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7개 금융복합기업집단의 자본적정성 비율을 발표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그룹 내 금융사들의 건전성 악화 영향이 아닌 전 사업부문의 가파른 성장에 따른 현상이란 분석이다.
지난 7일 금융감독원이 7개 금융복합기업집단의 자본적정성 비율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각 금융복합기업집단의 자본적정성 비율은 ▲DB(216.2%) ▲다우키움(206.0%) ▲삼성(200.9%) ▲교보(194.1%) ▲미래에셋(164.7%) ▲한화(154.5%) ▲현대차(151.8%) 순이다.
7개 금융그룹 중 현대차복합금융그룹의 자본적정성비율이 가장 낮은 것이 눈길을 끈다. 현대차복합금융그룹은 관련 수치처럼 다른 금융그룹보다 재무적 안정성이 약한 것일까.
금융복합기업집단은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중 여·수신, 보험, 금융투자업 중 2개 이상 금융업을 영위하고, 금융위원회에 인허가를 받거나 등록한 회사가 1개 이상인 기업집단을 뜻한다. 자본적정성 비율은 한 금융복합기업집단 전체의 자기자본 합계 수치를 규제 상 요구되는 필요자본 합계액으로 나눈 값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7개 금융그룹의 전체 평균 자본적정성 비율은 작년보다 9.4%p 낮아졌지만, 금감원에서 요구하는 자본적정성 비율인 100%를 여유 있게 충족하고 있어 안정적인 수준이다.
현대캐피탈 측은 "그룹의 자본적정성 비율이 낮은 이유는 자기자본 확충 속도보다 자산의 성장에 따른 필요자본의 증가세가 가팔랐던 결과"라고 자평했다.
실제로 현대차복합금융그룹의 대표금융회사인 현대캐피탈은 전 세계 법인의 글로벌 총 자산이 2019년 약 87조 5000억원에서 2024년 상반기 말 기준 약 173조원으로 5년만에 2배 가량 크게 증가했다.
특히 글로벌 비즈니스 호조로 해외법인들의 자산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자본적정성 비율 하락에 큰 영향을 끼쳤다. 현대캐피탈 해외법인들의 총 자산은 2019년 약 55조 4000억원에서 2024년 상반기 기준 약 134조원으로 2.4배 이상(141.9%)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캐피탈은 자본 확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자본을 93%나 확충했으나, 자산의 가파른 성장세에는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현대차복합금융그룹은 DB, 삼성, 교보, 한화 등 수신 기능을 지닌 대형 보험사를 보유한 다른 복합금융그룹들과 달리, 보험사가 없어 현실적으로 자본적정성 비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현실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복합금융그룹은 지표상 자본적정성 비율은 하락했지만 경영 건전성은 잘 관리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대표금융사인 현대캐피탈이 올해 상반기 기준 연체율이 0.91%에 그치고 있다.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 역시 해당 업권 내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연체율을 기록 중이다.
해외법인 역시 ‘현대캐피탈 미국’의 우량자산 취급 비중이 2022년 83.8%에서 2024년 상반기 88%로 상승하는 등 빠른 사업 확장 속에서도 오히려 자산 건전성을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편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S&P는 무디스와 피치에 이어 지난 8월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을 A등급으로 상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