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한유정 기자]임지연, 이유영, 변요한, 이주영. 차근차근 갈고 닦은 실력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Asiana International Short film Festival, 이하 ASIFF) 수상작들의 얼굴이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얼굴, 감독들을 발군해낸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가 벌써 15회를 맞았다.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진행되는 제 15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는 수상작들은 기내 상영을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어 하늘에서 상영하는 영화제로 불리며 단편영화의 대중적 보급을 위해 힘써 온 영화제다. 첫 회에 18개국 650여 편이 출품되었던 영화제는 올해 125개국 5,452편의 작품이 소개되며 역대 최다 출품 기록을 세웠다. 영화학도들의 등용문으로도 불리는 ‘아니아나국제단편영화제’ 현장을 찾았다.
(사진=뷰어스)
■ 故김주혁 추모 속에서 치러진 개막식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에선 제 15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개막식이 진행됐다. 축제이기도 한 영화제지만 이날은 달랐다. 배우 김주혁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소식이 전해진 후 영화계 여러 공식행사들이 취소됐는데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도 포토월을 취소했고 개막식 시작에 앞서 김주혁을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배우 김태우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에선 손숙 이사장, 안성기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많은 국내외 영화계 인사들이 찾아 15번째 생일을 맞은 영화제를 축하했다. 정지영 감독, 이동진 평론가 등 심사위원단도 소개됐는데 배우 이제훈과 지난해 이 영화제에서 소개됐던 ‘몸값’의 배우 이주영이 ‘단편의 얼굴상’을 수상할 배우를 선정하는 특별심사위원으로 자리를 빛냈다. 이제훈은 “10년 전에 단편영화를 습작으로 찍어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 출품 했었는데 한 편도 뽑히지 않았다. 근데 그런 제가 심사위원이 되니 감회가 새롭다. 감히 말도 안되지만 영화를 사랑하고 봐왔던 마음으로 좋은 분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영화제는 15주년을 기념해 지난 2003년 후 주요 입상작은 상영하는 특별전이 열렸다. 개막작도 이미 지난 영화제에서 평단과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골수팬’과 ‘내 인생의 물고기’가 선정됐다. 이미 선보인 바 있던 작품이지만 여전히 뜨거운 반응을 받았다. 다시 한국을 찾은 ‘골수팬’ 제프린지 감독은 “감독으로 10년 전에 만든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추모 분위기로 시작됐지만 영화제는 영화제였다. 개막식은 빈 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영화인과 관객들이 찾았으며 15주년을 상징하는 보름달로 디자인한 포스터와 조형물이 설치된 로비에선 사진을 찍으려는 이들로 붐비기도 했다.
한편 이번 영화제는 특별프로그램으로는 유명한 영화인들의 초기 단편들과 최근 단편들을 소개하는 '시네마 올드 앤 뉴', 195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폴란드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둘러볼 수 있는 '폴란드 애니메이션의 세계', 일본 최대 국제단편영화제인 '숏쇼츠필름페스티벌 & 아시아'와 함께하는 '숏쇼츠필름페스티벌 & 아시아 컬렉션', 그리고 AISFF 15주년 특별전도 마련했다.
■ 한적했던 국제경쟁부문 관람관
화려했던 개막식과 달리 영화들을 본격적으로 볼 수 있는 다음날(3일) 씨네큐브에서 첫 상영은 국제경쟁부문 후보작들이었다. 호세 밀라타로 ‘요정’, 세브린 드 스트레케어, 맥심 페여스 감독의 ‘재앙’, 한국 감독인 고두현의 ‘목소리’, 토마스 호라트 감독 ‘숲속에서’, 마이클 그루스키 감독의 ‘이송’, 그레고리 코라제 감독의 ‘관망자’가 연달아 상영됐다.
총 6편의 작품은 성격이나 소재가 확연하게 갈렸다. ‘목소리’와 ‘숲속에서’는 다큐멘터리였고 다른 작품들은 짧은 길이에도 스토리가 담겨 있었다. 특히 소재는 각양각색이었다. ‘목소리’는 국내에서 불법체류했던 미얀마 노동자의 인터뷰를 통해 이주민들의 상황을 담아냈고 ‘재앙’은 아들의 여자친구를 처음만나게 된 부모님의 이야기를 그리는데 성소수자들을 향한 시선을 짚어낸다.
모든 상영이 끝나고 GV가 진행됐는데 약 300석인 관람석은 1/3 정도만 채워진 정도였고 영화 관계자들을 제외하면 일반 관객수는 더 적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북적북적했던 개막식과 달리 로비도 한산했다. 야외에 위치한 ‘아시프 포장마차’에선 티켓 소지자에 한해 음료를 할인해주는 관객카페가 운영됐는데 부스 밖에서 게임이벤트도 진행 했지만 관객보다 상주 직원이 더 많았다. 평일 아침 시간이기도 하고 해외 작품들이었기 때문에 관객들의 관심이 적을 수도 있지만 첫 상영 작품들이었던 만큼 더 아쉬움이 남는다. 또 홈페이지를 통해선 이벤트나 프로젝트가 잘 설명되어 있지만 막상 현장에선 이벤트 부스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옥에 티다. 배우, 감독 등 영화학도들의 등용문으로 불릴만큼 새 얼굴과 작품을 찾아낼 수 있는 기회이니만큼 좀 더 많은 영화팬들에게 알려져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