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의 거침없는 베팅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주에 미국 증시에선 수십조원이 사라지는 상황임에도 이들은 반등 기대감을 갖고 공격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개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주식은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SOXL)'다. 총 8억5376만달러 규모를 사들였다. 2위를 차지한 '프로쉐어즈울트라프로 QQQ ETF(3억3736만달러)'보다 두배 이상 많은 규모다. 특히 나스닥지수가 1만5300선까지 떨어졌던 지난 8일에도 개인들은 2억2660달러 이상 순매수하며 과감한 베팅을 이어갔다.
이 ETF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상품으로 서학개미들의 단골 매수 종목이다. 지난해 7월 이른 바 M7 열풍을 타고 주당 70달러를 넘어서는 등 불기둥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 다만 급락시 충격도 3배로 커 지난 7일 장중 7.23달러까지 무너지는 쇼크를 보이기도 했다. 한 달 수익률만 놓고 보면 이미 반토막 수준이다.
2위를 차지한 ‘PROSHARES ULTRAPRO QQQ ETF(TQQQ)’ 역시 레버리지 상품이다. TQQQ는 나스닥 100지수의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돼 있다. 나스닥 지수가 1% 상승할 경우 3%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구조다.
서학개미들의 ‘원픽’, 테슬라에 대한 매수도 이 같은 흐름이 반영되고 있다. 개인들은 이달에도 테슬라 주식 3억1491만달러를 순매수한 동시에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ETF'도 1억9100만달러 가량 사들였다.
현재 개인들이 보유 중인 테슬라 주식은 170억6100만달러 규모로 여전히 1위다. 다만 주가가 급락하면서 지난해 말 500달러대에 근접했던 당시 보유 규모인 255억6710만달러로는 1/3 수준으로 줄었다.
한 운용사 해외ETF담당 운용역은 "최근 개인들 손실이 커지다보니 레버리지 투자로 손실을 빠르게 복구하겠다는 반발 욕구가 더 강해지는 분위기"라며 "미국 대표지수들조차 변동성에 흔들리는 시장 상황을 감안했을 때 특정 섹터나 종목을 레버리지로 추종하는 ETF를 저가 매수 전략으로 접근하기엔 리스크가 크다. 트럼프 관세 전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다양한 메크로 환경을 감안했을 때 고른 분산투자 전략이 보다 안전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