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명동본점에 방문한 중국 단체 여행객들. (사진=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이 매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며 ‘뼈를 깎는 쇄신’에 나섰다. 다이궁에게 지급하는 높은 수수료가 수익성 악화의 주범으로 꼽혀왔던 만큼, 당장 매출 규모가 줄어들더라도 수익성 개선을 우선시하겠다는 방침이다. 13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말 거래 규모가 큰 주요 다이궁들에게 이달부터 면세품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다이궁이 면세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에 달하는데, 이들은 현재 상품 정상가의 35% 가량을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가며 면세점 손실을 불리고 있다. 롯데면세점이 매출 절반을 포기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 데에는 신동빈 롯데 회장이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 회의)에서 주문한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이 뒷받침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면세업계는 브랜드 유치 등에 있어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게 작용해 매출 규모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적자를 보면서도 다이궁과 거래를 이어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 침체와 고환율 등으로 경영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자 ‘쇄신’의 칼을 빼든 모습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매출 규모를 위해 면세 업체간 과다한 출혈 경쟁이 펼쳐지면서 다이궁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높아지게 됐고,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이 됐다”면서 “대내외적 경영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업계가 망가질 것이란 위기감이 있었고, 임대료나 특허 수수료와 달리 자체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 김동하 대표가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살 내주고 뼈 취한다”…’규모의 경제’ 대신할 카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 배치를 트집잡아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 관광을 금지하면서, 면세업계는 다이궁에게 수수료 명목으로 큰 폭의 할인을 제공하며 매출 타격을 만회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 여행객 발길이 끊기자 다이궁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졌다. 면세점들은 한때 50%에 달하는 수수료를 지급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다이궁에게 물건을 판매해 왔다. 면세점 업체들이 과당 경쟁을 자제하기로 합의하며 수수료를 35% 안팎까지 낮췄지만, 여전히 수익 최저선인 20%를 월등히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다이궁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매출 구조가 비정상적이라는 지적은 꾸준히 있어왔지만, 매출 의존도가 커진 만큼 이를 선뜻 해결하기도 어려웠다. 국내 면세업계에서 매출 타격을 감수하고 다이궁과 거래를 전면 중단한 것은 롯데면세점이 처음이다. 롯데면세점은 그동안 유지했던 시장 점유율과 해외 사업장이 탄탄한 만큼 당장 입점 브랜드와 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줄어든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한다는 입장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 수요가 회복되고 내국인 여행객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개별 여행객(FIT)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이들을 유인하고, 여행사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조직을 신설하고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롯데면세점이 해외 사업에서 강점을 가진 만큼, 해외 사업 비중을 꾸준히 늘려 다이궁 영향을 덜 받는 해외 사업에서 매출을 일으킬 수 있도록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면세점 매출 1위인 롯데면세점이 다이궁과 거래를 전면 중단하면서 면세업계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다만 국내 주요 면세점들은 당장 경영 전략에 큰 변화를 주기 보다는 개별 여행객 등에 집중하며 점진적으로 다이궁 매출 비중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캐세이퍼시픽, 메리어트와 업무협약을 통해 마일리지 서비스 혜택을 확대하고, 외국인 관광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개별 여행객 유치 확대에 집중한다. 신라면세점 역시 다이궁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으며, 내실 경영으로 수익성을 강화하고 개별 여행객에 집중하는 전략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BIZ뷰] ‘쇄신’ 주문에 칼 빼든 롯데免…"규모보다 수익성 우선"

이달부터 주요 다이궁에 면세품 판매 중단 통보
다이궁 지급 수수료 35% 육박…면세점 수익성 악화 원흉
50% 달하는 매출 만회 관건…"FIT 및 해외사업으로 타개"

김성준 기자 승인 2025.01.13 17:04 의견 0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에 방문한 중국 단체 여행객들. (사진=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이 매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며 ‘뼈를 깎는 쇄신’에 나섰다. 다이궁에게 지급하는 높은 수수료가 수익성 악화의 주범으로 꼽혀왔던 만큼, 당장 매출 규모가 줄어들더라도 수익성 개선을 우선시하겠다는 방침이다.

13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말 거래 규모가 큰 주요 다이궁들에게 이달부터 면세품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다이궁이 면세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에 달하는데, 이들은 현재 상품 정상가의 35% 가량을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가며 면세점 손실을 불리고 있다.

롯데면세점이 매출 절반을 포기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 데에는 신동빈 롯데 회장이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 회의)에서 주문한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이 뒷받침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면세업계는 브랜드 유치 등에 있어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게 작용해 매출 규모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적자를 보면서도 다이궁과 거래를 이어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 침체와 고환율 등으로 경영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자 ‘쇄신’의 칼을 빼든 모습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매출 규모를 위해 면세 업체간 과다한 출혈 경쟁이 펼쳐지면서 다이궁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높아지게 됐고,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이 됐다”면서 “대내외적 경영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업계가 망가질 것이란 위기감이 있었고, 임대료나 특허 수수료와 달리 자체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 김동하 대표가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살 내주고 뼈 취한다”…’규모의 경제’ 대신할 카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 배치를 트집잡아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 관광을 금지하면서, 면세업계는 다이궁에게 수수료 명목으로 큰 폭의 할인을 제공하며 매출 타격을 만회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 여행객 발길이 끊기자 다이궁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졌다. 면세점들은 한때 50%에 달하는 수수료를 지급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다이궁에게 물건을 판매해 왔다. 면세점 업체들이 과당 경쟁을 자제하기로 합의하며 수수료를 35% 안팎까지 낮췄지만, 여전히 수익 최저선인 20%를 월등히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다이궁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매출 구조가 비정상적이라는 지적은 꾸준히 있어왔지만, 매출 의존도가 커진 만큼 이를 선뜻 해결하기도 어려웠다. 국내 면세업계에서 매출 타격을 감수하고 다이궁과 거래를 전면 중단한 것은 롯데면세점이 처음이다. 롯데면세점은 그동안 유지했던 시장 점유율과 해외 사업장이 탄탄한 만큼 당장 입점 브랜드와 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줄어든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한다는 입장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 수요가 회복되고 내국인 여행객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개별 여행객(FIT)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이들을 유인하고, 여행사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조직을 신설하고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롯데면세점이 해외 사업에서 강점을 가진 만큼, 해외 사업 비중을 꾸준히 늘려 다이궁 영향을 덜 받는 해외 사업에서 매출을 일으킬 수 있도록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면세점 매출 1위인 롯데면세점이 다이궁과 거래를 전면 중단하면서 면세업계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다만 국내 주요 면세점들은 당장 경영 전략에 큰 변화를 주기 보다는 개별 여행객 등에 집중하며 점진적으로 다이궁 매출 비중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캐세이퍼시픽, 메리어트와 업무협약을 통해 마일리지 서비스 혜택을 확대하고, 외국인 관광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개별 여행객 유치 확대에 집중한다. 신라면세점 역시 다이궁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으며, 내실 경영으로 수익성을 강화하고 개별 여행객에 집중하는 전략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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