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 제13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 시공의 '서대문 센트럴 아이파크' 공사장 현장에서 굴착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왼쪽), 굴착기 매연과 페인트 냄새, 상수도 오염 논란 등이 주변 주민들로부터 제기됐다. 오른쪽은 상수도 정비사업 후 며칠 후 주변 주택 거주자의 샤워기 필터가 오염물질로 가득한 모습. (사진=제보)


“매연에 페인트 냄새까지 고통.”

“상수도 공사 후 녹물인지, 흙탕물인지 나와.”

[뷰어스=손기호 기자] 오는 6월 준공을 앞둔 서울 서대문구 홍은 제13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 시공의 ‘서대문 센트럴 아이파크’ 공사 현장 주변에서는 주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6일 본지 제보에 따르면 서대문 센트럴 아이파크 공사장의 측문 출입구 쪽에서 먼지가 가득하고 페인트 냄새가 진동했다. 실제로 이 아파트의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출입구 부근에서는 먼지가 가득했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 오후 5시경에는 차도와 바로 이어지는 공사장 정문 부근에는 먼지 방지를 위한 수처리 시설이 구비돼 있지만, 주차장 부근 출입구에는 이러한 시설이 보이지 않았다. 골목 주변 주택가로 이어진 도로에는 흙먼지가 도로에 가득한 모습이었고, 먼지가 날리고 있었다.

■ 공사 페인트 냄새 주변 도로·주택가 퍼져…HDC현산 "일시적으로 불가피"

문제는 페인트 냄새가 진동하고 있는 점이다. 공사 막바지에 이르러 페인트 시공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 주차장 부근에서 뿜어져 나오는 냄새는 주변 주택가와 도로로 퍼져갔다. 이 페인트 냄새를 제거하는 장치는 없어 보였다.

공사장 작업이 끝날 무렵 인부들이 이곳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작업을 마치고 차를 끌고 나오는 인원들은 방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만큼 페인트 작업으로 인한 냄새와 분진이 가득한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김민수씨는 “페인트 냄새가 진동을 해서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했다. 다른 주민도 “이 길을 출퇴근하면서 지나다니는데 먼지 때문에 먼 길로 돌아가게 된다”면서 “예전엔 높은 가림막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도 없고, 페인트 냄새까지 진동해서 특히 어르신들이나 아이들이 걱정”이라고 했다. 실제로 주변에는 노인복지센터가 가까이 있다.

공사장을 둘러쌌던 5~6미터 높이의 안전 가림막은 모두 철거됐다고 한다. 대신 1미터가량의 그물망 펜스가 둘러있었지만, 먼지나 혹시나 튈 수 있는 돌들을 주변으로부터 보호하기엔 부족해 보였다. 곳곳에서는 이 펜스가 기울어져 있어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고, 먼지나 냄새를 차단하는 장치는 없어 보였다.

서울 서대문구청 주거정비과 관계자는 “(서대문 아이파크가) 골조공사가 끝나고 마감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고, 지하주차장도 에폭시 공사 등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냄새와 먼지 등 주변 주민들의 민원 관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공사 측에 적정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고압살수기 등을 상시 배치해 먼지 발생을 최소화하는 등 노력 중”이라며 “도장 작업 등에 따라 불가피하게 일시적으로 냄새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아파트 주변 정비작업은 조합에서 부른 다른 건설업체가 작업을 할 수도 있어서 다른 업체의 작업 시 살수 작업을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 제13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 시공의 '서대문 센트럴 아이파크' 공사장 현장에서 페인트 냄새가 인근 주택과 도로로 퍼져나온다는 제보가 있는 부분(오른쪽 빨간원)과 살수 장치가 없어서 흙먼지가 도로와 주변에 퍼지고 있는 입구 모습(왼쪽 빨간원). (사진=손기호 기자)


■ "아파트 내 도로 공사 굴착기 매연, 하루 종일"

이뿐만이 아니다. 공사장 뒤편 주택가에서는 굴착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과 소음에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공사장 뒤편 주택가에는 이 아파트의 내외 도로를 정비하기 위한 작업으로 굴착기 여러 대가 작업을 하고 있었다. 공사 현장 주변의 한 주민은 “새벽 7시경부터 포크레인 소리가 계속되고, 매연이 가득해서 창문을 열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주차장이 외부에 개방돼 있는데 숨도 쉬기 어려울 정도로 매운 매연이 종일 가득하다”고 했다.

굴착기와 같은 건설기계에서 나오는 미세먼지(PM10)는 일반차량의 60배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환경부 교통환경과는 대기오염물질 저감을 위해 수도권 지역의 100억원 이상 관급공사의 경우는 건설기계 사용 시 저공해조치를 완료한 건설기계를 의무 사용하도록 규정하기도 한다. 이는 대기환경보전법 제43조(비산먼지의 규제) 제1항과 같은 법 시행규칙 제58조(비산먼지 발생 사업의 신고 등)에 따른 조치다.

일반 공사라 하더라도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의 경우,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저공해 건설기계 사용이 권고되거나 요구될 수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사업 승인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 "상수도 공사 이후 샤워기 필터 노랗게"…또 다른 업체 DHS건설 작업

아파트와 관련된 상수도 공사로 인한 주변 피해도 있었다. 공사장 부근 주택가에 거주하는 제보자 송지호씨는 “최근 상수도 공사가 있었는데, 공사가 이뤄지고 며칠 후 녹물인지 흙탕물인지가 나왔다”며 “샤워기 필터를 바꿨는데도 알 수 없는 쇳가루 같은 게 계속 나오는 게 보였다”고 제보했다. 그는 “2년 넘게 거주하며 처음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송씨가 지난 6일 촬영한 샤워기 필터에는 녹물 또는 흙탕물로 보이는 갈색의 오염물이 가득 묻어있었고, 가루같은 것도 보였다. 이후 교체한 필터 사진도 갈색의 물질은 없었지만 철가루 같은 검은 물질이 여전히 묻어있었다.

디에이치에스(DHS)건설이 지난달 27일부터 '서대문 아이파크' 정비사업 관련 상수도, 도시가스 등 이관 공사를 실시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왼쪽), 상수도 공사 이후 이달 6일 샤워기 필터에 오염물질이 유입됐다는 제보 사진(중앙)과 필터 교체 후에도 검은 물질이 샤워기 필터에 유입된 사진(오른쪽). (사진=제보)


송씨는 “서울시에도, 서부수도사업소에 연락해서 녹물인지 흙탕물이 정비사업 상수도 공사 이후 나온다고 했지만, 서부수도사업소는 시공사에 민원을 제기하라고 했고, 서대문구청도 시공사에서 연락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며 “원인 설명이나 안심시켜주는 것은 없었다”고 했다.

앞서 이러한 일이 있기 전에 또 다른 정비사업 업체 디에이치에스(DHS)건설은 서대문 센트럴 아이파크 주변 ‘상수도관 연결 공사’ 작업을 지난달 27일부터 며칠간 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 로고와 함께 ‘수돗물 단수 및 공사 안내’가 적힌 안내문이 주변 곳곳의 문이나 벽에 부착돼 있었다.

DHS건설 관계자는 “상수도 공사는 지난달 27일부터 진행해서 지금은 마쳤다”며 이물질 유입 가능성을 부인했다.

송씨는 “상수도 공사에 대한 안내도 그냥 공동현관이나 벽에다가 부착하기만 했지 별도의 안내는 없었다”며 “여기 다세대 주택만 해도 어린 아기들이 있는 집들도 있고, 주변 집들은 어르신들도 많은 것으로 아는데, 명확한 이유를 알려주거나 조사가 이뤄지질 않고 있어서 물을 마셔도 되는 건지 불안하다”고 했다.

■ 서울서부수도사업소, 민원 제기 후 뒤늦은 조치…"오전에 물 많이 빼 조치"

이후 송씨가 정식적으로 온라인 민원을 제기한 후 이날(7일)에서야 서울수도사업소에서는 조치가 이뤄졌다. 서울서부수도사업소 수질팀 관계자는 “상수도 공사로 인한 이물질 유입으로 보인다”며 “공사부서에서 오늘(7일) 오전 물을 많이 빼서 흙탕물 등이 유입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답했다.

상수도 공사 이후 녹물 또는 흙탕물 유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수도사업소 등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돼 있다. 수도법 제26조제1항에 따르면 수도를 통해 음용을 목적으로 공급되는 물에는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물질이 포함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병원성 미생물에 오염되었거나 오염될 우려가 있는 물질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기물질 또는 유기물질 ▲심미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 ▲그 밖에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 등에 대해서 조사하게 돼있다. 위생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수도법 제33조 및 제83조제6호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규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