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재건축 현장. (자료=뷰어스 DB) 올해 국내 주식시장을 달군 키워드는 '밸류업'이다. 상장사들은 올 한해 주가 부양을 위한 주주환원 정책을 강조하면서 주주의 이익을 높이는데 힘쓰고 있다. 전반적인 주식 시장의 흐름과는 다소 동떨어진 종목도 있다. 바로 건설주다. 건설주는 지난달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빅컷(0.5%p 금리인하)로 인한 수혜를 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KRX 건설지수가 최근 두 달간(9월2일~11월1일) 마이너스(-) 13.14%의 수익률로 이 기간 KRX 업종지수 중 하락률 1위를 기록했다. 올해 초에 주총 시즌을 맞아 규모를 가리지 않고 상장 건설사 다수가 주주환원 강화에 앞다퉈 나섰지만 건설경기 침체 속에 투자자 유입이 쉽지 않은 모양새다. 좋지 못한 주가 흐름 속에도 주가 부양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건설사는 찾기 어렵다.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이기에 별 도리가 없다는 시각도 있지만 주주들에게 이익 성장의 신뢰를 주려는 최소한의 움직임은 필요하지 않을까. 사업 경쟁력 제고에 앞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공시를 정확히 해야할 필요가 있다. 공시는 가장 기본적인 투자 정보다. 공시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불신을 키울 수 있다. 얼마 전 건설사의 실적 관련 취재 중에 참고한 반기보고서가 문제였다. A건설사는 반기보고서 '위험관리 및 파생거래' 항목에 자산매각과 무상감자, 채무의 출자전환 등을 통한 부채비율 개선 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을 적었다. 대표이사가 직접 서명한 보고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기사화하자 회사의 공식입장이 아니라는 항의가 있었다. 과거 워크아웃 때부터 추진한 내용을 설명한 것 뿐이라는 거다. B건설사는 올해 반기보고서를 통해 아파트 위주의 주택사업에서 벗어나 물류센터와 지식산업센터 등으로 수주 채널 다변화에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당 건설사 홍보팀의 말은 달랐다. 최근 생활형숙박시설이나 지식산업센터는 잘 안하고 있다는 거다. 공시 과정에서 과거 있던 내용을 '복붙(복사 붙여넣기)'한 거 같다며 관련 팀에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했다. C건설사는 공시 내용은 아니었으나 참고 차원에서 제공한 IR 자료에서 오류를 범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에서 지난해 3분기 매출이익률이 마이너스(-) 2.9%에 달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는 지난해에 발표한 실적과는 엄연히 다른 내용이었다. 당시 발표에서 이익률은 마이너스가 아니었다. 해당 분기 보고서만 보더라도 매출총이익이 2조원대로 절대 마이너스가 나올 수 없는 수치였다. 첫 답변은 주택원가율 반영 등으로 실적이 악화됐다는 거다. 그러나 그날 오전부터 몇 차례의 질의를 주고받은 끝에 사업부에서 오후 즈음에 오기(誤記)임을 인정하고 해당 자료를 수정했다. 올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상장사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관련 내용을 자율적으로 시장에 알리도록 했다. 언제인가 건설사들도 야심차게 '밸류업' 계획을 발표할 지 모른다. 해외 건설시장에서나 국내 주택 시장에서나 기술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인정받는 만큼 충분한 성장 잠재력이 있는 주식회사들이다. 잠재력을 바탕으로 한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이 대충대충 이뤄진 공시에 따른 불신으로 저평가 받는다면 적잖게 안타까운 일이 될 거다.

[정지수의 랜드마크] 건설 '밸류업', 공시부터 제대로

상장 건설사, 일부는 실적 보고서 내용 오류 혹은 '복붙'

정지수 기자 승인 2024.11.13 15:20 의견 0
서울의 한 재건축 현장. (자료=뷰어스 DB)

올해 국내 주식시장을 달군 키워드는 '밸류업'이다. 상장사들은 올 한해 주가 부양을 위한 주주환원 정책을 강조하면서 주주의 이익을 높이는데 힘쓰고 있다.

전반적인 주식 시장의 흐름과는 다소 동떨어진 종목도 있다. 바로 건설주다. 건설주는 지난달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빅컷(0.5%p 금리인하)로 인한 수혜를 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KRX 건설지수가 최근 두 달간(9월2일~11월1일) 마이너스(-) 13.14%의 수익률로 이 기간 KRX 업종지수 중 하락률 1위를 기록했다.

올해 초에 주총 시즌을 맞아 규모를 가리지 않고 상장 건설사 다수가 주주환원 강화에 앞다퉈 나섰지만 건설경기 침체 속에 투자자 유입이 쉽지 않은 모양새다.

좋지 못한 주가 흐름 속에도 주가 부양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건설사는 찾기 어렵다.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이기에 별 도리가 없다는 시각도 있지만 주주들에게 이익 성장의 신뢰를 주려는 최소한의 움직임은 필요하지 않을까.

사업 경쟁력 제고에 앞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공시를 정확히 해야할 필요가 있다. 공시는 가장 기본적인 투자 정보다. 공시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불신을 키울 수 있다.

얼마 전 건설사의 실적 관련 취재 중에 참고한 반기보고서가 문제였다. A건설사는 반기보고서 '위험관리 및 파생거래' 항목에 자산매각과 무상감자, 채무의 출자전환 등을 통한 부채비율 개선 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을 적었다. 대표이사가 직접 서명한 보고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기사화하자 회사의 공식입장이 아니라는 항의가 있었다. 과거 워크아웃 때부터 추진한 내용을 설명한 것 뿐이라는 거다.

B건설사는 올해 반기보고서를 통해 아파트 위주의 주택사업에서 벗어나 물류센터와 지식산업센터 등으로 수주 채널 다변화에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당 건설사 홍보팀의 말은 달랐다. 최근 생활형숙박시설이나 지식산업센터는 잘 안하고 있다는 거다. 공시 과정에서 과거 있던 내용을 '복붙(복사 붙여넣기)'한 거 같다며 관련 팀에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했다.

C건설사는 공시 내용은 아니었으나 참고 차원에서 제공한 IR 자료에서 오류를 범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에서 지난해 3분기 매출이익률이 마이너스(-) 2.9%에 달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는 지난해에 발표한 실적과는 엄연히 다른 내용이었다. 당시 발표에서 이익률은 마이너스가 아니었다. 해당 분기 보고서만 보더라도 매출총이익이 2조원대로 절대 마이너스가 나올 수 없는 수치였다. 첫 답변은 주택원가율 반영 등으로 실적이 악화됐다는 거다. 그러나 그날 오전부터 몇 차례의 질의를 주고받은 끝에 사업부에서 오후 즈음에 오기(誤記)임을 인정하고 해당 자료를 수정했다.


올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상장사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관련 내용을 자율적으로 시장에 알리도록 했다. 언제인가 건설사들도 야심차게 '밸류업' 계획을 발표할 지 모른다. 해외 건설시장에서나 국내 주택 시장에서나 기술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인정받는 만큼 충분한 성장 잠재력이 있는 주식회사들이다. 잠재력을 바탕으로 한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이 대충대충 이뤄진 공시에 따른 불신으로 저평가 받는다면 적잖게 안타까운 일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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