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건설중인 美 애리조나 원통형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미국에 진출한 한국 배터리 기업에 대한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혜택이 사실상 유지되면서, 업계도 한숨을 돌렸다. 다만 중국발 저가공세, 내년 미국 내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을 대비해야 하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으로 활로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및 공화당이 추진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법안이 최근 미 하원에서 통과됐다. 해당 법안은 세액공제 혜택을 2028년으로 앞당길 것으로 예측돼 수익성 악화 우려를 불러왔지만, 결과적으로 종료 시점을 2031년 말로 1년 단축하는 데 그쳤다. 생산보조금 액수도 똑같이 유지된다.
현행 법에서는 미국에서 생산하는 배터리 셀과 모듈에 대한 보조금을 2030년 75%, 2031년 50%, 2032년 25%, 2033년 0%로 단계적 축소를 명시하고 있다. 이에 종료 시점 1년 단축만으로는 실제 업계가 받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배터리 업계에는 희소식이다. 그간 AMPC는 한국 배터리 기업의 영업이익 방어에 핵심적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1분기 매출은 6조2650억원, 영업이익 374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으나, AMPC 혜택을 제외하면 영업이익 830억원 적자로 돌아선다.
다만 아직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먼저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저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무기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CATL은 38.3%, BYD는 16.7%의 점유율을 기록, 합산 55% 이상을 기록했다. 반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의 합산 점유율은 18.7%에 그쳤다.
미국에서의 사업 확장도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이번 IRA 개정으로 오는 2026년 미국 시장 내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제도가 폐지되기 때문이다. 전기차 캐즘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기차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핵심 부품인 배터리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이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AI 시대가 다가오면서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관련 인프라 수요가 늘고 있으며, 특히 북미 ESS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견제로 국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다. ESS는 생산된 전력을 저장해 두었다가 전력이 필요한 시기에 꺼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위한 밑작업도 진행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7일 미국 에너지 기업 OCI에너지, CPS에너지와 북지 ESS 사업에 관한 3자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삼성SDI는 지난 3월 미국 최대 전력 기업 넥스트에라에너지와 4374억원 규모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SK온도 지난해 말 ESS 사업부를 사장 직속으로 개편하며 미국에서 수주 활동을 펼치는 모양새다.
국내에서도 정부 주도로 대규모 ESS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2일 송배전망 부족 문제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540MW(메가와트) 규모의 ESS 구축 사업 공고를 냈다.
이는 지난 2023년 제주에서 시행된 65MW 시범사업의 8배 규모다. 선정된 사업자는 오는 2026년 말까지 ESS를 구축하고, 15년간 전력거래소의 지시에 따라 전기를 충·방전하게 된다. 관련 시설 투자비는 총 1조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ESS 도입을 통해 전력망의 안정성을 강화하고, 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출력제어 빈도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