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과 전통 금융 시장의 유동성 랭킹 비교./자료=코빗 리서치센터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국내서 스테이블코인 테더 가격이 이례적으로 튀는 현상이 나타났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앞둔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가격 안정화를 위한 제도 보완 등이 요구되는 상황.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 11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과의 무역분쟁 예고 발언으로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대부분의 코인 가격이 폭락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거래소에서 대량이 마진콜이 발생, 글로벌거래소에 증거금 추가납입을 위해 국내 테더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중 무역 갈등 촉발 당시 빗썸에서는 테더 가격이 순식간에 5755원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타 국내 거래소나 글로벌 시세에서 테더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타 거래소와 달리 빗썸에서 유독 테더의 가격이 폭증한 것은 빗썸이 레버리지 상품인 '랜딩플러스'를 출시하면서 테더 대여 물량이 6억개 이상 쌓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막대한 물량이 한꺼번에 청산 임곗값에 도달하면서 강제 매수 주문이 이어졌고, 가격 폭등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빗썸 측은 지난 14일 자동 상환 과정에서 다른 거래소 최고가(1700원)보다 높은 가격에 체결이 발생한 회원들의 손실을 전액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국내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가격 왜곡 현상이 노출되자 이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선 글로벌 거래소에서의 가격 등락폭이 100% 반영되지 않으면서 '김치 프리미엄'이 발생하고, 해외 거래소와 국내 거래소 간 차익 거래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가격 왜곡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들은 자산 가치가 1달러에 고정(페깅)되어 있기 때문에 1달러의 원화 가치인 1400원 대에서 소폭 등락을 거듭하지만, 국내와 해외 거래소에서 가격 차이가 발생할 경우 차익을 얻기 위해 일종의 '환치기' 거래로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도 폭등할 수 있는 구조적인 한계도 있다.
업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페깅이 깨지는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시장조성자(Market Maker)'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시장조성자는 특정 종목에 대해 지속적으로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해 시장 유동성을 높이고 급격한 가격 변동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코빗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Wintermute, GSR 등의 시장조성자 업체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코인베이스를 포함한 주요 해외 거래소들이 유동성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유동성이 낮은 거래쌍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체계적인 유동성 관리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코빗의 김민승 리서치센터장은 "테더의 가격 급등 사태는 오더북에 비해 수요가 급증해서 가격 변동성이 커진 사례로, 이론적으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에도 같은 문제 발생이 가능하다"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시장조성자 제도 법제화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