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비빔면 제로슈거'. (사진-김성준 기자)
‘맛있는 음식을 보다 건강하게’. 건강 관리를 즐겁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추구하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는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우리 삶의 일부로 녹아 들었습니다. 이에 발맞춰 운동 용품에서부터 침구류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 제품들이 ‘건강’을 강조하고 나섰죠. 특히 식품업계는 ‘헬시플레저’ 트렌드를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한 산업 중 하나로 꼽힙니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는 다양했습니다. 높은 단백질과 낮은 지방 함량, 보다 적은 열량과 염분 등, 기존 식품에 다양한 변화가 더해졌죠. 이 중 단연 두드러진 것은 당류 저감에 대한 요구였습니다. 설탕보다 현저히 낮은 열량으로 단맛을 내는 대체감미료가 널리 활용되면서 다양한 식품에서 설탕이 밀려났죠. 탄산음료를 시작으로 아이스크림과 스낵, 주류에 이르기까지 설탕을 뺀 각양각색 ‘제로 슈거’ 제품들은 꾸준히 입지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종합식품기업 팔도에서도 최근 ‘제로 슈거’ 전선에 새로운 무기를 투입했습니다. 기존 팔도 대표 제품인 ‘팔도비빔면’에서 설탕을 뺀 ‘팔도비빔면 제로슈거’인데요. 그간 비빔라면 제품에 사용되는 액상 스프에는 적잖은 당류가 포함됐었는데, 이를 ‘알룰로스’로 대체하면서 섭취 부담을 한층 낮췄습니다. 국내 라면업계에서는 첫 시도인 ‘제로 슈거 비빔라면’이 어떤 맛을 보여줄지 살펴보겠습니다.
■상큼한 사과향과 단맛, 쫄깃함도↑…’원본’과는 다른 인상
기존 '팔도비빔면' 내용물(왼쪽)과 '팔도비빔면 제로슈거' 내용물. (사진=김성준 기자)
겉포장은 언뜻 보기엔 기존 ‘팔도 비빔면’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인데요. 푸른색 바탕에 특유의 글씨체로 ‘팔도 비빔면’ 제품명이 동일하게 들어가 있고, 아래에는 브랜드 모델을 대신해 ‘제로 슈거’라는 제품 특징이 검은색 바탕 위로 강조됐습니다. ‘팔도 비빔면 Ⅱ’가 갈색 바탕색을 사용해 첫인상부터 차별화한 것과 비교하면, ‘팔도 비빔면’ 본연의 정체성에 좀 더 무게를 두는 디자인으로 보입니다.
보다 건강한 ‘제로 슈거’ 제품을 표방한만큼 영양성분을 살펴봐야겠죠. 일단 기존 제품에서 12 g 함유됐던 당류가 0g으로 확 빠졌습니다. 이밖에 단백질은 9g에서 11g으로 조금 늘었고, 포화지방은 9g에서 7g으로 조금 줄었습니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고단백 저지방’에 한발치라도 더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전체 열량은 525kcal에서 470kcal로 약 10%가량 줄어들었는데, 면 자체의 열량 비중이 높다 보니 극적인 열량 감소가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비비기 전의 '팔도비빔면'(왼쪽)과 '팔도비빔면 제로슈거'. (사진=김성준 기자)
제품 구성은 면과 액상스프 하나씩으로 동일했지만, 내용물에는 조금 차이가 있었는데요. 밀가루 사용을 줄이고 전분 함량을 높이는 등 신규 배합을 적용한 면발이 기존 제품과는 확실히 달라 보였습니다. 훨씬 밝은 색상에 면발 굵기도 좀 더 두꺼웠죠. 소스 역시 기존 제품이 비교적 묽었던 것과 달리 고추장과 비슷할 만큼 되직했습니다. 면발 배합이 달라진 만큼 조리 시간도 차이가 있었는데, 의외로 면발이 더 두꺼워 보이는 ‘제로 비빔면’ 쪽이 2분30초로 기존 제품보다 30초 짧았습니다.
원본이 있는 ‘제로 슈거’ 제품의 가장 큰 과제는 ‘기존 제품과 얼마나 비슷한 맛을 구현했는가’ 인데요. 결론부터 내리면 맛의 결은 비슷했지만 체감되는 맛은 꽤나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기존 비빔면이 고추장 향미가 강한 것과 달리, 제로 비빔면은 사과향과 단맛이 크게 두드러졌습니다. 상큼한 단맛이 부각된 반면 매운맛은 훨씬 약해졌습니다. 면 식감도 확연히 달랐는데요. 신제품 면발은 칡냉면에 버금갈 정도로 쫄깃해졌는데, 여러 차례 씹어도 쉽게 끊어지지 않아 조금 질기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조리를 마친 '팔도비빔면'(왼쪽)과 '팔도비빔면 제로슈거'. (사진=김성준 기자)
기존 비빔면이 고추장 바탕 비빔국수라면, 제로 비빔면은 새콤달콤한 맛이 튀는 쫄면에 가까운 인상입니다. 제로 비빔면 맛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기존 비빔면과 비교하기엔 완성도가 조금 뒤떨어지는 편입니다. 특히 강렬한 사과향이 매콤한 맛과 조화되지 못하고 겉도는 듯한 느낌이 아쉬웠습니다. 원본 그대로의 맛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새콤달콤하고 쫄깃한 비빔라면을 찾고 있다면 한번쯤 시도해볼만 합니다. 무엇보다 야식을 먹을 때의 부담감을 55kcal만큼은 덜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