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연 기자] 약 2년 만의 만남이었다. 빠르게 흐르는 시계 속 루시드폴은 여전했다. 옅은 미소와 함께 잔잔한 목소리로 건네는 인사, 자리에 앉아 기타를 들고 정성스럽게 들려주는 연주, 질문 하나에도 마치 재미있는 동화를 들려주듯 이런 저런 자신을 꺼내어 놓는 답변까지.
그렇지만 그 전과 지금은 분명 달랐다. 2년 전 루시드폴은 농사 지은 귤의 무농약 인증을 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인증을 통과했다. 그때는 귤이 달고 맛있게 열려 여러 개 나누어줬지만, 최근에는 귤이 많이 나지 않아 마트의 귤로 대체했다며 웃어보였다. 파란색 표지의 작은 에세이집이자 앨범은 좀 더 크고 묵직해진 나무색 표지가 되어 나타났다. 그에게 새로운 작업실도 생겼고, 그가 음악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에 참여한 것도 처음이었다.
정규 8집 앨범명 ‘모든 삶은, 작고 크다’와 비슷하다. ‘그대로’라고 느낄 정도로 작은 변화들이지만 이것들이 모여 루시드폴의 현재를 만들어냈다. 또 다른 루시드폴의 세계를 찾아가는 여정을 걷게 했다.
“다들 (책과 CD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책이냐, 앨범이냐 헷갈려 해요. 앨범으로 봐주면 좋겠어요. 어릴 때만 해도 CD는 꿈의 매체였거든요. 카세트테이프에 비해 잡음도 없고 원음 그대로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을 주니까요.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CD가 애물단지처럼 느껴졌어요.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형식은 인정하지만 형태 면에 있어서 언제까지 큰 메리트가 있을까 하고요”
루시드폴은 4년 전부터 앨범의 형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정규 6집 앨범은 USB 형태로 발매했고, 정규 7집 앨범에는 직접 재배한 귤을 넣어 홈쇼핑에서 판매도 했다.
“이번에도 귤과 함께 주는 걸 기획했는데, 귤이 많이 안 열려서요. 글쎄, 참신한 걸 떠나서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걸 생각해보니 뻔하더라고요. 배우 이시영 씨처럼 복싱을 잘 하면 경기 티켓이라도 드릴 텐데...(웃음) 잘하는 일 범위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모두 담아 앨범을 만들려고 해요”
루시드폴 정규 8집 앨범 ‘모든 삶은, 작고 크다’는 2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에세이와 CD 한 장으로 이뤄져 있다. 에세이에는 노래를 어떤 공간에서 어떤 배경으로 만들게 됐는지부터 하고 있는 생각들, 앨범과 전혀 관계없는 농사 이야기 등이 실렸다. 루시드폴은 이를 두고 ‘확대된 부클릿’이라고 표현했다. 책과 CD를 별개로 볼 게 아니라는 뜻이다.
“뮤직비디오도 보통 전문적인 공간에서 대본을 만들고 촬영하잖아요. 이번 뮤직비디오는 아내와 2년간 찍은 필름 사진들을 모아서 만들었어요. 이 모든 것들이 루시드폴의 앨범이라고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만들기도 했고요. 뮤직비디오 편집까지 다 끝나고 돌아와서야 ‘앨범 작업이 끝났구나’ 비로소 느꼈거든요”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①루시드폴이 만들어낸 것들
②음악·자연·사람...루시드폴을 변화시킨 몇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