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내 사랑 내 곁에')
[뷰어스=문서영 기자] 점점 세상이 닫힌다. 발을 뗄 수 없고, 그 다음엔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혀가 굳어 말조차 할 수 없다. 서서히 찾아오는 죽음은 어쩌면 더 끔찍할지도 모른다. 서서히 내 몸의 기능을 하나씩 잃어가는 순간들을 받아들이는 건 상실을 넘어 형벌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평범하고 건강한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말하며 살아가는 이가 있다. 불시에 찾아온 루게릭병. 7년째 병마와 싸우고 있는 전직 국어교사 정태규는 '당신은 모를 것이다'를 통해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평소와 다름없던 2011년의 어느 가을 아침, 출근 준비를 하던 저자는 처음으로 이상 증세를 느꼈다. 손가락에 힘이 없어 와이셔츠 단추를 채우지 못했다. 이후 점점 팔다리에 힘이 없어지고, 가벼운 물건조차 들지 못했다. 점점…세상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지워가야 하는 상실감. 저자는 가혹한 운명의 신을 저주하며 혼돈과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이내 새로운 삶과 질서를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손을 썼고, 손을 쓰지 못하게 되자 입으로, 입마저 닫히자 눈 깜빡임으로 글을 썼다. '당신은 모를 것이다'는 안구 마우스라는 장치를 통해 저자가 한 자 한 자 눈으로 써내려간 감동적인 생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전신이 마비돼 호흡기로 숨을 쉬지만,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삶이라서 저자는 오히려 자유롭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이토록 가까운 죽음의 곁에서 저자는 건강한 육신으로 살아갈 땐 결코 알지 못했던 생의 기쁨과 희망에 대해 말한다. '당신은 모를 것이다'에는 저자의 병 투병기와 아내가 저자의 말을 받아 써내려간 소설, 그의 산문집 일부가 함께 담겨 있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일상의 사소한 일들이 사실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카페 구석에 앉아서 시시껄렁한 잡담을 나누는 것, 아이들이 무심코 던진 공을 주워 다시 던져주는 것, 거실 천장의 전구를 가는 것, 자전거 페달을 신나게 밟는 것…. 그토록 사소하고 대수롭지 않은 순간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삶도 있다는 것을.”
정태규 지음 | 김덕기 그림 | 마음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