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에서는 숨어 있던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서 거대한 적으로 만들어야 했다. 중전을 거대한 악으로 만들어서 조금이라도 더 얄밉고, 악하게 만들고 싶었다”
‘킹덤’ 시즌2 2화부터 6화까지 메가폰을 잡은 박인제 감독은 18일 오후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각각의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중전이라는 인물 앞에 멈춰 섰다. 실제 드라마 속에서 중전은 죽는 순간까지도 악(惡)으로 남았다.
'킹덤' 시리즈에서 중전 역을 맡은 김혜준 (사진=넷플릭스)
■ 중전 역 김혜준 연기력 논란, 본질 아니야
“내가 갖지 못한다면, 너도 갖지 못한다”
묵직한 한 마디를 남긴 중전은 결국 한양의 궁궐을 초토화시키기 위해 준비해 둔 마지막 칼을 뽑아 들었다.
‘킹덤’ 시즌2에서 중전의 역할은 그 만큼 중요했다. 이 때문에 박인제 감독은 “감독으로서는 아주 작은 역할까지도 애착이 갈 수 밖에 없다”면서도 중전에 대한 고심을 얼마나 했지 언급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시즌1에서 연기력 논란이 분분했던 중전 역의 김혜준 배우에 대해서 조금 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연기력 논란은) 본질적으로 접근법의 차이라고 본다. 중전이라는 인물이 시즌2에서는 앞으로 나서야 말이 된다. 시즌1에서 숨겨진 존재였다면 극을 이끌어 가는 서사에서 보면 시즌2에서는 드러내야 했다. 중전이 드러내는 매력, 그녀의 화려한 퇴장에 중점을 두고 싶었다. 이 부분은 연기 논란의 논점이 아니다. 중전의 역할 문제였던 것 같다”
연기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캐릭터의 역할을 피력한 박인제 감독은 극중 인물들이 시즌1과 다르게 시즌2에서 해줘야하는 역할의 당위성을 말하고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새롭게 등장한 허준호, 진선규 등의 희생적인 죽음에 대해서도 늘 ‘어떻게 퇴장 시킬 것인가?’를 염두에 둔 작업이라고 했다.
“주요 캐릭터들이 퇴장할 때, 나는 그들을 퇴장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나는 드라마가 처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의 등장과 퇴장까지도 공부를 해야 했다. 공부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 회에 대한 궁금증이다. 어떤 캐릭터가 퇴장할 때는 다음 회차에 대한 궁금증을 만드는 것이 내 몫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캐릭터가 퇴장할 때 임팩트 부분에 중점을 두었다”
박 감독은 의녀 서비 역의 배두나에 대해서도 같은 시각으로 보았다. ‘킹덤’ 시즌2에서 배두나가 맡은 의녀는 생사초의 비밀을 푸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의 미움을 받는 인물들을 살려내는 등의 활약으로 적지 않은 원망을 들은 것도 사실이다.
“서비는 시즌1 당시부터 주된 역할임이 분명하다. 이번 시즌에서는 궁에 들어가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었다. 목숨을 걸고 원자를 구해온다든지 하는 활약을 통해서 드라마의 키를 쥐었다. 그와 같은 활약은 충분했다”
(사진=넷플릭스)
■ 새로울 것 없는 좀비물, 틀 안에서 재미 찾아야
그간 국내외를 막론하고 좀비물은 많았다. 큰 인기도 끌었다. 국내에서도 여러차례 좀비가 다뤄졌으며, 사극에서 조차 좀비가 등장한 지 한 참 지났다. 이 새로울 것 없는 틀 안에서 박 감독은 좀비를 어떻게 다듬었을까.
“좀비물은 B급 장르다.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는 장르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관객들은 이미 좀비물이라는 인지를 해두고 보기 때문에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전쟁영화와도 같다. 전투는 해야 하기 때문에 틀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외국의 경우 새로운 좀비물을 내놓기 위해 좀비들끼리 로맨스가 있다거나 하는 등의 소재를 가미한다. 하지만 나는 그 안에서 새로움과 재미를 찾고 싶었다.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찾을 수 있는 재미에 집중했다”
실제 ‘킹덤’ 시리즈에서 좀비들은 무용감독의 지휘를 받았다. 좀비들의 움직임에 예술성을 더하기 위해 흡사 군무를 연상케 하는 트레이닝 과정을 거쳐야 했다.
결과물은 훌륭했다.
‘킹덤’ 시즌2에서도 무리를 이룬 좀비들은 흡사 리듬을 타는 듯 한 뜀박질과 위협으로 생생하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다.
‘킹덤’ 시즌2는 오직 넷플릭스에서만 시청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