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신약 임상 기준 완화를 추진하면서 국내에서 치료제를 개발 중인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MASH는 대사 이상으로 간에 지방이 쌓여 간염·간경변·간암의 위험성이 커지는 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치료제가 없어 미충족 수요가 높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FDA는 MASH 신약 임상에서 간 조직을 채취하지 않는 '비침습적 검사'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존 MASH 신약 임상시험에서는 환자의 간 조직을 직접 채취해 염증과 섬유증의 개선 여부를 현미경으로 확인하는 것이 필수였다. 조직 채취는 출혈과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환자는 통증과 불편감을 겪어야 한다. 반면 비침습적 검사는 반복적으로 간 전체 상태를 평가할 수 있어 환자 부담을 줄이고 임상시험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FDA의 판단이다.
FDA의 이같은 방안이 채택되면 MASH 치료제의 개발 비용이 대폭 감소할 전망이다. 이에 MASH 신약을 개발 중인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동아ST, 한미약품, 디앤디파마텍, 올릭스 등이 MASH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아ST의 자회사 메타비아는 현재 MASH 치료 물질 'DA-1241'의 글로벌 임상 2상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DA-1241은 췌장의 베타세포에 존재하는 수용체 GPR119를 활성화시키는 합성신약으로 개발 중이다. GPR119가 활성화되면 인슐린과 GLP-1 같은 호르몬 분비를 늘려 혈당을 조절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지난 6월 메타비아는 미국당뇨병학회(ADA 2025)에서 DA-1241과 ‘에프룩시퍼민’을 병용투여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병용요법은 DA-1241 단독용법에 비해 간 손상 지표와 콜레스테롤 수치를 더 큰폭으로 개선하는 효과를 보였다. 에프룩시퍼민은 간에서 생성되는 대사 조절 호르몬인 FGF21의 작용을 모방하는 약물이다. 메타비아 측은 “MASH 치료제의 차별화를 위해 다양한 병용 전략을 검토 중이며, 이번 연구를 후속 임상 설계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2개의 MASH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자체 개발 중인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는 한국과 미국에서 임상2b상을 진행중이다. 미국 머크(MSD)에 8억6000만 달러(약 1조15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한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임상2b상을 진행중이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임상 2a상에서 간 섬유화 증상을 72.7% 감소시켰고 부작용 역시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디앤디파마텍은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의 MASH 신약 ‘DD01’의 미국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DD01은 임상 2상 중간 결과에서 간 내 지방을 3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효과를 확인했다. DD01 투약군에서 12주차 평균 지방간 감소율은 62.3%로 위약군 평균(8.3%) 대비 우수했다. 디앤디파마텍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올릭스는 지난 2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에 최대 6억 3000만 달러(약 8600억원) 규모에 MASH·비만 신약 후보물질 'OLX702A'를 기술이전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올릭스는 전임상 연구에서 OLX702A가 MASH, 간 섬유화뿐만 아니라 기타 심혈관·대사 질환에서도 우수하다는 효능을 확인했다.
업계 관계자는 “FDA가 비침습적 검사를 허용해 안전하고 전체적인 검사가 가능해진다면 MASH 신약 임상 환자 모집이 용이해져 이에 따른 비용 절감과 임상 기간 단축 역시 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MASH 신약 개발을 하는 국내 기업에게도 호재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MASH 치료제 시장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데이터민트리서치는 MASH 치료제 시장이 지난해 78억 달러(약 11조원)에서 2033년 318억달러(약 44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