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다 슈헤이 전 소니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 대표. (사진=김태현 기자)

요시다 슈헤이(吉田修平) 전 소니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향후 콘솔 게임은 기술의 발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6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에서 '2025 콘솔게임 개발자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글로벌 유명 콘솔 개발자들이 연사로 참가, 각자의 비전과 노하우를 공유한다.

이번 행사는 국내 최초의 글로벌 콘솔게임 컨퍼런스다. 한정된 정보와 인프라 속에서도 도전을 이어온 국내 게임 개발자들에게 새 전환점을 제시하고, 최신 개발 정보 제공 및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자리다.

이날 최재환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 과장은 개회사에서 "게임 컨퍼런스는 많지만, 콘솔 게임만을 주제로 열리는 컨퍼런스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국내외 개발자들이 서로 노하우를 공유하고, 다양한 인사이트를 공유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6일 성남시 분당구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판교에서 '2025 콘솔게임 개발자 컨퍼런스'가 열렸다. (사진=김태현 기자)

플스 아버지 요시다 슈헤이 "콘솔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기"

이어 요시다 슈헤이 전 소니 대표가 '콘솔게임의 특징과 한국 인디 게임계에 대한 제언'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에서 플레이스테이션 부문을 30여년 간 이끌왔으며, 지난 1월 퇴사 후 Yosp를 설립해 인디게임 퍼블리셔의 어드바이저를 맡고 있다.

그에 따르면 콘솔은 '누구나 다루기 쉬운 게임기'다. 그는 "누구나 TV에 연결하면 바로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게임들은 모두 하나의 플랫폼에서 품질 관리가 이루어진다"며 "그렇기에 불법복제와 같은 해킹이 어렵고, 누구나 안심하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특징은 콘솔이 동일한 하드웨어에서 개발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그는 "이를 통해 대량 생산으로 비용절감을 가능케 하고, 모든 개발자들이 같은 환경에서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고성능 하드웨어를 비교적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개발자들이 게임에 필요한 성능이나 특화된 기능을 해당 하드웨어의 성능에 맞춰 개발할 수 있고, 그 결과 플랫폼 사업자들이 소프트웨어에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모바일·PC 플랫폼과 다른, 물리적 유통 구조 기반으로 형성된 콘솔만의 특징도 언급했다. 요시다 슈헤이 전 대표는 "게임 팬을 위한 패키지, 디럭스 에디션, 콜렉터즈 에디션 등으로 소장가치를 높이는 등 유통 전략을 사용하기 용이하다"고 말했다.

구독 서비스도 장점이다. 구독 서비스에 가입한 이용자들이 신작 발매 시 손쉽게 게임을 접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주요 타이틀 간의 호환성, 유저 커뮤니티가 손쉽게 형성될 수 있는 점 등이 언급됐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거실, 안방에서도 가족, 친구들과 모여 멀티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요시다 슈헤이 전 소니 대표. (사진=김태현 기자)

미래 키워드는 AI·인디게임…"아프리카에서도 게임 나올 수 있다"

미래의 키워드로는 AI(인공지능)를 짚었다. 요시다 전 대표는 "많은 개발자들이 효율을 위해 AI 툴을 사용하고 있다"며 "잘 사용한다면 캐릭터가 정말로 똑똑해지거나, 혹은 캐릭터가 플레이어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등 이용자가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하는 도우미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키워드는 인디게임이다. 그는 "엔터테인먼트로서의 게임은 유저들이 결국 게임에 질리게 되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며 "개발자들은 계속해서 신작을 내야 하지만, 매번 새로운 재미를 주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인디게임이 새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요시다 전 대표는 "기술의 발전으로 게임 개발이 쉬워진 만큼, 이제 아시아·미국·유럽이 아닌, 중동·아프리카에서도 새로운 게임이 등장할 수 있다"며 "이들 문화권에 맞춘 다양한 인디게임들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래픽 발전의 한계도 짚었다. 그간 플레이스테이션을 비롯한 콘솔들이 훌륭한 그래픽을 보여줬지만, 이제는 그래픽 기술의 성장만으로는 이용자를 끌어들이기는 어렵다는 제언이다.

그는 "그래픽 개선을 위한 비용도 점차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고 있고, 향후 나올 콘솔들은 기술의 발전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새로운 플레이 스타일을 제공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콘솔 주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플레이스테이션4에서 5에 이르기까지 7년이 걸렸고, 그 전세대 역시 7년 정도가 필요했다. 마찬가지로 스위치도 스위치2가 나오기까지 약 8년이 걸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콘솔의 라이프 사이클은 길지만, 이젠 AI 연구 등으로 하드웨어 반도체 비용이 증가했고, 기술 발전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짚었다. 따라서 다음 세대의 콘솔은 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정된, 마이너한 장르라도 전세계로 보면 많은 팬들이 있고, 그만큼 자신의 장점을 잘 살려야 한다"며 "자신감을 갖고, 문화에 자부심을 가지고 개발에 임하시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컨퍼런스에는 전 세계 콘솔 산업을 대표하는 리더들이 방문한다. 6일에는 ▲전 소니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 대표 요시다 슈헤이 ▲'록맨', '바이오하자드2' 등을 선보인 프로듀서 이나후네 케이지 ▲'데이브 더 다이버'의 개발사 민트로켓 황재호 대표 등이 연단에 선다.

이어 7일에는 7일에는 ▲캡콤의 프로듀서이자 '스트리트 파이터2'를 개발한 오카모토 요시키 ▲뱀파이어 서바이버즈의 개발사 폰클의 일본 대표 마테오 사피오 ▲일본 대표 게임 전문지 '주간 패미통'의 패미통 그룹 대표 하야시 카츠히코 등이 콘솔 산업의 변화와 일본 시장 진출 전략을 공유할 예정이다.

유현석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직무대행은 "이번 콘퍼런스를 통해 한국 콘솔 산업의 경쟁력이 한층 공고해지며, 국내 개발자들이 세계 무대에서 주도적으로 협력하고 성장하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