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일의 아파트 재건축 축하드립니다" 가수 윤수일이 1982년 공개한 노래인 '아파트'의 유튜브 영상에서 최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댓글이다. 블랙핑크의 로제가 세계적 팝스타 브루노마스와 협업한 'APT.(아파트)'라는 곡의 인기와 맞물려 주목받으면서다. 블랙핑크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APT.' 뮤직비디오 한 장면. (자료=로제 공식 유튜브 영상 갈무리) 사실 동명의 곡이라는 것 말고는 두 노래 사이에는 별다른 접점이 없다. 로제의 곡은 술자리 게임인 '아파트'에서 따왔다. 리메이크도 아니고 커버곡도 아니며 곡의 장르도 다르다. 심지어 두 곡은 무려 42년의 시간차를 두고 있다. 공통점 하나 찾기 힘든 두 곡을 연결한 건 무엇일까. 한 세대가 넘는 세월의 간극은 오히려 '아파트의 재건축'이라는 키워드를 이끌어냈다. 아파트와 42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읽고 단박에 재건축을 떠올릴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아파트와 재건축은 불가분의 관계로 인식된다. 실제로도 재건축은 준공 연한 30년을 채우고 안전진단 D등급 이하를 충족해야 진행할 수 있다. 윤수일의 '아파트'와 로제의 'APT.'의 곡 출시일 차이만 놓고보면 꽤나 적절한 비유인 셈이다. 다만 전면 철거 방식의 도시재생사업인 재건축이라면 윤수일의 '아파트'는 우리나라에서 구시대적 유물로 사라져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로제의 'APT.' 유행 이후로도 윤수일의 '아파트'는 여전히 생명력을 잃지 않고 명곡으로 남을 거다. 명곡이 명곡인 이유야 사람들이 끊임없이 부르기 때문이다. 과거 서울시에서 추진했던 '흔적 남기기'가 실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이 살길 원하지 않고 낡아버린 건물은 생명력을 잃은 흉물일 뿐이다.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낡은 한 동을 남기는 걸 원하는 이들이 얼마나 있었을까. 하물며 공공성을 필요로하는 도시재생사업이라면 차라리 해당 건물을 허물고 임대 세대로 활용하는 방안 등의 주거복지로 나아가는 게 더 옳았다고 본다. 서울은 지난 몇 십년간 급격한 인구 유입을 거치면서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다소 무질서하게 개발한 지역을 여전히 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주민들이 원하지 않은 '흔적 남기기'에 나선 건 '보존'이라는 가치에 매몰된 판단이 아니었나 싶다. 전임 서울시장과는 대척점에 있는 지금의 서울 도시재생 개발도 우려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기존의 난개발을 정리하는, 이른바 '대개조'에 들어섰지만 프로젝트 규모를 보면 난개발을 정리하려다 또 다른 난개발을 초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조하는 '매력도시'의 슬로건에 부합하는 개발이 이뤄지길 바란다. 고밀도 개발을 통한 효율성 추구 속에서도 도시의 매력을 높이는 건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공사의 난이도가 높지 않다고 꼽히는 기초적인 도시재생, 재건축에서부터 도시환경을 설계하고 매력도시의 토대를 쌓자. 재건축은 과거 지어진 아파트들의 획일화 된 '성냥갑 아파트' 미관에서 탈피할 수 있는 기회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아파트의 물리적 환경 개선에 더해 향후 재건축된 아파트를 미래 유산으로 남길 수 있게끔 처음부터 잘 짓는 고민을 담자. 철거 이후 새롭게 들어서는 아파트는 조금 더 오랜 기간 사람들이 살만한 '명품 아파트'가 되길 바란다.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듣는 윤수일의 '아파트'처럼 말이다. 그런 아파트가 다시 재건축에 나설 때가 되면 비로소 보존의 가치를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정지수의 랜드마크] 윤수일과 로제의 '아파트', 재건축 길라잡이

윤수일의 '아파트'처럼 오랜 기간 사랑받고 보존될 명품 단지 만들길

정지수 기자 승인 2024.10.24 11:15 의견 0

"윤수일의 아파트 재건축 축하드립니다"

가수 윤수일이 1982년 공개한 노래인 '아파트'의 유튜브 영상에서 최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댓글이다. 블랙핑크의 로제가 세계적 팝스타 브루노마스와 협업한 'APT.(아파트)'라는 곡의 인기와 맞물려 주목받으면서다.

블랙핑크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APT.' 뮤직비디오 한 장면. (자료=로제 공식 유튜브 영상 갈무리)

사실 동명의 곡이라는 것 말고는 두 노래 사이에는 별다른 접점이 없다. 로제의 곡은 술자리 게임인 '아파트'에서 따왔다. 리메이크도 아니고 커버곡도 아니며 곡의 장르도 다르다. 심지어 두 곡은 무려 42년의 시간차를 두고 있다.

공통점 하나 찾기 힘든 두 곡을 연결한 건 무엇일까. 한 세대가 넘는 세월의 간극은 오히려 '아파트의 재건축'이라는 키워드를 이끌어냈다. 아파트와 42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읽고 단박에 재건축을 떠올릴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아파트와 재건축은 불가분의 관계로 인식된다.

실제로도 재건축은 준공 연한 30년을 채우고 안전진단 D등급 이하를 충족해야 진행할 수 있다. 윤수일의 '아파트'와 로제의 'APT.'의 곡 출시일 차이만 놓고보면 꽤나 적절한 비유인 셈이다.

다만 전면 철거 방식의 도시재생사업인 재건축이라면 윤수일의 '아파트'는 우리나라에서 구시대적 유물로 사라져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로제의 'APT.' 유행 이후로도 윤수일의 '아파트'는 여전히 생명력을 잃지 않고 명곡으로 남을 거다. 명곡이 명곡인 이유야 사람들이 끊임없이 부르기 때문이다.

과거 서울시에서 추진했던 '흔적 남기기'가 실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이 살길 원하지 않고 낡아버린 건물은 생명력을 잃은 흉물일 뿐이다.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낡은 한 동을 남기는 걸 원하는 이들이 얼마나 있었을까. 하물며 공공성을 필요로하는 도시재생사업이라면 차라리 해당 건물을 허물고 임대 세대로 활용하는 방안 등의 주거복지로 나아가는 게 더 옳았다고 본다.

서울은 지난 몇 십년간 급격한 인구 유입을 거치면서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다소 무질서하게 개발한 지역을 여전히 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주민들이 원하지 않은 '흔적 남기기'에 나선 건 '보존'이라는 가치에 매몰된 판단이 아니었나 싶다.

전임 서울시장과는 대척점에 있는 지금의 서울 도시재생 개발도 우려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기존의 난개발을 정리하는, 이른바 '대개조'에 들어섰지만 프로젝트 규모를 보면 난개발을 정리하려다 또 다른 난개발을 초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조하는 '매력도시'의 슬로건에 부합하는 개발이 이뤄지길 바란다. 고밀도 개발을 통한 효율성 추구 속에서도 도시의 매력을 높이는 건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공사의 난이도가 높지 않다고 꼽히는 기초적인 도시재생, 재건축에서부터 도시환경을 설계하고 매력도시의 토대를 쌓자.

재건축은 과거 지어진 아파트들의 획일화 된 '성냥갑 아파트' 미관에서 탈피할 수 있는 기회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아파트의 물리적 환경 개선에 더해 향후 재건축된 아파트를 미래 유산으로 남길 수 있게끔 처음부터 잘 짓는 고민을 담자. 철거 이후 새롭게 들어서는 아파트는 조금 더 오랜 기간 사람들이 살만한 '명품 아파트'가 되길 바란다.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듣는 윤수일의 '아파트'처럼 말이다. 그런 아파트가 다시 재건축에 나설 때가 되면 비로소 보존의 가치를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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