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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산업에 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구축 노력이 미흡했다는 평을 들어왔던 제약바이오업계가 올해 ESG 등급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면서 지난해보다 더 나은 성적을 받았다. 다만 아직 중소제약사들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 ESG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한국ESG기준원 평가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ESG 통합등급 A+와 A를 받은 기업의 수는 지난해 12곳에서 올해 16곳으로 증가했고 C와 D등급을 받은 기업은 62곳에서 56곳으로 감소했다. ESG 평가 등급은 환경(E), 사회(S), 일반상장사 지배구조(G), 금융사 지배구조(FG)와 ESG 통합 등급으로 부여된다. 등급은 절대평가로 분류되며, S(탁월)등급부터 A+(매우 우수), A(우수), B+(양호), B(보통), C(취약), D(매우 취약)등급으로 나눠진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S등급을 받은 기업은 없었으며 동아쏘시오그룹의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와 HK이노엔이 A+등급을 받았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지난해 통합등급 A등급에서 올해 A+로 상향에 성공했다. 환경경영시스템 ISO 14001 인증을 획득하며 환경경영체계를 구축하고, 지배구조 부문에서는 주주환원정책 수립 및 ESG위원회를 설립해 ESG활동을 강화한 것이 결실로 다가왔다는 분석이다.
HK이노엔은 지난해 첫 평가에서 통합 A등급을 획득했으며, 올해는 A+등급으로 등급이 올랐다. HK이노엔은 지배구조 부문에서 탄소중립 로드맵 이행 등 ESG 성과를 전체 경영진의 핵심성과지표(KPI)와 연계해 경영진 중심의 책임경영 체계를 강화했다. 사회 부문에서는 지역사회공헌 인정제 신규 인정기관, 나눔명문기업 등에 선정돼 지역사회 상생과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A등급을 받은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셀트리온, GC(녹십자홀딩스), 종근당, SK바이오사이언스, 보령, 유한양행, 일동제약, 한독, 휴온스 등 14곳이다. 지난해 A 등급을 받은 기업 8곳에 비해 75% 가량 늘었다. B+등급(양호)을 받은 기업은 경보제약, 녹십자, 대웅, 대원제약 등 18곳이며 대웅제약, 삼진제약, 한미약품, 파마리서치 총 4곳은 B등급을 받았다.
이처럼 양호한 ESG 등급을 받는 제약바이오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한편 C등급 이하 기업이 월등히 많이 나오면서 아직 중소제약사를 중심으로는 ESG 경영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취약에 해당하는 C등급 기업은 삼일제약, 서흥, 신풍제약, HLB생명과학, 박셀바이오,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 엘앤씨바이오, 휴젤 등 28곳이 이름을 올렸다. 매우 취약인 D등급 기업은 국제약품, 네이처셀, 동성제약, 명문제약, 메지온, 보로노이, 삼성제약, 삼천당제약 등 28곳이다.
지난해 36개 기업이 D등급을 받은 것에 비해 다소 개선됐다고 보여지지만 올해 D등급 중 15개 기업이 지난해와 같은 등급을 받는 등 사실상 중소제약바이오 기업들은 ESG 개선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D등급의 기업 중 지난래 매출이 5000억원이 넘는 기업은 1곳도 없었다. 한국ESG기준원은 D등급에 대해 환경, 사회, 지배구조 모범 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거의 갖추지 못해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할 수 있는 등급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업계는 단기적인 재무적 성과가 급한 중소 제약바이오기업들은 ESG 경영에 신경을 쓰지 못해 자본의 차이에 의한 ESG 양극화 현상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제약바이오업계 전반적으로 ESG 등급을 올리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며 "이제 ESG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 전략이기 때문에 중소제약사들도 어느 정도 ESG 경영에 투자를 해야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