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수소 승용차 '디 올 뉴 넥쏘'. (사진=현대차그룹)

글로벌 수소차 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정의선 회장의 강한 의지 아래 수소차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15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수소자동차 시장의 판매량은 11.3% 줄어든 2119대에 그쳤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전환이 추진되는 가운데, 아직 수소차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수소차 판매가 줄어든 데다, 인프라 부족 및 높은 가격, 유지비 부담 등이 침체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SNE리서치는 "수소차는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고 충전 인프라 부족, 차량 가격, 유지비 등 경제성 문제까지 겹치면서 소비자 선택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수소차 넥쏘를 772대 판매, 11.6%의 성장률로 시장 1위 자리를 지켰다.

현대차는 최근 7년 만에 신형 넥쏘를 공개하며 수소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형 넥쏘는 5분 충전으로도 7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실내 공간과 안전·편의사양, 견인능력, 디자인 등 상품성을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상용차 부문에서도 현대차의 행보는 두드러진다. 현대차는 지난 4월 수소 전기트럭 '더 뉴 엑시언트'를 미국 시장에 공개하고, 현지에 대형 수소충전소 구축을 추진 중이다.

또 중국 광저우에는 수소연료전지 생산기지 HTWO를 설립해 현지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울산에 오는 2028년 착공을 목표로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처럼 현대차가 수소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굳건한 의지가 자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회장은 1세대 넥쏘를 선보일 당시부터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소의 가능성을 알렸다. 그는 프랑스의 '수소위원회 CEO 총회'에 참석해 수소사회의 필요성을 이야기한 데 이어, 미국의 전미 주지사협회 리셉션에도 참석해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정 회장은 최근 현대자동차그룹 모든 계열사의 수소에너지 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신설했다. 장재훈 현대차 완성차담당 부회장이 총괄하는 기획조정담당 산하에 에너지수소사업본부를 만들고, 수소에너지의 생산, 저장, 운송 등 전반적인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한다는 구상이다.

정 회장은 "수소차는 단기적 관점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기술"이라며 "전기차와 함께 수소차를 차세대 친환경차로 육성하겠다"고 거듭 밝힌 바 있다.

다만 업계는 충전 인프라 문제가 수소차 산업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바라본다. 15일 기준 전국에 설치된 수소충전소는 총 219개소다. 특히 일부 도심 충전소는 이용자들의 혼잡을 줄이기 위해 예약제로 운영될 정도로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다.

또 정부 차원의 수소 에너지 통합 관리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관리원, 한국가스공사 등 여러 부처가 담당하고 있으나, 공급망 전체를 총괄하는 전담 기관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자동차가 대중화되려면 충전 인프라 확충은 물론, 전반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비롯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