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사옥 전경. (사진=뷰어스DB)
SK에코플랜트가 회계 부정 의혹과 대규모 자산 매각이라는 복수의 리스크를 안은 채 중대한 기로에 섰다. 오는 24일 금융위원회 산하 감리위원회에서 미국 자회사 매출 과대계상 의혹에 대한 심의가 예정돼 있다. 결과에 따라 검찰 고발과 임원 해임 권고 등 중징계가 내려질 가능성도 나온다. SK에코플랜트는 이번 사안을 둘러싸고 "고의성이 없고 IPO와 무관한 과거 회계 처리"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 자회사 매출 과대계상 의혹 중징계 기로…SK "회계법인 검토 거친 처리" 반박
22일, 금융감독원은 SK에코플랜트가 지난 2022~2023년 미국 연료전지 자회사 A사의 매출을 과도하게 계상해 연결 재무제표를 왜곡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감리위가 이를 받아들이면 검찰 고발과 전 대표 해임, 수십억원대 과징금 등 고의 분식회계에 준하는 강도 높은 제재안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SK에코플랜트는 이와 관련 상장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기업가치를 부풀리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실제로 금감원은 "미래 에너지 사업 확장을 위한 IPO 과정에서 과잉 매출을 계상해 기업가치를 높이려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SK에코플랜트는 해당 회계처리는 IPO와 무관하고 현지 회계법인의 검토를 거친 과거 회계 처리였다고 반박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가 본지에 밝힌 공식 입장에서는 "이번 회계 이슈는 미국 현지 자회사의 과거 사업과 관련된 사항이고, 당시 현지 회계법인의 검토를 거쳐 처리된 회계 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IPO 추진과의 연관성은 없고 관련 의혹에 대해 성실히 소명 중"이라고 했다.
이번 건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대기업 계열사의 회계감리 중징계 논의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이 때문에 SK에코플랜트 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하이브 방시혁 의장, 메리츠화재 전 사장 등을 연달아 검찰에 고발하며 회계 부정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SK그룹이 다시금 회계 이슈로 시험대에 올랐다.
■ 입찰 결과 따라 IPO도 흔들…대규모 매각 병행 중
IPO를 대비해 재무구조 개선에도 바쁜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에 회계 이슈까지 겹쳤다. SK에코플랜트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대규모 자회사 매각 작업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대표 환경 계열사인 리뉴어스(구 환경시설관리)와 리뉴원(구 대원그린에너지) 지분 2조원 규모 일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해상풍력 자회사 SK오션플랜트 매각도 물밑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는 오는 2026년까지 상장을 완료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지키기 위한 부채비율 개선과 신용등급 방어 차원의 구조조정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2년 약 1조원 규모의 프리IPO 투자 유치 당시 상장을 전제로 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상장 성공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구조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감리위의 결론에 따라 연내 IPO 계획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안을 SK에코플랜트가 회계 투명성, 재무구조 개선, 상장 일정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 전체가 최근 구조조정과 미래 먹거리 발굴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SK에코플랜트는 회계 이슈까지 겹쳐 유례없는 시험대에 오른 셈"이라며 "감리위의 판단에 따라 IPO 준비 시점도 유동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SK에코플랜트 입장에서는 솟아날 곳도 있다. 최근 대법원이 삼성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관련 무죄를 확정한 사례가 있어서다. 금융당국이 법적 안정성을 고려해 최종 판단을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증권선물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 회계 의혹과 관련해 금감원의 '고의' 판단을 '중과실'로 낮춰 결론 내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