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래(사진=MBC 제공)
[뷰어스=이소연 기자] 개그우먼 박나래가 2016년 MBC ‘라디오스타’를 통해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이한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당시 박나래가 출연한 ‘라디오스타’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그는 ‘연예인’이라는 이름을 달고 하면 안 될 것 같은 에피소드를 늘어놓고 행동했다. 시청자들 역시 폭소하면서도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되는 건가’ 의문점을 가졌다.
왜냐하면 방송에서 박나래는 ‘나래바’와 굴욕적인 모습이 담긴 만취 인증샷, 양세찬을 향한 고백 등 소재를 주로 사용했다. 그 때문에 이런 모습이 어떤 이들에게는 불편하게 다가왔을 터다. 정돈되지 못한 모습을 보일 뿐만 아니라 술과 연애 등 다소 자극적인 주제를 일삼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거침없는 언행은 오히려 지금의 박나래를 만들었다. ‘연예인이니까 이렇게 하면 안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낡아빠진 선입견임을 만천하에 알렸다. 심지어 박나래와 친구라면 참 재미있겠다, 같이 한 번 술 먹어보고 싶다는 호기심까지 불러일으킨다. 박나래는 호불호 강한 개성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개그우먼이 됐다.
박나래가 ‘나 혼자 산다’에서 보여준 특유의 친화력과 정 넘치는 성격은 따뜻하다. 출중한 요리 실력과 똑 소리 나는 살림꾼 면모는 야무진 매력이다. tvN ‘짠내투어’에서는 박명수와 김생민 사이에서 현명한 중간 다리 역할을 하며 재미와 살뜰함 모두 챙긴다. MBC 에브리원 ‘비디오스타’에서는 웃음을 담당하며 균형을 맞춘다.
박나래(사진=MBC 연예대상 화면 캡처)
그러나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확 달라진 계기는 비교적 최근인 듯하다. 지난해 MBC 연예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난 다음부터다. 박나래가 받은 상은 단순히 방송사의 나눠주기식이 아니었다. 여성 개그우먼으로서 입지를 넓히고 고루 갖춘 재능을 겸비한 그에게 마땅했다.
박나래에게도 이번 시상식은 뜻 깊었다. 그는 2009년 박미선 이후 8년 만에 여성 개그우먼으로서 연예대상 후보에 올랐다. 박나래는 수상의 기쁨을 누리고 들뜬 마음을 드러내면서도 대상 후보에 오른 의미를 되짚었다. 열악한 개그계에서 여성 개그우먼이 이 자리까지 올라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선배 박미선으로부터 “자랑스럽다”는 문자메시지도 받았다.
늘 장난기 넘치는 박나래지만 이 일은 언급할 때만큼은 진지했다. 개그우먼으로서 자부심과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비록 자극적인 이슈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지만, 알고 보면 솔직함 안에 담아낸 진정성이 그의 진짜 재능이다. 덕분에 박나래는 극명한 호불호를 뚫고 현실의 나 혹은 친구 같은 친근함을 어필할 수 있었다.
아무리 개그맨, 개그우먼이라도 만천하에 자신의 굴욕과 민낯을 드러내고 싶은 이는 없다. 이렇게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는 박나래의 진심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