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GS칼텍스 제2회 Deep Transformation Day에 참여한 허세홍 사장 (사진=GS칼텍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GS그룹 4세 경영자들 중 가장 먼저 존재감을 드러낸 인물이다. 그러나 최근 정유업 불황의 긴 터널 속에서 그의 리더십에 대한 시험대도 동시에 시작됐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에서 ‘산업의 혈맥’으로 불리는 정유업의 미래가 흔들리는 지금, 허 사장은 본업의 반등과 신사업 성과라는 이중 과제를 짊어진 채 총수 후계 구도 한복판에 서 있다.
‘한국의 석유왕’ 허동수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난 허 사장은 서울 휘문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일본 오사키전기, 뱅커스트러스트 한국지사, IBM 뉴욕본사에서 근무했으며, 2003년 GS칼텍스에 입사해 싱가포르 법인장과 여수 공장장을 거쳐 석유화학사업본부 본부장 부사장, 석유화학·윤활유사업본부 본부장 부사장을 역임했다.
지난 2016년 허 명예회장이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면서 GS칼텍스 등기이사에 선임됐으며, 약 10개월 후 GS글로벌 대표이사에 오르며 경영인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그는 2017년 2월 GS칼텍스의 등기이사에서 물러나 기타비상무이사가 됐으며, 같은해 11월 2018년도 GS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2019년부터는 GS칼텍스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며 현재까지 사업을 이끌어오고 있다.
■ 그룹 핵심 캐시카우로 존재감···정유 사이클 리스크에 ‘주춤’
그의 존재감은 수치로도 입증됐다. GS칼텍스는 그룹 매출과 수익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핵심 계열사다. 2022년에는 3조9795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허 사장의 리더십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정제마진 하락과 유가 불안 등 복합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해 매출은 47조6142억원으로 2023년보다 2% 줄었고 영업이익은 1조6838억원에서 5480억원으로 급감했다.
허세홍 사장은 정유업의 구조적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정유산업은 유가와 정제마진 등 외생변수에 민감하며, 유럽과 미국 등 주요국의 탈탄소 기조에 따라 수요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크다. 이 때문에 그는 저탄소 중심의 신사업 투자를 확대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섰다. 허 사장은 대표이사 취임 이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과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을 중심으로 한 ‘딥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차별성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GS칼텍스)
■ 강력한 ‘한방’ 부족한 신사업···성과 없인 ‘왕위 계승’ 없다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성과는 뚜렷하지 않다. 지난해 12월 사업보고서 기준 GS칼텍스 정유 부문과 윤활유 부문의 매출 비율은 각각 78%, 4.0%로 전체 매출 비중의 82.0%를 차지한다.
GS칼텍스는 여전히 그룹의 캐시카우다. 허세홍 사장은 2022년부터 이사회 의장까지 겸직하며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했다. 하지만 정유업황이 꺾인 지금, 그의 리더십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GS건설 허윤홍 사장 등과의 경쟁 구도 속에서 다른 4세 경영자들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차기 총수로서의 확고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지배력보다 실적과 비전이 핵심 잣대가 될 GS가에서 왕위 계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은 신사업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