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 본사 전경. 사진=GC녹십자.
GC녹십자가 해외사업 확장을 통해 본격적인 반등에 나선다. 면역결핍증 치료제 알리글로와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를 앞세워 그간 이어진 실적 부진을 털고 수익성을 대폭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녹십자의 2022년 매출은 1조 7113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조6266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시기 영업이익도 813억원에서 344억원으로 57.7% 급감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23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 성장한 반면 영업이익은 422억원으로 1.5% 감소했다. 이는 헌터라제의 부진과 알리글로의 미국 수요를 뒷받침할 혈액원 확보 부족 때문이다.
하지만 녹십자는 헌터라제 ICV의 러시아 허가, 알리글로의 미국 판매와 혈액원 인수로 내년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실적 회복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최근 녹십자는 러시아 연방 보건부로부터 자사의 중증형 헌터증후군 치료제인 '헌터라제 ICV'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러시아에서 중증형 헌터증후군 치료제 품목허가는 이번이 최초다. 녹십자는 2021년 세계 최초로 일본에서 헌터라제ICV의 품목허가를 받았고 러시아가 세계 두 번째 품목허가 국가가 됐다.
헌터라제 ICV는 머리에 삽입한 장비를 이용해 약물을 뇌실에 직접 투여함으로써 중추신경 증상을 개선시키는 방식이다. 이는 인지능력을 상실하거나 심신운동 발달지연 등 중추신경 손상에 기인한 증상까지 완화해 준다. 전 세계 헌터증후군 환자 중 중추신경손상을 보이는 중증 환자 비율은 약 70%에 이르는 만큼 이번 러시아 품목허가로 헌터라제 수출액은 크게 상승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판매는 내년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 허가를 받아 미국 시장에 진출한 혈액제제 알리글로도 실적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리글로는 지난 7월 녹십자의 미국 자회사 GC Biopharma USA를 통해 출시했다. 올해 3분기 미국법인의 알리글로 매출은 300억원을 기록하며, 출시 첫 해 목표치 50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녹십자는 최근 알리글로의 안정적인 원료 공급처 확보를 위해 1380억원을 투자해 미국 혈액원 ABO홀딩스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ABO 홀딩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회사로 뉴저지, 유타, 캘리포니아 등 3개 지역에 6곳의 혈액원을 운영하고 있다. 텍사스주에 2곳의 혈액원이 추가로 건설 중이며, 완공이 되는 오는 2026년부터 총 8곳의 혈액원이 가동될 예정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이번 혈액원 인수를 통해 혈장분획제제의 원료 확보에서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기까지 수직계열화가 완성됐다”며 “혈액원 인수를 퀀텀점프의 발판으로 삼아 글로벌 탑티어 혈액제제 회사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약 16조원(116억 달러) 규모로 지난 10년간 연 평균 10.9%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녹십자는 매년 50% 이상의 성장률 기록하면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녹십자는 2025년부터 알리글로 미국 매출의 성장과 고수익 품목 헌터라제 정상화, 신규 백신 출시로 전년 대비 80% 증가한 819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녹십자의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미국 처방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직접 판매에 따른 이익 성장은 2025년을 기점으로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