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간담회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저 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 청산”, “주가조작 엄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자본시장 정책이 서서히 밑그림을 드러낸다. 과거 주식 투자의 경험을 강조한 이 후보가 ‘저PBR 기업 청산’을 외치며 코스피 5000시대 비전을 제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을지 시장 참여자들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상법 개정은 재추진...PBR 0.1배, 빨리 정리해야"
지난 21일 이 후보는 여의도 금융투자협회를 찾아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과거 개미였던 경험을 강조하며 상법 개정안 재추진에 대한 의지 등을 명확히 했다.
이 후보가 코스피 5000 시대의 전망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대통령 선거 당시에도 이 후보는 “주식시장에서 주가 조작하고 장난치는 사람이 많아서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너무 저평가돼 있다”며 “공정 질서를 만들고 주식시장을 정상화해 ‘주가지수 5000시대’를 열겠다”고 외친 바 있다.
특히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은 국회서 재의결에 실패한 상법 개정안 재추진 의지와 저 PBR주에 대한 입장 등이다.
이 후보는 “상장회사의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해 주주 이익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거나 “경영 감시 기능 강화를 위한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시장 물을 흐리는 종목은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 PBR이 0.1, 0.2배 종목들은 빨리 청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선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 기업의 재무 부담 가중과 인수합병(M&A) 및 신사업 진출 등으로의 활용 등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또한 행동주의 펀드 등에 의한 지배구조 불안 등도 우려되는 부작용으로 꼽힌다.
■ "시장 이해도 높아...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의지 있어"
이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일단 이 후보가 자본시장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이해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 향후 정책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모든 정책에 대해 의견이 갈릴 수 있다”면서도 “현재 거론되는 유력 후보 중 실질적인 주식시장에 대한 개념과 이해를 바탕으로 해결방안이나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는 후보가 없었던 데 비해 합리적인 근거들과 그럴 듯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일부 발언들은 그간 시장에서 공공연하게 언급하기 꺼려했던 부분들도 있는데, 그만큼 직접적이고 현실적 문제들을 파악하고 있다는 얘기”라며 “이번 상법 개정안은 이 후보에 대한 ‘기계적 반대층’을 제외하고 본다면 자본시장의 유권자 유입 효과도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운용사 대표는 “긍정적인 측면들을 본다면 기업 경영진들도 경쟁력 있는 철학과 대안을 갖고 책임감 있게 운영해야 한다는 점, 주가조작범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시장을 정화하겠다는 점 등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라며 “이전 정부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형태는 달라졌지만 의지는 동일하다는 점에서 주주환원 확대 등 시장에 긍정적일 것 같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