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연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서... 정규 8집 앨범 ‘모든 삶은, 작고 크다’는 루시드폴이 2014년 제주도로 이사 가고 1년 뒤에 발매한 ‘누군가를 위한,’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이다. 낯선 곳으로 처음 갔던 그 순간과 지금의 루시드폴이 겪은 변화는 꽤 컸다. “주변에서 제주도로 이사 가서 외롭고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면 '좋다'고 했었는데요. 지금 되돌아보면 2014~15년은 힘들었던 것 같아요. 가벼운 우울증 같은 거요. 다른 이유는 아니고 정말 모든 환경이 갑자기 변했으니까요. 포털사이트도 뉴스도 안보는 사이클로 생활했어요. 나를 달래기에 급급했죠. 글도 나를 위해 쓴 거예요. 그 세계에서 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우리는 끊임없이 사람을 만나며 살아가야 하잖아요. 어쩔 땐 혼자 있고 싶은데 내가 맺고 엮어놓은 관계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전화와 문자가 오고, 약속을 거절할 수 없고…. 사람이 싫은 건 아니고 ‘혼자 있고 싶은데’ 그런 느낌이었어요” 글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심정이었을 터다. 그는 혼자서 충전하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게 자신만 바라보기에도 벅찼던 시간들이 지나갔다. 루시드폴은 해의 길이와 바람의 온도로 계절의 변화를 파악할 정도로 낯선 공간에 적응했다. 또 자신만의 작업실을 지어 다른 소리를 찾아 나설 정도로 안정을 찾았다. 그는 “그때는 밭도 집도 내 것이 아니라는 기본적인 불안이 있었는데 이제는 우리 식구와 음악, 농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모든 작업을 (서울에 있는) 회사에서 했어요. 추상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그때는 내가 있는 곳에서 팔을 최대한 멀리 뻗고 글을 쓰는 느낌이었어요. 쓰라면 쓰겠는데, 편하고 맞는 자세라는 게 있잖아요. 작더라도 내 공간에서 노래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원했던 공간은 항상 살고 있는 일상의 공간이면서도 집은 아닌 곳이에요” 귤부터 시작해 책, 음악, 영상 등 모든 것이 루시드폴 자체인 것처럼 작업실 또한 루시드폴을 드러내는 또 다른 메타포가 된다. 그의 ‘노래하는 집’은 악기의 훌륭한 울림을 위해 기타를 만들 때 쓰는 음향목으로 지은 오두막이다. 새소리, 벌레소리 등까지 자연스럽게 담기는 공간이기도 하다. 나중에는 어느 여름, 일부러 창문을 열고 마이크를 밖에 둔 채 자연의 소리들을 녹음했다고 한다. “타이틀곡이자 1번 트랙 ‘안녕,’은 원래 타이틀로 염두에 두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1번 곡으로는 생각했죠. 오랫동안 내 음악을 기다려준 사람들에게 편지 같은 곡을 주고 싶었어요. ‘폭풍의 언덕’은 10년 만에 해본 미디 작업 곡이에요. 이 노래는 이상하게 데모를 만들었을 때부터 매일매일 템포가 다르게 들리더라고요. 어느 날은 신나고, 어느 날은 처지고. 나와 잘 안 맞는 스타일인가 생각될 정도여서 나중에 라이브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긴 해요(웃음)” “평소에 곡을 써두지 않아요. 앨범을 내면 다음 해에 기타를 연습하고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레퍼런스를 적는 등 쌓아두는 시기를 갖고, 그 해가 지나면 곡을 쓰거든요. 그럴 때 작곡모드로 들어가야 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고, 첫 곡을 쓰고 나면 이후 곡들은 비교적 수월하게 써져요. ‘부활절’은 그 시기에 만들어진 곡이에요. 첫 곡의 실마리가 잘 안 잡힐 때였어요. 새벽 3시에 기상해서 과수원에 가 난로 켜놓고 앉아 있다가 곡 작업하고, 오전 10시~11시가 되면 또 거의 못하고. 이 생활을 반복하면서 답답해하던 와중 실마리가 풀렸는데 마침 부활절 전 날이더라고요. 뉴스를 켜보니 세월호 관련 내용이 올라오던 상황이었고. 세월호를 염두에 두고 곡을 쓴 건 아니지만 그 날은 그런 일들이 있었어요” 루시드폴의 음악을 들어보면 루시드폴이 끊임없이 자신을 둘러싼 외부를 탐색하고 자신의 것으로 꼭꼭 씹어 삼킬 줄 아는 아티스트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렇게 ‘모든 삶은, 작고 크다’라는 루시드폴이 만들어졌다.  “귤을 함께 주고 책을 쓰고 누군가와 무언가를 나누려는 데에 큰 의미는 없어요. 뮤지션이니까 내 앨범에 어떻게 메리트를 부여하지 싶었죠. 그 정도 수준이었는데 확실히 집을 짓고 작업실이 생기다 보니 ‘많은 걸 받으면서 살고 있구나’ 싶더라고요. 노래도 나 혼자 만든 게 아니라 음악을 만들어주는 회사가 있고, 기사를 내주는 분들이 있고, 공연을 보러 와주는 팬들이 있는 거예요. 나는 크든 작든 그런 스피커를 가진 사람이구나, 새삼 생각했어요. 그만큼 앨범에 많은 걸 담아야겠다고 느껴요” ①루시드폴이 만들어낸 것들 ②음악·자연·사람...루시드폴을 변화시킨 몇 가지

②음악·자연·사람...루시드폴을 변화시킨 몇 가지

이소연 기자 승인 2017.11.02 18:01 | 최종 수정 2135.09.04 00:00 의견 0

[뷰어스=이소연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서...

정규 8집 앨범 ‘모든 삶은, 작고 크다’는 루시드폴이 2014년 제주도로 이사 가고 1년 뒤에 발매한 ‘누군가를 위한,’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이다. 낯선 곳으로 처음 갔던 그 순간과 지금의 루시드폴이 겪은 변화는 꽤 컸다.

“주변에서 제주도로 이사 가서 외롭고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면 '좋다'고 했었는데요. 지금 되돌아보면 2014~15년은 힘들었던 것 같아요. 가벼운 우울증 같은 거요. 다른 이유는 아니고 정말 모든 환경이 갑자기 변했으니까요. 포털사이트도 뉴스도 안보는 사이클로 생활했어요. 나를 달래기에 급급했죠. 글도 나를 위해 쓴 거예요. 그 세계에서 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우리는 끊임없이 사람을 만나며 살아가야 하잖아요. 어쩔 땐 혼자 있고 싶은데 내가 맺고 엮어놓은 관계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전화와 문자가 오고, 약속을 거절할 수 없고…. 사람이 싫은 건 아니고 ‘혼자 있고 싶은데’ 그런 느낌이었어요”

글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심정이었을 터다. 그는 혼자서 충전하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게 자신만 바라보기에도 벅찼던 시간들이 지나갔다. 루시드폴은 해의 길이와 바람의 온도로 계절의 변화를 파악할 정도로 낯선 공간에 적응했다. 또 자신만의 작업실을 지어 다른 소리를 찾아 나설 정도로 안정을 찾았다. 그는 “그때는 밭도 집도 내 것이 아니라는 기본적인 불안이 있었는데 이제는 우리 식구와 음악, 농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모든 작업을 (서울에 있는) 회사에서 했어요. 추상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그때는 내가 있는 곳에서 팔을 최대한 멀리 뻗고 글을 쓰는 느낌이었어요. 쓰라면 쓰겠는데, 편하고 맞는 자세라는 게 있잖아요. 작더라도 내 공간에서 노래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원했던 공간은 항상 살고 있는 일상의 공간이면서도 집은 아닌 곳이에요”

귤부터 시작해 책, 음악, 영상 등 모든 것이 루시드폴 자체인 것처럼 작업실 또한 루시드폴을 드러내는 또 다른 메타포가 된다. 그의 ‘노래하는 집’은 악기의 훌륭한 울림을 위해 기타를 만들 때 쓰는 음향목으로 지은 오두막이다. 새소리, 벌레소리 등까지 자연스럽게 담기는 공간이기도 하다. 나중에는 어느 여름, 일부러 창문을 열고 마이크를 밖에 둔 채 자연의 소리들을 녹음했다고 한다.

“타이틀곡이자 1번 트랙 ‘안녕,’은 원래 타이틀로 염두에 두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1번 곡으로는 생각했죠. 오랫동안 내 음악을 기다려준 사람들에게 편지 같은 곡을 주고 싶었어요. ‘폭풍의 언덕’은 10년 만에 해본 미디 작업 곡이에요. 이 노래는 이상하게 데모를 만들었을 때부터 매일매일 템포가 다르게 들리더라고요. 어느 날은 신나고, 어느 날은 처지고. 나와 잘 안 맞는 스타일인가 생각될 정도여서 나중에 라이브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긴 해요(웃음)”

“평소에 곡을 써두지 않아요. 앨범을 내면 다음 해에 기타를 연습하고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레퍼런스를 적는 등 쌓아두는 시기를 갖고, 그 해가 지나면 곡을 쓰거든요. 그럴 때 작곡모드로 들어가야 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고, 첫 곡을 쓰고 나면 이후 곡들은 비교적 수월하게 써져요. ‘부활절’은 그 시기에 만들어진 곡이에요. 첫 곡의 실마리가 잘 안 잡힐 때였어요. 새벽 3시에 기상해서 과수원에 가 난로 켜놓고 앉아 있다가 곡 작업하고, 오전 10시~11시가 되면 또 거의 못하고. 이 생활을 반복하면서 답답해하던 와중 실마리가 풀렸는데 마침 부활절 전 날이더라고요. 뉴스를 켜보니 세월호 관련 내용이 올라오던 상황이었고. 세월호를 염두에 두고 곡을 쓴 건 아니지만 그 날은 그런 일들이 있었어요”

루시드폴의 음악을 들어보면 루시드폴이 끊임없이 자신을 둘러싼 외부를 탐색하고 자신의 것으로 꼭꼭 씹어 삼킬 줄 아는 아티스트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렇게 ‘모든 삶은, 작고 크다’라는 루시드폴이 만들어졌다. 

“귤을 함께 주고 책을 쓰고 누군가와 무언가를 나누려는 데에 큰 의미는 없어요. 뮤지션이니까 내 앨범에 어떻게 메리트를 부여하지 싶었죠. 그 정도 수준이었는데 확실히 집을 짓고 작업실이 생기다 보니 ‘많은 걸 받으면서 살고 있구나’ 싶더라고요. 노래도 나 혼자 만든 게 아니라 음악을 만들어주는 회사가 있고, 기사를 내주는 분들이 있고, 공연을 보러 와주는 팬들이 있는 거예요. 나는 크든 작든 그런 스피커를 가진 사람이구나, 새삼 생각했어요. 그만큼 앨범에 많은 걸 담아야겠다고 느껴요”

①루시드폴이 만들어낸 것들
②음악·자연·사람...루시드폴을 변화시킨 몇 가지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