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토스의 얼굴 인식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스페이' 정식 출시를 알리는 기자간담회에서 오규인 부사장이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 제공=토스
"언제까지 플라스틱 카드 들고 다닐거니?"
플라스틱 카드를 넘어 새로운 결제 생태계를 앞둔 플랫폼들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얼굴결제(페이스페이)를 둔 네이버페이와 토스와의 긴장감이 물리적인 단말기를 넘어 관련 가이드라인을 정립하는 부분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2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네이버페이와 토스의 얼굴결제를 둘러싼 갈등 구도가 여신업계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양사 간 국내 단말기 업체를 사이에 둔 기싸움이 이제는 여신업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자리로까지 옮겨붙은 모양새다.
앞서 토스는 지난 4월 얼굴인식 결제 사업을 위해 국내 단말기 제조 업체인 SCSPro와 단말기 생산 및 지분투자 관련 약정을 체결했다가 SCSPro측이 돌연 약정해지를 통보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토스 측은 법원에 계약 체결 및 이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다루는 과정에서 네이버페이와의 갈등이 드러났다. 토스 측은 SCSPro측이 돌연 협상을 번복한 배경에 네이버페이 측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네이버페이 측은 이를 부인한 상황이다. 지난달 가처분 소송에서 토스 측이 승소하면서 사안은 본안 소송으로 넘어갔다.
이 같은 두 경쟁 기업의 신경전은 이제 얼굴결제 관련 여신업계로 옮겨붙은 모양새다.
소비자가 페이스페이 등 간편결제를 이용한다고 해도 최종적으로는 미리 지정한 신용카드로 결제가 연동되기 때문에 간편결제사들과 카드사의 협력은 필수. 여신협회 감독규정에 따르면 카드결제 시 여신협 가이드라인에 따라 본인확인 등을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를 구심점으로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 중이다. 새로운 결제 시장은 간편결제사들이 이끌어가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여신업계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셈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에도 경쟁사들이 서로 견제하면서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현재 협의체에서는 카드등록, 삭제, 인증, 결제 등 페이스관련 분리요구사항 몇 가지 항목을 두고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각종 간편결제 서비스에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마저 결제 시장에 유입되면서 '플라스틱 카드'가 머지않아 사망선고를 받게 될 처지에 놓인 카드업계도 복잡한 심경이다. 간편결제사들의 경쟁은 표면적으로는 물리적인 단말기 전쟁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결제 생태계의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는 시도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에 신사업 부재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여신업계는 새로운 결제 생태계를 속편하게 지켜볼 수만은 없다.
특히 카드사들은 애플페이 등 결제 시스템 도입에 뒤늦었던 뼈아픈 실책도 남아있는 만큼 새로운 결제 서비스 확대에 흔쾌히 협력하기도, 무턱대고 견제하기도 애매한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앞서 페이스페이는 신한카드가 가장 먼저 시작했지만 대중화되지 못하면서 토스와 네이버페이 등 플랫폼에 어느새 파이를 나눠준 것도 아쉽다면 아쉬운 대목이란 지적도 있다.
간편결제사 관계자는 "여신업계와 제휴관계를 맺어야 하는 입장이지만 견제감도 커서 협력적인 분위기가 잘 조성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고 설명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 카드사에 가장 위협이 되는 건 스테이블코인보다는 각종 페이 서비스들"이라며 "다만 새로운 결제서비스를 외면만 하다간 도태될 수 있는 이중적 상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