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운전 출항을 앞두고 1000t 메탄올을 선박 대 선박으로 공급받은 1만6200TEU급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박 (사진=해양수산부)
■ LNG에서 암모니아, 다시 수소로… 연료 전쟁의 서막
글로벌 해운업계가 ‘탄소 없는 항로’를 향한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제시한 탈탄소 로드맵이 본격화되며 각국은 ‘화석연료 없는 선박’을 개발하기 위한 기술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선과 해운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이 전환의 중심엔 차세대 친환경 연료가 있다.
IMO는 지난 4월 제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 2027년부터 5000t 이상 선박에 온실가스 집약도(GFI) 기준을 강화하는 중기 조치를 의결했다. 기준을 초과하면 톤당 100~380달러의 배출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친환경 선박의 첫 주자로는 LNG 추진선이 꼽혔다. 벙커유 대비 CO₂ 배출량을 25~30% 줄일 수 있는 LNG 추진선은 연소 과정에서 메탄이 누출되는 ‘메탄 슬립(Methane Slip)’ 문제로 과도기적 해법의 한계에 부딪혔다.
이후 무탄소 연료 가장 주목받는 암모니아는 연소 시 CO₂가 배출되지 않고 상온에서도 액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해운 연료의 46%가 암모니아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한다. 수소 역시 궁극의 무탄소 연료로 꼽히지만, 고비용과 저장·운송의 복잡성 탓에 현재로선 연료전지 기반 중소형 선박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최대 규모 암모니아운반선 (사진=한화오션)
■ 탄소 없는 선박을 향한 치킨게임… 한국, 살아남을 수 있을까
국내 조선 3사는 새로운 연료 시대에 대비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LNG와 메탄올, 암모니아 등을 디젤과 번갈아 쓸 수 있는 이중연료 엔진으로 글로벌 조선사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암모니아 연료전지 추진 VLAC’와 세계 최초 ‘부유식 블루 암모니아 생산 설비’로 주요 선급 설계 인증(AIP)을 받았다. 한화오션은 화석연료 없이 엔진 착화가 가능한 암모니아 가스터빈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기술력만 놓고 보면 한국은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경쟁 우위에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연결은 다소 불안정하다. 중국은 국영 조선그룹이 세계 최초로 암모니아 추진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을 동시 수주했고 일본은 조선사 간 컨소시엄을 통해 ‘원팀 전략’에 나섰다. 반면 한국은 조선 3사가 각자도생 중이다. 정부 주도의 기술 생태계 조성이나 협업 체계가 부족한 상태다. 산업 현장에서는 “기술은 있지만 조직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기술·자본·전략의 조화… ‘골든타임’을 지켜라
단절은 자본 부담으로 이어진다. 연료 전환, 장비 교체, 인프라 구축, 탄소세까지 각 사의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한국해운협회는 CII D등급 이하 선박을 친환경선으로 전환하는 데만 최소 4조원이 들 것으로 추산한다. 결국 이러한 비용은 화주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보스턴컨설팅그룹과 세계금융시장협회는 “2050년 완전한 해운 탈탄소화를 위해선 운임에 10~15%의 가격 프리미엄이 붙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모든 문제를 민간이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친환경 선박을 국가 전략으로 격상시키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 화물창 기술로 한국이 앞서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암모니아와 수소 시대엔 얘기가 달라진다”며 “전략이 없으면 기술도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