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텍이 AI 서버 확대와 낸드 시장 회복을 계기로 또 한 번의 고성장을 준비 중이다. 특히 SoCAMM이라는 차세대 메모리 모듈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확보하며, 패키징용 인쇄회로기판(PCB) 전문 기업에서 AI 시대 핵심 인프라 공급사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심텍은 현재 메모리와 서버용 PCB 시장에서 낸드 기반 제품 수주 증가와 SoCAMM 양산 준비가 본격화되며 가시적인 성장 모멘텀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3사를 비롯해 ASE, Amkor, JCET 등 주요 반도체 패키징 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현재 심텍의 PCB 사업은 크게 모듈(Module) PCB와 서브스트레이트(Substrate) PCB로 나뉜다. 모듈 PCB는 주로 메모리 모듈에 사용돼 PC·서버용으로 공급되며, 서브스트레이트 PCB는 고집적·고사양화를 요구하는 스마트기기와 웨어러블 시장을 겨냥한다. 특히 서브스트레이트 PCB는 동사 전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며, MSAP 공법을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실적 반등의 시작점은 낸드 기반 MCP 제품의 수주 증가다. 지난 몇 년간 정체 상태였던 MCP 사업은 2025년 2분기부터 본격적인 수주 회복세에 들어섰고, 그 중심에는 낸드 수요의 반등이 있다. AI 확산과 함께 대용량 서버 저장장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존 HDD를 대체하는 QLC SSD 수요가 확대됐다. HDD 업체들의 구조조정 여파로 리드타임이 52주를 초과하자,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QLC SSD가 시장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QLC 기반 eSSD의 채택이 확대되고 있으며, 2026년에는 출하량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심텍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 낸드향 제품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공헌이익률 약 40%에 달하는 높은 영업 레버리지 효과로 하반기 이익률이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지난 반도체 빅사이클이었던 2021~2022년 동안 심텍은 2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심텍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SoCAMM은 단순한 기술 이상의 전략 자산이다. SoCAMM은 LPDDR 기반의 모듈형 메모리로, 고비용·고전력의 HBM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용도로 개발됐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AI 칩 기업들이 HBM의 한계를 인식하면서 메모리 3사와 함께 SoCAMM 규격을 공동 개발했으며, 심텍은 그 핵심 공급사로 자리 잡았다.
심텍은 이미 2022년부터 SoCAMM 개발에 착수해 현재 한 곳의 메모리 고객사로부터 퀄리피케이션 테스트(퀄 테스트)를 완료한 상태다. 현재는 Low Volume 양산 단계에 있으며, 빠르면 2025년 4분기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특히 심텍은 메모리 3사 전부로부터 SoCAMM 퍼스트 벤더(1차 공급업체)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유일한 업체로, 이는 경쟁사들과의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다. 경쟁사들이 1~2개 고객사에 한정적으로 벤더 등록된 것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업계에서는 SoCAMM의 시장 확장과 함께 심텍이 공급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산이 시작되면 분기당 100억 원 이상의 의미 있는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기존 메모리 모듈 PCB 대비 수익성 높은 사업군으로 분류된다.
심텍의 전략은 ‘기존 주력 사업의 효율 극대화’와 ‘차세대 메모리 인프라 선점’이라는 두 축으로 요약된다. 낸드 기반 MCP 제품의 반등으로 하반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가운데, SoCAMM을 통해 AI 서버 중심의 신규 수요를 선점할 수 있다면 2026년 이후 중장기 성장성까지 담보할 수 있다.
기술과 고객 포지셔닝 양면에서 심텍은 이제 단순 PCB 제조업체가 아닌, AI 시대의 핵심 메모리 생태계 중심 기업으로 자리 잡을 준비를 마쳤다. 시장의 눈은 이제 SoCAMM 양산 시점과 초기 매출 기여 규모에 집중되고 있다.
■ 필자인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SBS Biz 방송에 출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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