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이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를 내세워 웃음 시동을 제대로 걸었다. 그러나 각자가 펼쳐놓은 이야기들을 제대로 봉합할 뒷심이 부족했다.

18일 개봉하는 ‘시동’은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형(마동석 분)을 만난 어설픈 반항아 택일(박정민 분)과 무작정 사회로 뛰어든 의욕 충만 반항아 상필(정해인 분)이 진짜 세상을 맛보는 유쾌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가출 청소년의 현실을 풍자적으로 그려낸 조금산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 Strength(강점)

만화 속에서 금방 튀어나온 것만 같은 톡톡 튀는 캐릭터들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했다.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등장, 금방이라도 큰 사고를 칠 것만 같은 택일과 상필 콤비의 거침없는 면모가 초반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배구 선수 출신의 택일 엄마(염정아 분)를 비롯해 묘한 분위기의 장풍 반점을 채우는 거석이형과 주인 공사장, 배달원 배구만, 또 다른 비행 청소년 경주까지 등장하면 기대감은 더욱 커진다. 아들에게도 거침없이 스매싱을 날리는 모습이나 단발머리의 독특한 비주얼로 가공할 만한 폭력을 날리는 거석이형 등 만화 같은 장면들이 연이어 등장하며 어디로 튈지 모를 그들의 활약을 기대케 한다.

재치 있는 장면들과 독특한 인물들이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인물의 감정도 점차 드러나면서 서사의 깊이도 더해진다. 과장된 행동 속 결핍과 상처들이 베일을 벗고, 누구나 공감할 법한 상황과 감정들이 이어져 사실감을 높인다.

엄마를 향한 반항심 안에 숨은 택일의 애증이나 허세 뒤에 감춰진 겁나고 미숙한 상필,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거칠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만큼은 진심인 장풍 반점 식구들 등 거칠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이 영화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 Weakness(약점)

캐릭터들이 각자의 사연을 풀어놓으면서 만들어진 몰입도가 후반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아쉽다. 장풍반점 식구들의 숨겨진 이야기가 베일을 벗고, 동네 형 동화를 따라 어둠의 세계에 빠져든 상필의 이야기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영화는 클라이맥스로 치닫지만, 갑자기 심각하고 신파적인 분위기로 흘러가며 초반의 장점을 잃는다.

풀어놓은 이야기들은 많았지만,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어설픈 느낌도 있다. 청소년 성매매와 재개발 문제 등 현실의 어두운 면을 개성 넘치는 이야기 속에 녹여낸 시도는 빛났지만, 캐릭터가 많고 각자가 가진 서사가 너무 다양했다. 결국 펼쳐놓은 각자의 이야기를 제대로 봉합하지 못해 어설프게 마무리를 하게 된 셈이다.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의 재기 발랄한 활약이 주는 재미가 확실했던 만큼 후반부 아쉬움이 더욱 크다. 장점을 밀고 나가거나 메시지를 간결하게 전할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지만, 욕심을 버리지 못한 모양새다.

■ Opportunity(기회)

경쟁작 ‘백두산’ ‘천문: 하늘에 묻는다’가 무거운 이야기를 담았다면, ‘시동’은 가볍게 2시간을 즐길 수 있는 유쾌함이 매력인 영화다. 장르의 차별화가 ‘시동’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마동석의 매력과 박정민, 정해인, 염정아의 열연이 빛났다. 배우들을 향한 대중들의 신뢰가 탄탄한 만큼 그들의 활약도 ‘시동’의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 Threat(위협)

백두산 폭발을 다룬 역대급 스케일의 ‘백두산’은 이병헌부터 하정우, 배수지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종과 장영실의 이야기를 담은 ‘천문: 하늘에 묻는다’ 또한 한석규, 최민식이라는 베테랑 배우들의 열연이 기대 포인트가 되고 있다. 반면 ‘시동’은 마동석의 활약이 든든함을 주긴 하지만, 박정민과 정해인 등 청춘 배우들의 성장기가 주된 서사가 된다. 배우진의 티켓 파워가 경쟁작들에 비해선 다소 밀린다. 가장 먼저 개봉하는 ‘시동’이 입소문을 통해 극장가를 선점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뷰어스 장수정 기자 jsj8580@viewers.co.kr 장수정 기자의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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