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연 기자] 우리는 간혹, 무언가를 그대로 즐기는 것 또한 하나의 감상법이라는 걸 잊고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게 받아들인다. 심오한 세계와 치밀한 계산이 경외로운 가수도 있지만, 분명 ‘앨범은 곧 가수 그 자체’라는 사실을 상기하게 만드는 이들도 있다. 언젠가 한 시인이 자신의 시와 관련해 출제된 수능 문제를 풀지 못했다는 씁쓸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가수 오존은 자신의 감정과 취향을 그저 투명한 진심에 풀어낸다. 과거, 그리고 과거가 만들어낸 현재의 자신을 흘러가는 대로 음악에 담는다. 그래서 그의 소리와 문자는 나날이 발전하고, 그 겹을 걷어내고 난 자리는 늘 투박하다. 단순하지 않은 것을 들고 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끔 만드는 오존, 그 충격의 음악이 바로 오존의 멋이다. 오존(사진='somehow' MV 캡처   ■ ‘[O]’ + ‘jon1’ = 오존 “지난해 여름부터 연말까지 새 앨범 작업을 했어요. 원래 지난 겨울에 냈어야 하는데 늦어졌죠. 계획도 두루뭉술했고 구체적인 게 잘 안 잡혔거든요. 어떤 곡 넣을지도 정해지지 않아서 곡만 쓰고 있었는데, 뮤직비디오 등 일정이 잡히면서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됐어요. 원래 곡을 먼저 쓴 뒤, 넣을 곡을 고르고 타이틀곡을 정하는 스타일이에요” 오존은 최근 두 번째 미니앨범 ‘jon1’을 발매했다. 지난해 10월 첫 번째 앨범 ‘[O]’를 내고 데뷔한 뒤 꼬박 1년 3개월 만이다. 그 사이 오존은 싱글도 하나 내고, 네이버 온스테이지의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여러 페스티벌과 공연으로 무대에도 올랐다. 친구인 신세하의 밴드 ‘신세하 앤 더 타운’의 기타리스트로서 먼저 얼굴을 알린 오존이 펼치는 첫 활동이었다. “맨 처음 앨범을 낼 때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세하에게 다 물어봤죠. 세하가 그동안 배운 게 있으니 토대로 알려줬어요. 음악적인 영향을 받았다기보다 앨범을 내는 과정이나 유통사, 저작권 등록 등 조언을 구한 거죠. 그렇게 한 번 해보고 나니까 이제 혼자 할 수 있는 정도가 됐어요” ‘[O]’는 ‘어드바이저(Adviser) 신세하’라고 기재할 정도로 친구와 주변의 도움을 받아 완성됐다. 그래서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내보낸 ‘jon1’은 더 특별하다. 두 번째 앨범은 데뷔 때에 비해 더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나오기 때문에 더 어렵기도 하다. 오존은 왜 이번 앨범에는 소개글을 직접 쓰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지난 번 글도 10번 넘게 수정한 거다. 다시 하자니 너무 부담되고 힘들어서 그냥 없앴다”면서 웃었다.   오존 앨범 커버(사진=포크라노스 제공)   “‘[O]’와 ‘jon1’을 합치면 내 이름인데, 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지금의 나를 담은 앨범이니 최대한 심플하게 나를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jon’이라는 글자가 예뻐 보이기도 하고요. 다만 이름을 꼭 이렇게 지으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앨범을 나눠 낼 생각은 있었어요. 정규로 내기에는 곡 길이도 짧고 갖고 있는 곡도 부족했거든요. 노래도 자연스럽게 두 분위기로 나뉘었고요. 두 번째 앨범이 비교적 최근 쓴 곡들인데, 그 사이 취향이 바뀐 건지 다르게 다가오더라고요” ‘[O]’은 밝고 화사한 햇살이 떠오르는 앨범이다. ‘jon1’ 역시 오존 특유의 따뜻함이 묻어나지만 비교적 차분하고 감정을 누른 듯한 감상이 든다. 오존의 말에 따르면 전자는 듣기 편한 곡들로 구성됐고, 후자는 듣기 쉬우면서 조금 더 오존의 취향이 섞였다.  “평소 음악을 들을 때, 흔히 말하는 메이저와 마이너로 나뉘는데요. 내 취향의 음악은 호불호가 갈리더라고요. 취향을 좀 더 타는 음악이에요. 듣는 이에 배려가 없는 음악이 될 수도 있죠. (웃음) 그리고 이번 앨범을 어둡게 보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난 밝다고 생각했거든요”   오존(사진='somehow' MV 캡처)   ■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노래할 뿐 오존의 재미있는 점은 멜로디만 들으면 한없이 나른하고 포근한데, 정작 가사는 마냥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오존은 “대놓고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분위기만 주고 너무 그 감정에 취하지 않는 게 좋다”면서 음악 취향은 밝고 생각은 어두운 자신의 성격을 언급했다.  “학생 때는 좀 더 활발하고 까불고 그랬죠. 20살 넘어서부터는 많이 차분해졌어요. 나도 스스로가 적응이 안 되긴 하는데, 가끔 조증 같은 모습이 나오기도 해요. (웃음) 진짜 모습 같은 거죠.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해서 그런 가 봐요. 작업도 보통 우울할 때 잘 되는 편이고요. 작업을 하다보면 기분이 좋아져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데,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게 작업이 결과물에 반영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오존이 앨범에서 지키고자 하는 영역은 있다. 희망적인 마지막 트랙으로 끝맺음을 한다는 것. 위로해주는 느낌을 주면서 감정을 환기하고자 하는 이유다. ‘jon1’의 네 번째 트랙 ‘Thom s Piano’ 역시 마찬가지다.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감정으로 뭉뚱그린다. 곡 뒷부분에서는 분위기를 바꿔 듣고 난 뒤의 개운함, 후련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오존(사진=오존 SNS 캡처)   “결국 관계, 그 중에서도 사랑에 관한 이야기에요. 연인이든 부모님이든 친구든요. 내가 찾을 수 있는 흔한 소재이기도 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가장 흥미로워요. 모든 곡에는 그 대상이 있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 전달하는데 집중했어요. 가사를 쓸 때도 특정한 대상에게 이야기를 하듯 써 내려가요. 곡의 대상들에게는 스케치 마치고 들려주는데, 다들 좋아하더라고요. 그런 척 하는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요 (웃음)” 이미 헤어진 연인이 대상인 경우에는 어떡하냐고 물었다. 오존은 “들려주고 싶은 것과 내가 이 감정을 말하고 싶은 건 다르다. ‘대상을 위해’ 쓰고 그런 것까지는 아니다. 단순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거다”라고 답했다.  ■ ‘그때 할 수 있는’ 만큼 보여준다는 것 오존의 답변은 꽤나 흥미롭고 경쾌했다. ‘이건 뭘까, 저건 뭘까’ 질문하면 오존은 ‘그냥 이러이러한 거다’라고 무심히 대답했다. 동시에 성실하게 자신이 했던 혹은 지금 하게 된 생각들을 술술 들려줬다. “음악도 그렇고 그림, 글도 그렇고 섬세하게 잘 못하겠어요. 나중에 늘면 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갑자기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에서 수채화를 그린다든가 그건 안  되죠. 물론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노력한 만큼 늘어요. 전작과 비교했을 때 스스로도 느껴질 만큼 기술이나 감각적인 부분에서 유연해졌어요. 사람들은 예전 앨범이 의미 있다고 하는데 나는 진짜 첫 번째 앨범을 못 듣겠어요. 전체적으로는 괜찮은데 자세히 들으면 자꾸 부족한 것만 들리더라고요” 삐뚤빼뚤하지만 순수한 그림과 손글씨는 오존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듯하다. 메모하고 낙서하기를 좋아한다던 그는 “요즘 표현이 너무 한정적이어서 고민이다”라고 토로했다. ‘언제부터’처럼 모호하게 그러나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는 말들을 좋아하는데, 이를 위해 요즘 소설을 즐겨 읽는다고 했다.   오존(사진='Thoms piano' MV 캡처)   오존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때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이다. 2016년에서 2017년, 그리고 새롭게 시작된 2018년의 시작점에서 오존의 울타리는 점점 더 넓어져갔다. 앨범은 어느덧 세 장이 발표됐고, 활동을 할수록 음악 말고도 신경 써야 할 것들을 마주했다.  “멍청하게 음악만 만들어내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요. 변해야 하잖아요. 하고 싶은 대로 했는데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해요. 그리고 앞으로도 하고 싶은 대로 할 예정인데 (웃음) 좋아해주시면 더 감사하고요. 그런 것에 별로 책임감을 느끼지는 않아요. 예를 들어 ‘이런 앨범의 반응이 좋았으니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죠. 다른 사람의 기대보다 내 계획에 집중하려고 해요.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방어기제일 수도 있는데 다른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나 스스로를 가두는 편이에요. 사실 첫 앨범 내고 ‘DOWN’ 반응이 좋으니 ‘또 그런 곡 써야 하나’ 영향을 많이 받았었거든요. 그런데 또 그렇게 하려니 안 되더라고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속 편해요. 안 그러면 머리 터져 죽어요, 편한 게 맞고 스스로에게도 좋은 거니까, 앞으로도 계속 이럴 예정입니다 (웃음)” 어찌 보면 가장 혼란을 겪을 시기다. 처음으로 대중의 반응과 피드백을 맛봤고, 내 음악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수고로운 일을 해야 할 필요도 있다. 오존은 이에 공감하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고민했다. 그리고 그가 내놓은 대답들은 오존의 음악을 더욱 믿을 수 있게 만들었다. “아둥바둥한다고 해서 잘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꾸준히 열심히 하다 보면 되지 않을까 해요. 지난해 새소년, ADOY, 신해경 등이 주목 받는 가수로 언급됐다던데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라고 생각해요. 올해는 신세하와 같이 언급되면 좋겠어요. 몇 년째 루키라며... (웃음) 오는 2월에는 ‘jon2’가 나오거든요. 지금 ‘jon1’을 냈지만 계속 새 앨범을 작업 중이라 이것까지 발매되면 집에서 좀 쉬고 싶네요. ‘jon2’에는 확실한 오존의 취향이 담길 거예요”

오존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음악

이소연 기자 승인 2018.02.01 12:33 | 최종 수정 2136.03.04 00:00 의견 0

[뷰어스=이소연 기자] 우리는 간혹, 무언가를 그대로 즐기는 것 또한 하나의 감상법이라는 걸 잊고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게 받아들인다. 심오한 세계와 치밀한 계산이 경외로운 가수도 있지만, 분명 ‘앨범은 곧 가수 그 자체’라는 사실을 상기하게 만드는 이들도 있다. 언젠가 한 시인이 자신의 시와 관련해 출제된 수능 문제를 풀지 못했다는 씁쓸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가수 오존은 자신의 감정과 취향을 그저 투명한 진심에 풀어낸다. 과거, 그리고 과거가 만들어낸 현재의 자신을 흘러가는 대로 음악에 담는다. 그래서 그의 소리와 문자는 나날이 발전하고, 그 겹을 걷어내고 난 자리는 늘 투박하다. 단순하지 않은 것을 들고 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끔 만드는 오존, 그 충격의 음악이 바로 오존의 멋이다.

오존(사진='somehow' MV 캡처
오존(사진='somehow' MV 캡처

 

■ ‘[O]’ + ‘jon1’ = 오존

“지난해 여름부터 연말까지 새 앨범 작업을 했어요. 원래 지난 겨울에 냈어야 하는데 늦어졌죠. 계획도 두루뭉술했고 구체적인 게 잘 안 잡혔거든요. 어떤 곡 넣을지도 정해지지 않아서 곡만 쓰고 있었는데, 뮤직비디오 등 일정이 잡히면서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됐어요. 원래 곡을 먼저 쓴 뒤, 넣을 곡을 고르고 타이틀곡을 정하는 스타일이에요”

오존은 최근 두 번째 미니앨범 ‘jon1’을 발매했다. 지난해 10월 첫 번째 앨범 ‘[O]’를 내고 데뷔한 뒤 꼬박 1년 3개월 만이다. 그 사이 오존은 싱글도 하나 내고, 네이버 온스테이지의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여러 페스티벌과 공연으로 무대에도 올랐다. 친구인 신세하의 밴드 ‘신세하 앤 더 타운’의 기타리스트로서 먼저 얼굴을 알린 오존이 펼치는 첫 활동이었다.

“맨 처음 앨범을 낼 때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세하에게 다 물어봤죠. 세하가 그동안 배운 게 있으니 토대로 알려줬어요. 음악적인 영향을 받았다기보다 앨범을 내는 과정이나 유통사, 저작권 등록 등 조언을 구한 거죠. 그렇게 한 번 해보고 나니까 이제 혼자 할 수 있는 정도가 됐어요”

‘[O]’는 ‘어드바이저(Adviser) 신세하’라고 기재할 정도로 친구와 주변의 도움을 받아 완성됐다. 그래서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내보낸 ‘jon1’은 더 특별하다. 두 번째 앨범은 데뷔 때에 비해 더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나오기 때문에 더 어렵기도 하다. 오존은 왜 이번 앨범에는 소개글을 직접 쓰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지난 번 글도 10번 넘게 수정한 거다. 다시 하자니 너무 부담되고 힘들어서 그냥 없앴다”면서 웃었다.

 

오존 앨범 커버(사진=포크라노스 제공)
오존 앨범 커버(사진=포크라노스 제공)

 

“‘[O]’와 ‘jon1’을 합치면 내 이름인데, 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지금의 나를 담은 앨범이니 최대한 심플하게 나를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jon’이라는 글자가 예뻐 보이기도 하고요. 다만 이름을 꼭 이렇게 지으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앨범을 나눠 낼 생각은 있었어요. 정규로 내기에는 곡 길이도 짧고 갖고 있는 곡도 부족했거든요. 노래도 자연스럽게 두 분위기로 나뉘었고요. 두 번째 앨범이 비교적 최근 쓴 곡들인데, 그 사이 취향이 바뀐 건지 다르게 다가오더라고요”

‘[O]’은 밝고 화사한 햇살이 떠오르는 앨범이다. ‘jon1’ 역시 오존 특유의 따뜻함이 묻어나지만 비교적 차분하고 감정을 누른 듯한 감상이 든다. 오존의 말에 따르면 전자는 듣기 편한 곡들로 구성됐고, 후자는 듣기 쉬우면서 조금 더 오존의 취향이 섞였다. 

“평소 음악을 들을 때, 흔히 말하는 메이저와 마이너로 나뉘는데요. 내 취향의 음악은 호불호가 갈리더라고요. 취향을 좀 더 타는 음악이에요. 듣는 이에 배려가 없는 음악이 될 수도 있죠. (웃음) 그리고 이번 앨범을 어둡게 보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난 밝다고 생각했거든요”

 

오존(사진='somehow' MV 캡처)
오존(사진='somehow' MV 캡처)

 

■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노래할 뿐

오존의 재미있는 점은 멜로디만 들으면 한없이 나른하고 포근한데, 정작 가사는 마냥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오존은 “대놓고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분위기만 주고 너무 그 감정에 취하지 않는 게 좋다”면서 음악 취향은 밝고 생각은 어두운 자신의 성격을 언급했다. 

“학생 때는 좀 더 활발하고 까불고 그랬죠. 20살 넘어서부터는 많이 차분해졌어요. 나도 스스로가 적응이 안 되긴 하는데, 가끔 조증 같은 모습이 나오기도 해요. (웃음) 진짜 모습 같은 거죠.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해서 그런 가 봐요. 작업도 보통 우울할 때 잘 되는 편이고요. 작업을 하다보면 기분이 좋아져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데,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게 작업이 결과물에 반영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오존이 앨범에서 지키고자 하는 영역은 있다. 희망적인 마지막 트랙으로 끝맺음을 한다는 것. 위로해주는 느낌을 주면서 감정을 환기하고자 하는 이유다. ‘jon1’의 네 번째 트랙 ‘Thom s Piano’ 역시 마찬가지다.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감정으로 뭉뚱그린다. 곡 뒷부분에서는 분위기를 바꿔 듣고 난 뒤의 개운함, 후련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오존(사진=오존 SNS 캡처)
오존(사진=오존 SNS 캡처)

 

“결국 관계, 그 중에서도 사랑에 관한 이야기에요. 연인이든 부모님이든 친구든요. 내가 찾을 수 있는 흔한 소재이기도 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가장 흥미로워요. 모든 곡에는 그 대상이 있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 전달하는데 집중했어요. 가사를 쓸 때도 특정한 대상에게 이야기를 하듯 써 내려가요. 곡의 대상들에게는 스케치 마치고 들려주는데, 다들 좋아하더라고요. 그런 척 하는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요 (웃음)”

이미 헤어진 연인이 대상인 경우에는 어떡하냐고 물었다. 오존은 “들려주고 싶은 것과 내가 이 감정을 말하고 싶은 건 다르다. ‘대상을 위해’ 쓰고 그런 것까지는 아니다. 단순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거다”라고 답했다. 

■ ‘그때 할 수 있는’ 만큼 보여준다는 것

오존의 답변은 꽤나 흥미롭고 경쾌했다. ‘이건 뭘까, 저건 뭘까’ 질문하면 오존은 ‘그냥 이러이러한 거다’라고 무심히 대답했다. 동시에 성실하게 자신이 했던 혹은 지금 하게 된 생각들을 술술 들려줬다.

“음악도 그렇고 그림, 글도 그렇고 섬세하게 잘 못하겠어요. 나중에 늘면 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갑자기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에서 수채화를 그린다든가 그건 안  되죠. 물론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노력한 만큼 늘어요. 전작과 비교했을 때 스스로도 느껴질 만큼 기술이나 감각적인 부분에서 유연해졌어요. 사람들은 예전 앨범이 의미 있다고 하는데 나는 진짜 첫 번째 앨범을 못 듣겠어요. 전체적으로는 괜찮은데 자세히 들으면 자꾸 부족한 것만 들리더라고요”

삐뚤빼뚤하지만 순수한 그림과 손글씨는 오존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듯하다. 메모하고 낙서하기를 좋아한다던 그는 “요즘 표현이 너무 한정적이어서 고민이다”라고 토로했다. ‘언제부터’처럼 모호하게 그러나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는 말들을 좋아하는데, 이를 위해 요즘 소설을 즐겨 읽는다고 했다.

 

오존(사진='Thoms piano' MV 캡처)
오존(사진='Thoms piano' MV 캡처)

 

오존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때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이다. 2016년에서 2017년, 그리고 새롭게 시작된 2018년의 시작점에서 오존의 울타리는 점점 더 넓어져갔다. 앨범은 어느덧 세 장이 발표됐고, 활동을 할수록 음악 말고도 신경 써야 할 것들을 마주했다. 

“멍청하게 음악만 만들어내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요. 변해야 하잖아요. 하고 싶은 대로 했는데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해요. 그리고 앞으로도 하고 싶은 대로 할 예정인데 (웃음) 좋아해주시면 더 감사하고요. 그런 것에 별로 책임감을 느끼지는 않아요. 예를 들어 ‘이런 앨범의 반응이 좋았으니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죠. 다른 사람의 기대보다 내 계획에 집중하려고 해요.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방어기제일 수도 있는데 다른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나 스스로를 가두는 편이에요. 사실 첫 앨범 내고 ‘DOWN’ 반응이 좋으니 ‘또 그런 곡 써야 하나’ 영향을 많이 받았었거든요. 그런데 또 그렇게 하려니 안 되더라고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속 편해요. 안 그러면 머리 터져 죽어요, 편한 게 맞고 스스로에게도 좋은 거니까, 앞으로도 계속 이럴 예정입니다 (웃음)”

어찌 보면 가장 혼란을 겪을 시기다. 처음으로 대중의 반응과 피드백을 맛봤고, 내 음악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수고로운 일을 해야 할 필요도 있다. 오존은 이에 공감하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고민했다. 그리고 그가 내놓은 대답들은 오존의 음악을 더욱 믿을 수 있게 만들었다.

“아둥바둥한다고 해서 잘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꾸준히 열심히 하다 보면 되지 않을까 해요. 지난해 새소년, ADOY, 신해경 등이 주목 받는 가수로 언급됐다던데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라고 생각해요. 올해는 신세하와 같이 언급되면 좋겠어요. 몇 년째 루키라며... (웃음) 오는 2월에는 ‘jon2’가 나오거든요. 지금 ‘jon1’을 냈지만 계속 새 앨범을 작업 중이라 이것까지 발매되면 집에서 좀 쉬고 싶네요. ‘jon2’에는 확실한 오존의 취향이 담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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