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전 대덕구 KT&G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제38기 KT&G 정기주주총회에서 방경만 KT&G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KT&G)
KT&G가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이하 FCP)와의 표대결에서 또 한번 ‘완승’을 거뒀다. FCP는 ‘대표이사 선임 시 집중투표제 배제’ 안건에 대해 날선 비판을 던지며 반대에 나섰지만 이번에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계속된 ‘KT&G 흔들기’가 연신 헛발질로 끝나면서 주주들의 지지를 끌어내기는 요원한 모습이다.
26일 KT&G에 따르면 이날 개최한 제38기 KT&G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주총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앞서 논란이 됐던 대표이사 사장 선임 방법 명확화를 포함한 정관 일부 변경을 비롯해 재무제표 및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승인, 이사의 선임(사내 1명, 사외 2명), 감사위원회 위원의 선임(1명),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안건이 상정됐으며, 주주들의 승인을 받아 모두 통과됐다.
이번 주총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던 것은 대표이사 선임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내용의 ‘대표이사 사장 선임 방법 명확화’ 안건이었다. KT&G는 대표이사 선임에 대해 전체 주주 찬반 의견을 묻고 이를 표결에 반영한다는 취지로 해당 안건을 상정했다. 하지만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이를 ‘황제 연임을 위한 꼼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FCP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가 해당 안건에 반대를 권고한 것을 언급하며 KT&G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과 기업은행이 반대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여론전을 펼쳤다.
이에 대해 KT&G는 또 다른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가 해당 안건에 찬성을 권고했고, ISS가 공신력 낮은 보고서를 발간해 유감이라며 즉각 반격했다. 주주들은 KT&G 측 손을 들어줬다. 1년차를 맞은 방경만호가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하는 등 전반적인 실적개선을 이뤄냈고, 지속적인 주주환원 확대로 주가도 선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T&G 관계자는 “금번 주총을 통해 정관 개정, 이사 선임 안건 등이 다수 주주 지지를 얻어 거버넌스 고도화 및 주주가치 증대 기틀을 다지게 됐다”라며 “향후에도 이사회 독립성과 전문성을 중심 축으로 본업 중심 경영성과를 창출하고, 국내외 최고수준 주주환원 이행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라고 말했다.
■소액주주 등 돌리며 ‘KT&G 흔들기’ 무산…방경만 대표 “수익성·성장성 최우선”
FCP가 주주총회에서 KT&G와 대립각을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FCP는 지난 2022년 KT&G 주식을 매수한 이후 매년 주총 때마다 표대결을 벌여 왔다. 하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2023년 주총에서는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추천, 평가보상위원회 정관 명문화, 주당 1만원 배당금, 자사주 소각 등 주주제안을 상정했지만, KT&G 이사회가 찬성한 배당 안건을 제외하면 모두 부결됐다. 지난해엔 방경만 사장 선임 반대와 함께 이상현 FCP 대표 사외이사 선임으로 이사회 직접 참여를 시도했지만 결국 모두 실패했다.
FCP는 주총 외에도 끊임없이 KT&G에 대한 잡음을 만들어 냈다. 올해 1월에는 KT&G 전·현 이사회의 자사주 1085만주를 무상 또는 저가로 기부해 회사가 1조원대 손해를 입었다며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5일엔 방경만 사장 취임 후 1년간의 경영 성과를 평가한 리포트를 발행하며 주가와 재무·주식시장 이해도, 독립적 경영마인드, 사업 비전 제시, 투명성 등 5가지 항목에서 모두 낙제점(F)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KT&G는 이때마다 해명에 나서며 FCP 측 주장을 반박하고 있지만 FCP의 공격은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올해 주총에서도 FCP는 ‘대표이사 사장 선임 방법 명확화’ 안건을 ‘집중투표제 무력화’로 규정하고 “집중투표제 본래 취지와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딴지를 걸었다. 하지만 결국 KT&G가 상정한 안건들이 모두 원안대로 가결되면서 그간의 표대결에서 모두 완패한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FCP가 단기 주가 부양을 목표로 한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소액주주의 지지를 잃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FCP는 올해 주총에서 한 건의 주주제안도 제출하지 못했다.
한편, KT&G는 이번 정기주총을 통해 2024년도 결산배당금을 주당 4200원으로 확정했다. 연간 배당금은 지난해 기 지급된 반기배당금 1200원을 포함해 5400원으로 전년대비 200원 증가했다. 이사 인원수 명확화, 감사위원 선임 관련 조문 정비, 대표이사 사장 선임 방법 명확화, 분기배당기준일 변경 건 등도 가결됐다. 사내이사로는 KT&G 총괄부문장인 이상학 수석부사장이, 사외이사로는 손관수 전 CJ대한통운 대표이사, 이지희 현 더블유웍스 대표이사가 재선임됐다. 손관수 사외이사는 감사위원회 위원으로도 선임됐다. KT&G는 이날 정기주총에 이어 경영진과 임직원 등 2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기념식 행사도 개최했다.
방경만 KT&G 사장은 이 자리에서 “수익성 제고와 성장성 가속화가 기업가치 제고의 근간이 되는 최우선 과제”라며 “지난해 글로벌 직접 사업을 확대하며 해외시장 개척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한 결과 해외궐련 부문이 회사의 수익 성장을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빠르게 변모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해 향후 궐련 중심 사업에서 확장한 새로운 개념의 ‘모던 프로덕트(Modern Products)’를 선보임으로써 마켓리더로서의 지위를 더욱 확고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