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홍 GS건설 대표가 1월 2일 충남 서산시 ‘대산임해공업용수도 건설공사’ 현장서 시무식을 진행하며, 현장직원들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GS건설)
■ 현장 중요성 배운 첫 사회생활···경영철학으로 자리잡아
GS건설 허윤홍 대표이사 사장이 GS그룹 차기 총수 후보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허 사장은 창업주 고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장손으로, ‘직계’ 혈통이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하지만 총수 자리를 두고는 상징만으론 부족하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평가다. 이에 허 사장은 ‘현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능력을 선보이고 있다.
허윤홍 사장의 이력엔 다소 이색적인 ‘주유소 근무’ 이력이 있다. 2002년 GS칼텍스 평사원으로 입사한 허 사장은 아버지 허창수 명예회장의 권유로 주유소에서 ‘현장 근무’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험은 그의 경영 철학이 현장에 뿌리내리는 계기가 됐다.
2005년 GS건설에 입사한 이후 전략기획, 글로벌사업팀 등 그룹의 신성장 동력과 관련된 부서에서 경력을 쌓았고, 2020년 사장으로 승진하며 본격적인 경영 전면에 나섰다. 첫 사회생활에서 배운 ‘현장 중심’은 그의 경영 철학이 됐다. 지난해 새해 시무식을 충남 서산시 ‘대산임해공업용수도 건설공사’ 플랜트 현장에서 진행하면서 본격적인 현장안전경영에 시동을 건 후 매월 첫째 주 목요일을 안전 점검의 날로 정하고 현장 방문을 계속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젊은 세대와의 소통 능력, 디지털 전환에 대한 감각, 유연한 조직 운영 등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AI 기반 현장 시스템 ‘자이보이스’, ‘자이북’ 도입도 그의 지시로 시작됐다. 그는 최근 임원 워크숍에서 “AI는 생존의 문제”라며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더욱 높일 것을 주문했다. 숙련 노동자 감소, 원자재 비용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AI 로봇, 자동화 기술로의 대체 필요성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다.
GS건설 3월 안전점검의날 행사에서 허윤홍 대표(사진 가운데) 현장에 적용된 AI활용 사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GS건설)
■ 신사업·해외시장 성과···체질 개선 신호탄 ‘기대’
2023년, GS건설은 3879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하지만 단 1년 만인 2024년, 2862억원의 영업이익으로 돌아섰다. 신규 수주는 19조9100억원으로, 전년(10조1844억원) 대비 95.5%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건축주택 부문이 전년 대비 52.0% 증가했으며, 신사업 부문은 183.2%, 플랜트 부문은 520%, 그린 부문은 246.2% 성장해 이는 ‘체질 개선’의 첫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허윤홍 사장은 단순 시공사가 아닌 디벨로퍼(개발 사업자)로의 전환을 강조해왔다. 폐배터리 재활용, 모듈러 주택, 해수 담수화 등 ‘미래형 먹거리’에 투자하는 등 공을 들였다. 해외시장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사우디 파딜리 가스 프로젝트(1.6조원), 동북아 LNG 허브 터미널(5879억원) 등 굵직한 계약을 따냈다.
■ 혈통 갖춘 디벨로퍼···지속적 수익성 ‘과제’
하지만 성과가 모두 숫자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영업이익률은 여전히 2%대, 수익성과 지속가능성 면에서는 갈 길이 멀다. 해외사업 특성상 정치·환율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GS건설의 부채비율은 250%. 지난해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GS이니마 매각, 자산 정리 등 구조조정 움직임도 병행되고 있다.
1대 회장인 허창수 명예회장과 2대 회장인 허태수 현 회장은 모두 고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이 때문에 허준구 일가의 장손이자 허창수 명예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 사장은 총수직과 가장 가까운 ‘혈통’이다
그룹 내 상징성과 내부 입지 측면에서 확고한 위치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완성형 리더’가 되기 위해선 실적 개선이라는 확실한 증명이 필요하다. 허윤홍 사장은 검단 사고 후 빠른 수습으로 위기 대응력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것이 일시적인 반등인지 체질 개선의 시작인지 여부는 실적의 ‘지속성’으로 증명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