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글로벌 경기 침체와 트럼프발 관세폭탄 우려 속에서도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빅파마와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 잭팟을 연이어 터뜨리며 세계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올해 4월까지 3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들 기업의 총 계약규모는 약 7조원 대로 지난해 8조원 기록을 곧 뛰어넘을 기세다. 기술수출 규모가 곧바로 실질적인 실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술수출의 증가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기술적 경쟁력과 완결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반증이다.
최근 에이비엘바이오는 GSK와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를 기반으로 새로운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4조1000억원 규모의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BBB는 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치료제 개발에 있어서는 중요한 장애물로 작용한다. 그랩바디-B는 IGF1R(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 1 수용체)을 활용해 약물이 BBB를 효과적으로 통과하고 뇌에 전달될 수 있도록 개발된 플랫폼이다.
계약에 따라 에이비엘바이오는 계약금 739억원(3850만파운드)을 포함한 최대 1480억원의 계약금 및 단기 마일스톤(기술료)을 수령할 예정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그랩바디-B 관련 기술 및 노하우를 제공하고, GSK는 전임상 및 임상 개발, 제조, 상업화를 담당할 계획이다.
또한 에이비엘바이오는 복수 프로그램에 대한 개발·허가·상업화 성공 시 받을 수 있는 마일스톤으로 최대 3조9623억원(20억6300만 파운드)와 함께 순매출에 따른 단계별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권리도 갖게 된다.
앞서 1분기에는 올릭스와 알테오젠이 총 3조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이뤄내며 기대치를 높였다.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 올릭스는 지난 2월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약 1조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올릭스의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과 기타 심혈관·대사 질환을 표적하는 임상 1상 후보물질인 OLX702A 개발·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OLX702A는 전임상 연구에서 MASH 및 간 섬유화뿐 아니라 기타 심혈관·대사 질환에서도 효능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올릭스는 이번 계약을 통해 릴리로부터 선급금을 수령, OLX702A의 호주 임상 1상 연구를 완료할 예정이다.
지난 3월에는 알테오젠이 글로벌 빅파마 아스트라제네카의 자회사 메드이뮨과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원천 기술(ALT-B4)을 총 1조9620억원(약 13억5000만 달러)규모로 기술 이전했다. ALT-B4는 알테오젠이 개발한 인간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 효소로 기존의 정맥주사(IV) 제형 의약품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주는 물질이다.
알테오젠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정맥주사(IV) 제형 항암제 3종을 SC제형으로 개발한다. 이번 계약에는 계약금 650억원(약 4500만달러)를 포함해 개발·규제·판매 관련 마일스톤도 포함돼 있어 향후 개발과정에 따른 추가 수익이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2021년 13조원 규모 이후 한동안 하락세를 보이던 기술수출이 올해 들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며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이 세계에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로 신약 개발 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가 해마다 늘고 있는 만큼 올해 기업들의 기술수출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