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 주재로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에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양종희 KB금융지주,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사진=연합)
내년 3월,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회장 임기가 일제히 만료된다. 신한금융, 우리금융, BNK금융 등 대형 금융지주는 새로운 리더를 맞는다. 이번 경영진 선임 과정은 단순한 인사 절차를 넘어, 한국 자본시장이 코스피 5000시대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거버넌스 수준을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상장회사의 경영진은 주주의 대리인이다. 주주의 이익을 높이는 것이 그들의 가장 중요한 책무이며, 이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이 리더로 선임돼야 한다는 것은 자본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물론 대부분의 국내 기업은 창업주 가문이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어 소액주주의 의견이 직접적으로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창업주가 기업의 장기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경영권을 유지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다.
반면 금융지주회사는 성격이 다르다. 우리나라의 주요 금융지주사는 특정한 지배주주가 없는, 국민연금 등 다수의 국민이 주주로 참여하는 공공적 성격의 상장기업이다. 경영진 선임 과정에서 모든 주주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간의 현실은 다소 아쉬운 점이 많았다.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후보를 심사하고 회장을 선임하는 절차가 형식적으로는 존재했지만, 그 과정은 주주들에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 주주들은 어떤 후보가 어떤 기준으로 평가받았는지, 최종 결정이 어떤 이유로 내려졌는지를 알기 어려웠다. 이는 주주의 알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 것이며, 개정 상법이 강조하는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의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런 비공개적 구조 속에서는 때때로 외부의 영향력이 작용하기도 했다. 과거 정권 교체기에 금융지주 회장 인사가 정치적 변수로 거론되었던 사례들이 있고, 이는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며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제는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가 필요하다. 임추위는 ‘기업가치 극대화’라는 명확한 기준 아래 후보를 검증하고, 그 과정과 판단 근거를 주주에게 성실히 설명해야 한다. 사외이사들은 시장이 요구하는 수준의 정보 공개와 절차적 투명성을 책임감 있게 이행해야 하며, 주주가 안심하고 리더에게 회사를 맡길 수 있도록 충분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또한 훌륭한 리더를 선임하는 것 못지않게, 그에게 명확한 목표와 합리적인 보상 체계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오너가 아님에도 경영성과에 바탕해 장기집권하며 월가의 황제로 불리며 회사를 성장시켰다. 그의 성공에는 주가와 연동된 강력한 스톡옵션 제도와 자기자본이익률(ROE)에 기반한 성과 보상이 있었다. 경영자의 보상 체계를 주주의 이익과 일치시키는 구조가 기업 성장을 이끌었다.
이번 금융지주 회장 선임은 과거의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임추위가 주주의 관점에서 투명한 절차를 마련하고, 최고의 전문가가 공정하게 선임되어 기업가치 향상으로 그 성과를 증명하길 기대한다.
밀실이 아닌 열린 공간에서, 모든 주주가 함께 지켜보는 ‘투명한 축제’의 장에서 한국 금융의 미래를 이끌 리더가 탄생하길 바란다. 금융지주가 진정한 상장회사로서 주주 중심의 경영을 실현하는 순간, 한국 자본시장을 둘러싼 구조적 디스카운트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 강대권 대표는 현재 라이프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및 동대학원 석사(산업경제학 전공)를 마쳤고, 서울대 가치투자 동아리 '스믹(SMIC)' 출신으로도 유명하다. 가치투자 2세대 스타 펀드매니저인 강 대표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거쳐 유경PSG자산운용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했다. 당시 국내 운용사 최연소 CIO다. 지난 2016년, 2020년 국내 주식형 운용사 수익률 1위를 기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