반도체의 겨울'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1일까지 결제금액 기준 순매수 1위는 '디렉시온 반도체 베어 3X(DIREXION SEMICONDUCTOR BEAR 3X) ETF'로 총 5921만7651달러 규모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ETF는 30개 반도체 기업들로 이뤄진 반도체지수(ICESEMIT) 지수를 3배 역방향으로 추종하는 상품으로 불과 8월까지 순매수 최상위에 올랐던 '디렉시온 반도체 불3X'와 정반대되는 ETF다.
코로나 국면을 거치면서 미국 기술주들은 엔비디아의 주도 하에 올해 상반기까지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AI 관련주들에 대한 과잉 투자 우려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며 주춤하는 모양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반도체 겨울론 역시 투심을 악화시키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순매수 규모 2위에 오른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20년+DRX DLY 20년 TRES BULL 3배(DIREXION DAILY 20 YEAR PLUS DRX DLY 20+ YR TREAS BULL 3X) ETF'로 총 3085만7252달러를 사들였다. 이 ETF는 올해 초부터 서학개미들이 꾸준히 사들인 상품으로 미국의 금리 인하가 본격 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투자 규모를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배당주에 대한 관심도 눈에 띄게 늘었다. 서학개미들은 '슈왑 US 배당주(SCHWAB US DIVIDEND EQUITY) ETF를 2748만3700달러 규모 사들이며 순매수 3위에 올랐다.
SCHD는 배당금을 지급하는 미국 주식 100개의 시가총액 지수를 추종하는 ETF로, 투자시장에서 최고의 배당금 ETF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최근 3개월은 10.57% 수준으로 시장 대비 월등한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보관금액 기준 1~2위는 테슬라와 엔비디아가 여전히 압도적 선두를 기록하고 있다. 개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테슬라와 엔비디아 주식은 각각 151억9877만달러, 120억2038만달러로 집계됐다.
김환 NH투자증권 글로벌전략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대선 이후 재정 리스크 확대 가능성 등에 따라 단기적으로 주가 상단이 제한될 수 있고 AI산업의 수익성 관련 의구심 지속도 부담 요인"이라며 "빅테크 기업에 대해 중장기적 관점으로 대응하고 실적 개선 및 금리 인하 수혜 업종을 중심으로 접근하기를 추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