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플렉스 싱가포르 신규 공장 준공식 (사진=DL케미칼)
DL케미칼이 자회사 카리플렉스 매각을 추진 중이라는 시장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회사 측은 “결정된 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설을 DL케미칼의 ‘선택과 집중’으로 해석하고 있다.
■ 알짜 자회사 매각 카드, 왜 꺼냈나
DL케미칼은 최근 카리플렉스와 관련해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한 글로벌 투자은행(IB) 접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희망 매각가를 1조원 후반~2조원으로 추산한다.
카리플렉스는 2020년 약 6200억원에 인수한 특수 라텍스 제조사로, 수술용 장갑·피임용품 소재인 폴리이소프렌(IRL) 분야 세계 1위 업체다. 지난해에도 매출 2397억원, 영업이익 474억원을 기록하며 DL그룹 내에서 드물게 안정적인 실적을 냈다.
그러나 그룹 차원에서는 확장성의 한계와 현금 확보 필요성이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DL케미칼은 2022년 미국 크레이튼을 약 3조원에 인수하면서 부채비율이 78%에서 350%로 급등했다. 여천NCC 손실까지 겹치며 재무 부담은 한층 커졌다.
■ 크레이튼 인수, 기회이자 부담··· ‘선택과 집중’ 전환점
카리플렉스 매각설과 별개로, DL케미칼은 전사적 디지털 전환 활동을 전개 중이다. 지난해까지 112대 규모의 IT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이관했고, SAP S4 HANA 기반 ERP 고도화도 완료했다. 연구관리·생산관리·도면관리 등 ‘Non-SAP’ 시스템 개선을 통해 운영 효율성도 높였다.
임직원 대상 ‘DX-혁신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데이터 분석, 제조공정 최적화, 생성형 AI 활용 교육을 강화하고, AI 챗봇과 생산 관리 자동화 등 현장 적용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DL케미칼은 카리플렉스 매각 여부를 두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크레이튼의 반등 시점까지 버틸 체력을 마련하는 동시에, 신사업과 디지털 전환에 자원을 집중하는 구조 재편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재무 개선과 포트폴리오 조정, 그리고 글로벌 전환기 전략이 맞물리면서 DL케미칼의 향후 행보는 한층 무게감 있게 시장의 시선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