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이노엔 케이캡, 대웅제약 펙수클루, 온코닉테라퓨틱스 자큐보(왼쪽부터). 사진=각 사
국내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개발 제약사들이 글로벌 진출, 신 제형 개발 등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기존 PPI(프로톤 펌프 저해제)계열 치료제의 점유율을 꾸준히 축소시키고 있는 가운데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까지 시장 확대에 힘쓰는 모습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P-CAB 계열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HK이노엔, 대웅제약, 온코닉테라퓨틱스 등은 글로벌 시장확대와 신규 제형·적응증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 제품의 차별화된 장점을 극대화해 국내 및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린다는 목표다.
HK이노엔은 지난 1월 호주 제약사 서든 엑스피와 호주·뉴질랜드에 ‘케이캡(테고프라잔)’ 완제품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서든 엑스피는 케이캡에 대한 독점 유통·판매 권리를 갖는다. 호주와 뉴질랜드 의약품 시장은 2023년 기준 약 22조원 규모이며, 이 중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은 약 1500억원에 달한다.
케이캡은 HK이노엔이 2010년 일본 라퀄리아로부터 기술이전 받아 개발한 국산 위식도역류질환 신약으로 2019년 출시 이후 다음해인 2020년부터 5년 연속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케이캡은 현재 한국을 포함해 미국·중국 등 전 세계 48개 국가에 진출했으며 15개 국가에 출시돼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미국 진출 역시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HK이노엔은 미국 진출을 위해 지난 2021년 세벨라의 자회사인 브레인트리와 총액 5억4000만 달러(한화 약 7537억원) 규모의 케이캡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에서 케이캡 출시를 목표로 비미란성식도염을 적응증으로 하는 임상3상은 종료됐으며 미란성 식도염은 올 하반기 마무리될 전망이다.
대웅제약은 이달 초 자사의 P-CAB 계열 신약 펙수클루를 인도 시장에 정식 출시했다. 적응증은 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으로 국산 P-CAB 제제가 인도에 출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인도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MS의 2023년 데이터 기준, 중국·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4위의 항궤양제 시장으로 연간 규모는 1조 4000억원을 넘는다. 대웅제약은 인도를 펙수클루의 글로벌 핵심 거점국으로 선정하고 2023년 12월 인도 1위 제약사 선파마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품목허가 신청부터 출시까지 빠른 속도로 진행하며 현지 진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대웅제약은 이번 인도 출시로 한국, 멕시코, 칠레, 에콰도르, 필리핀 등 6개국에서 판매하게 됐다. 이 외에도 19개국에서 품목허가를 신청했고, 5개국과 수출 계약을 체결해 총 30개국에 진출한 상태다. 대웅제약은 2027년까지 100개국 진출을 목표로 글로벌 확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제일약품의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최근 자큐보 구강붕해정의 신규 품목허가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했다. 이번 허가 신청은 기존에 허가받은 자큐보의 신규 제형 변경 개발로 임상 형태상 1상으로 분류되는 생물학적 동등성 입증 결과를 기반으로 한다.
구강붕해정은 물 없이도 입안에서 녹여 복용할 수 있는 제형으로 알약을 삼키기 어려운 환자나 빠른 복용이 필요한 이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특히 자큐보 구강붕해정은 기존 제품보다 소형화돼 휴대성을 높였으며 역류성식도염 환자에게 속쓰림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민트향 대신 시장 선호도가 높은 오렌지 향을 첨가해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 1월에는 자큐보의 위궤양 치료 적응증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추가 허가 심사도 진행중이다. 중국에서는 경구형 임상 3상과 주사제형 임상 1상을 병행하고 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다양한 제형과 적응증 확보로 국내외 P-CAB 시장에서 자큐보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에서 P-CAB 제제의 점유율은 2019년 3%에서 2024년에는 20%로 높아졌다”며 “P-CAB 신약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제약사들이 환자 중심의 연구개발을 통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신약으로 육성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