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손기호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의 건설 현장에서 또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3월10일, 경기도 평택시 화양도시개발구역 내 힐스테이트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갱폼(Gang Form, 대형 거푸집) 해체 작업 중 근로자 2명이 추락해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갱폼의 철제 고리를 푸는 작업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타워크레인이 움직이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아파트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을 맡아 오는 2026년 초 준공 예정이었습니다.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가운데)가 지난 2월28일 서울 종로구 본사 빌딩에서 열린 서울세종고속도로 사고 관련 간담회에서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
이 사고는 지난 2월25일 발생한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사고(사망 4명, 부상 6명) 이후 불과 보름 만에 벌어진 참사입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인 안전 문제로 지적을 받아왔으며, 2024년 5월 전남 무안군 아파트에서는 6만여건의 하자가 발견돼 대국민 사과까지 한 일도 있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올해 들어서만 두 건의 사망사고를 내면서 안전관리 부실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2024년 3월에는 대구 달서구 힐스테이트 감삼센트럴 신축 공사장에서 외벽 석재가 떨어져 하청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고가 이어졌습니다. 2023년 5월, 현대차 전기차 공장(메타플랜트)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미국 연방직업안전보건청(OSHA)이 현대엔지니어링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같은 해 4월에는 경기 구리 갈매 지식산업센터 신축 공사장에서 협력사 노동자가 추락사해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 조사를 벌였습니다.
이처럼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 건설사 중에서도 유독 중대재해가 반복된 곳으로 지적됐습니다. 산재 사망사고가 매년 발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현대엔지니어링에서는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현장 관리 미흡이 아니라, 시스템적인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이유입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잇따른 사고는 경영의 방향 설정과 안전 관리 체계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기업은 지난해 실적 악화로 인해 모회사인 현대건설에 대규모 손실을 발생시켰고, 현대건설은 2024년 실적에 충당금을 반영하는 등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이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해 재무전문가인 주우정 대표를 CEO로 선임했습니다. 그러나 건설업은 수익성뿐만 아니라 안전과 품질이 중요한 산업으로, 이러한 변화가 현장 안전 관리에 미친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건설업은 금융업이나 제조업과 다릅니다. 무엇보다도 안전과 품질이 최우선 가치가 되어야 하지만, 주 대표 선임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안전 문제가 지적된 상황에서도 재무 전문가가 CEO로 선임된 것은 실적 관리가 안전보다 더 우선된 것이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옵니다.
그 결과 현장 안전 관리가 충분히 강화되지 못한 채, 불과 몇 개월 만에 대형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등 안전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이 강화된 상황에서 이런 사고가 계속된다면 현대차그룹 전체의 신뢰도에도 심각한 타격이 예상됩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문제는 단순히 한 개 건설사의 위기를 넘어서, 현대건설과 현대차그룹 전체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이 이 문제를 방치한다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 하락은 물론이고, 투자자와 소비자 신뢰도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건설업 특성상 안전 문제가 반복되면 정부 차원의 규제 강화와 영업정지 등의 제재가 불가피해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현대차그룹은 경영진 인사가 안전 강화와 균형을 이루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 경영진 내에서 건설 전문가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반복되는 사망사고에 대해 단순한 보상책이 아니라 경영진이 직접 안전을 강화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사고 예방을 위한 기술적 투자와 안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되고 있습니다.
정의선 회장은 건설업의 특수성과 안전의 중요성이 충분히 고려되었는지 돌아봐야 할 시점입니다. 기업의 재무적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반복된 사고가 단순한 운영상의 문제인지, 아니면 인사 등 경영적 판단의 결과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현대차그룹 전체의 신뢰와 경영 철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