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씨쏜 '동백꽃과 요가' (사진=CCOC) [뷰어스=강소영 기자] 바야흐로 봄이다. 남녘에서 시작된 벚꽃은 서울 한복판에서도 개화했다. 미세먼지가 가득한 날에도 꽃샘추위에도 흩날리는 꽃잎만은 예쁘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안에도 봄기운이 만연하다. 제주에서 찾아온 ‘봄 그리고 봄展’(See&Spring JEJU)이 봄기운을 몰고 온 주인공이다.  ‘봄 그리고 봄展’을 기획한 CCOC 강욱 대표는 제주 4.3사건 70주년을 맞아 제주의 봄과 함께 희망이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전시를 기획했다. 양민학살의 아픔을 견뎌낸 제주는 이 전시에서만큼은 관광지가 아닌 영감을 피우는 섬이 된다. 작가들은 천혜의 자연을 자신들만의 주제로 녹여냈다. 공기 중을 떠도는 바람, 바람이 스미는 돌, 돌 사이로 일렁이는 바다 등 유기적인 자연의 모습이 전시의 형태로 옮겨졌다.  이번 전시의 중점은 제주와의 인연이다. 이중섭, 중광 등 유명 작가들은 물론 젊은 작가들이 사랑한 제주의 풍경을 이야기한다. 김풍창부터 이해강까지, 제주를 각각의 색으로 해석한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된다. 이들은 기성 작가들의 세계관을 이어나가거나 확장하며 자신들만의 세계를 넓혔다. 그들의 제주는 어떤 모습일까. 전시장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은 도마에 그려진 말이다. 도마에는 꽤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나이테가 새겨져 있다. 작가는 나이테의 눈을 말의 눈으로 표현했다고. 이에 대해 강 대표는 “강부언 작가는 나무의 원 색상 그대로를 받아 그린다”고 설명했다. 강부언은 제주의 정지문(부엌문의 사투리)을 이용해 그 안에 자신이 느낀 제주의 바다를 그려 넣었다. 홈이 패여 흐르는 듯 보이는 결을 폭포로 삼는 등 생각의 전환을 시도했다.  강 대표가 제주 출신 작가 중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꼽은 강문석 작가도 제주말을 조명했다. 청동으로 말의 근육을 표현한 듯한 선들은 넓은 초원 속 말의 역동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눈을 살짝 돌리면 김풍창의 ‘제주환상’ 시리즈가 이어진다. 작가는 제주 정착 후 18년동안 느낀 사계절의 모습을 그렸다. 그 안에는 곶자왈(숲)이 있고 ‘고래’와 ‘눈(Eye)’이 유영하듯 떠 있다. 강 대표는 “자연하고 하나가 되는 어울림의 공간인 곶자왈을 형상화해 만들어낸 그림”이라며 “작가의 그림에는 바다, 오름 등에도 표정이 있다. 제주의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돼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가진 그림”이라고 전했다. 우광훈 '제주바다' (사진=CCOC) 이 밖에도 특수 혼합재료를 사용해 제주 곳곳에 놓인 화성암을 설치한 하석홍과 ‘직지코드’를 연출한 우광훈과의 콜라보 영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광훈은 이중섭 생가에서 내려다보는 제주 바다를 찍어 조수간만의 차이로 본 형제섬을 조명했다. 형제섬이 보이는 스크린 앞에는 제주 바다 특유의 맑음이 잘 나타난 영상이 바닥에 설치돼있다. 마치 작은 바다가 펼쳐진 느낌의 영상에는 게가 지나다니고 햇빛에 따라 물결이 일렁인다. 바다는 그렇게 옮겨졌다.  제주를 색으로 보는 다양한 시선도 존재한다. 제주 출신인 김지영은 ‘이상한 나라의 제주’를 주제로 선보였다. 김지영은 제주의 부엌, 화장실 등의 공간에 자신의 상상력을 투영했다. 루씨쏜은 민화 속에 게스트하우스를 집어넣어 해학적인 맛을 보여준다. 또 제주도 사람들의 생활을 익살스럽게 담았다. 유튜브에 공개돼 호평을 받은 이해강의 영상 작품 ‘거인’도 전시된다.  젊은 작가들을 지나면 도자기로 들꽃을 만드는 강혜경의 작품이 자리한다. 구워진 들꽃을 보다보면 요가를 하는 ‘몸짓’을 대롱대롱 매달아놓은 작품이 웃음을 유발한다. 또 강혜경과 작품을 주고받은 인연이 있는 김영갑도 자리한다. 김영갑의 사진으로 유명한 ‘무제’ 들이 벽면을 가로지르고 있다. 그가 찍은 오름의 날씨는 찡그리기도, 새벽같기도 하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한참을 들여다보게 한다. 제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제주의 참 모습이 서려있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이중섭, 중광, 김영갑 (사진=CCOC) 김영갑을 마주보는 자리엔 이중섭이 있다. 생가가 위치한 서귀포는 이중섭 화풍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곳이다. ‘섶섬이 보이는 풍경’에는 당시 초가집들 너머로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다. 그 가운데 섶섬이 자리한다. 이중섭의 따뜻하고 화사한 화풍은 제주도를 겪지 않아도 제주를 그립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전시의 피날레는 중광이 자리했다. 그림을 그리다 졸리면 잠에 들었다는 중광의 세계관에는 동양적 추상미가 서려있다. 병풍 등에 그려진 그림은 아이가 그린 듯 불규칙해 보이지만 피카소를 존경하던 그는 외국에서 먼저 인정받아 국내에 알려졌다. 끝내 제주에 자신의 박물관을 열지는 못했지만, 후대에서 그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앞으로 주목할 만 하다.  전시는 우리가 보는 제주와 작가들이 느끼는 제주의 참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삶에 지친 이들이 한번쯤 들려 휘 둘러보기 좋다. 혹은 제주를 느끼고 싶은 이가 있다면 ‘봄 그리고 봄展’을 추천해줘도 좋다. 우리의 봄을 미술관에서 시작 해봐도 좋지 않을까. ‘봄 그리고 봄展’은 오는 11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제 3, 4 전시실에서 열린다. 제주도민은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전시]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서울에 핀 제주의 봄

강소영 기자 승인 2018.04.07 09:06 | 최종 수정 2136.07.12 00:00 의견 0
루씨쏜 '동백꽃과 요가' (사진=CCOC)
루씨쏜 '동백꽃과 요가' (사진=CCOC)

[뷰어스=강소영 기자] 바야흐로 봄이다. 남녘에서 시작된 벚꽃은 서울 한복판에서도 개화했다. 미세먼지가 가득한 날에도 꽃샘추위에도 흩날리는 꽃잎만은 예쁘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안에도 봄기운이 만연하다. 제주에서 찾아온 ‘봄 그리고 봄展’(See&Spring JEJU)이 봄기운을 몰고 온 주인공이다.

 ‘봄 그리고 봄展’을 기획한 CCOC 강욱 대표는 제주 4.3사건 70주년을 맞아 제주의 봄과 함께 희망이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전시를 기획했다. 양민학살의 아픔을 견뎌낸 제주는 이 전시에서만큼은 관광지가 아닌 영감을 피우는 섬이 된다.

작가들은 천혜의 자연을 자신들만의 주제로 녹여냈다. 공기 중을 떠도는 바람, 바람이 스미는 돌, 돌 사이로 일렁이는 바다 등 유기적인 자연의 모습이 전시의 형태로 옮겨졌다. 

이번 전시의 중점은 제주와의 인연이다. 이중섭, 중광 등 유명 작가들은 물론 젊은 작가들이 사랑한 제주의 풍경을 이야기한다. 김풍창부터 이해강까지, 제주를 각각의 색으로 해석한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된다. 이들은 기성 작가들의 세계관을 이어나가거나 확장하며 자신들만의 세계를 넓혔다. 그들의 제주는 어떤 모습일까.

전시장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은 도마에 그려진 말이다. 도마에는 꽤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나이테가 새겨져 있다. 작가는 나이테의 눈을 말의 눈으로 표현했다고. 이에 대해 강 대표는 “강부언 작가는 나무의 원 색상 그대로를 받아 그린다”고 설명했다. 강부언은 제주의 정지문(부엌문의 사투리)을 이용해 그 안에 자신이 느낀 제주의 바다를 그려 넣었다. 홈이 패여 흐르는 듯 보이는 결을 폭포로 삼는 등 생각의 전환을 시도했다. 

강 대표가 제주 출신 작가 중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꼽은 강문석 작가도 제주말을 조명했다. 청동으로 말의 근육을 표현한 듯한 선들은 넓은 초원 속 말의 역동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눈을 살짝 돌리면 김풍창의 ‘제주환상’ 시리즈가 이어진다. 작가는 제주 정착 후 18년동안 느낀 사계절의 모습을 그렸다. 그 안에는 곶자왈(숲)이 있고 ‘고래’와 ‘눈(Eye)’이 유영하듯 떠 있다. 강 대표는 “자연하고 하나가 되는 어울림의 공간인 곶자왈을 형상화해 만들어낸 그림”이라며 “작가의 그림에는 바다, 오름 등에도 표정이 있다. 제주의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돼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가진 그림”이라고 전했다.

우광훈 '제주바다' (사진=CCOC)
우광훈 '제주바다' (사진=CCOC)

이 밖에도 특수 혼합재료를 사용해 제주 곳곳에 놓인 화성암을 설치한 하석홍과 ‘직지코드’를 연출한 우광훈과의 콜라보 영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광훈은 이중섭 생가에서 내려다보는 제주 바다를 찍어 조수간만의 차이로 본 형제섬을 조명했다. 형제섬이 보이는 스크린 앞에는 제주 바다 특유의 맑음이 잘 나타난 영상이 바닥에 설치돼있다. 마치 작은 바다가 펼쳐진 느낌의 영상에는 게가 지나다니고 햇빛에 따라 물결이 일렁인다. 바다는 그렇게 옮겨졌다. 

제주를 색으로 보는 다양한 시선도 존재한다. 제주 출신인 김지영은 ‘이상한 나라의 제주’를 주제로 선보였다. 김지영은 제주의 부엌, 화장실 등의 공간에 자신의 상상력을 투영했다. 루씨쏜은 민화 속에 게스트하우스를 집어넣어 해학적인 맛을 보여준다. 또 제주도 사람들의 생활을 익살스럽게 담았다. 유튜브에 공개돼 호평을 받은 이해강의 영상 작품 ‘거인’도 전시된다. 

젊은 작가들을 지나면 도자기로 들꽃을 만드는 강혜경의 작품이 자리한다. 구워진 들꽃을 보다보면 요가를 하는 ‘몸짓’을 대롱대롱 매달아놓은 작품이 웃음을 유발한다. 또 강혜경과 작품을 주고받은 인연이 있는 김영갑도 자리한다. 김영갑의 사진으로 유명한 ‘무제’ 들이 벽면을 가로지르고 있다. 그가 찍은 오름의 날씨는 찡그리기도, 새벽같기도 하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한참을 들여다보게 한다. 제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제주의 참 모습이 서려있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이중섭, 중광, 김영갑 (사진=CCOC)
이중섭, 중광, 김영갑 (사진=CCOC)

김영갑을 마주보는 자리엔 이중섭이 있다. 생가가 위치한 서귀포는 이중섭 화풍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곳이다. ‘섶섬이 보이는 풍경’에는 당시 초가집들 너머로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다. 그 가운데 섶섬이 자리한다. 이중섭의 따뜻하고 화사한 화풍은 제주도를 겪지 않아도 제주를 그립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전시의 피날레는 중광이 자리했다. 그림을 그리다 졸리면 잠에 들었다는 중광의 세계관에는 동양적 추상미가 서려있다. 병풍 등에 그려진 그림은 아이가 그린 듯 불규칙해 보이지만 피카소를 존경하던 그는 외국에서 먼저 인정받아 국내에 알려졌다. 끝내 제주에 자신의 박물관을 열지는 못했지만, 후대에서 그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앞으로 주목할 만 하다. 

전시는 우리가 보는 제주와 작가들이 느끼는 제주의 참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삶에 지친 이들이 한번쯤 들려 휘 둘러보기 좋다. 혹은 제주를 느끼고 싶은 이가 있다면 ‘봄 그리고 봄展’을 추천해줘도 좋다. 우리의 봄을 미술관에서 시작 해봐도 좋지 않을까.

‘봄 그리고 봄展’은 오는 11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제 3, 4 전시실에서 열린다. 제주도민은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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