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냥의 시간’이 우여곡절 끝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지난 23일 공개된 ‘사냥의 시간’은 애초 2월 극장 개봉을 목적으로 진행됐던 작품이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 관객을 만나게 됐다. 개봉일 연기, 해외 판권 판매사와의 갈등 등 코로나19과 정면으로 마주했던 이 작품은 우여곡절을 뒤로하고 이제 주사위를 던졌다.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연기 좀 한다하는 젊은 배우들이 일제히 선택한 작품인 만큼 ‘사냥의 시간’에 대한 영화 팬들의 기대감은 높았다. 개봉이 미뤄지는 동안에도 관객들은 영화에 대한 기대감과 기다림마저도 즐겼다. 그리고 23일, 영화가 공개됐다.
(사진='사냥의 시간' 스틸컷)
■ 결국 제자리로 돌아가야 했던 청춘의 꿈
에메랄드 빛 바다, 드넓게 펼쳐진 백사장, 그 앞에 그림처럼 지어진 집…준석(이제훈)은 꿈 꿔왔던 유토피아에서 역설적으로 고통을 토해내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왔던 길을 되짚어 친구들과 함께 했던 그 곳으로 돌아간다.
준석과 장호(안재홍), 기훈(최우식)은 서로에게 의지하는 가족 같은 친구다. 준석이 교도소 수감 생활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때부터 이들은 유토피아를 꿈꾼다. 함께 이기에 꿈 꿀 수 있고, 실천할 수 있다는 그 자체의 유토피아를 몰랐던 것이다.
(사진='사냥의 시간' 스틸컷)
준석 일행에 준석에게 빚을 진 상수(박정민)가 합류한다. 불법 도박장을 털어서 돈을 마련해 사람답게 살아보려고 했다. 그리고 이들의 계획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도박장 터는 일을 성공한 네 명의 친구들은 에메랄드 빛 바닷가에 그림처럼 지어진 집으로 떠날 꿈에 부풀어 있다. 그 시각, 도박장 작은 금고에서 없어진 돈 보다 네 명 친구들이 가져간 CCTV 하드디스크 속 VIP들의 행적이 더 중요했던 조직은 한(박해수)을 보내 범인 찾기에 나선다.
(사진='사냥의 시간' 스틸컷)
한 번 목표로 한 대상은 끝까지 찾아가서 죽이고야 만다는 한. 그의 등장은 네 친구들에게 두려움이었다. 기훈의 부모가 살고 있는 동해에서 시작된 도주, 그리고 공포는 에메랄드 빛 바닷가까지 준석을 따라가고야 만다.
(사진='사냥의 시간' 스틸컷)
■ 이야기 아쉽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이 집중도 높여
영화는 어둡다. 들려오는 소문처럼 미술과 조명, 음향, 리터치까지 화면 안에 보여 지는 어느 한 구석도 그냥 넘기지 않은 것처럼 보인 화면은 영화를 왜 예술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지 이해시킬 정도다.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 배우들의 노력이 어느 정도였을지 실감이 되고도 남을 만큼 영화는 공들인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냥의 시간’이 공개된 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유는 하나다. 스토리에 카타르시스가 실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관객은 쫓기는 세 명의 친구들과 쫓는 한에게서 습관과도 같은 절정을 기대했을 것이다. 선명한 절정 없이 그저 공포에 질려 쫓기기만 하는 친구들에 집중했다면 실망스러웠을 영화임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별점마저도 하나와 다섯 개로 극명하게 갈린 작품이 ‘사냥의 시간’이다.
(사진='사냥의 시간' 스틸컷)
유토피아도 아닌 디스토피아, 그것을 그려낸 한국 영화는 그간 관객에게 선 보인 바 없다. 독립영화가 아닌 상업영화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2030년대 말, 그러니까 2038년이나 2039년의 경제가 붕괴된 대한민국의 어느 곳이라는 설정이 낯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이 연기 천재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따로 또 같이 관객을 휘어잡는다. “역시 연기파”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각각의 캐릭터는 입체감을 갖고 있다. 바로 이 지점이 ‘사냥의 시간’의 감상 포인트다.
영화는 절정 대신 캐릭터의 성장을 보여준다. 준석과 장호, 기훈이 한이라는 인물에게 쫓기면서 극한의 공포에 휩싸이고, 그 여정이 길어질수록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 어쩌면 청춘의 성장을 담은 성장 영화일 수도 있겠다.
아직 ‘사냥의 시간’을 보지 못했다면, 이야기의 흐름보다 캐릭터의 변주에 주목해서 보기를 권한다. 그렇다면 곱씹을수록 재미있는 영화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