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희 기자] 길거리에만 나가도 최신 곡이 쉴 틈 없이 흘러나오고요, 음악 사이트도 일주일만 지나면 최신 앨범 리스트가 몇 페이지씩이나 됩니다. 이들 중 마음에 훅 들어오는 앨범은 어떻게 발견할까요? 놓친 앨범은 다시 보고, ‘찜’한 앨범은 한 번 더 되새기는 선택형 플레이리스트가 여기 있습니다. -편집자주-
2018년 5월 넷째 주(5월 21일 월요일~5월 27일 일요일)의 앨범은 마리슈, 볼빨간사춘기, 더 이스트라이트, 순호, 우주히피입니다.
■ 마리슈 싱글 ‘오 마이 달링’ | 2018.5.23
‘로맨틱하다’는 표현에 떠올리는 단상은 저마다 다르다. 마리슈는 석양, 바다, 별빛, 그리고 꿈같은 것들이 생각난다고 했다. 노래는 정말로 이것들을 다 담고 있다. 화음과 함께 흘러나오는 전주는 해변에서 붉게 지고 있는 노을을 떠올리게 하고, 마디마디가 연결되는 지점은 달콤함 그 자체다. 차분하게 꾹꾹 눌러 부르는 보컬은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만든다. ‘로맨틱’이라는 무드는 사랑에 특별한 무언가가 더해져 만들어지는 특별한 분위기다. 그런 의미에서 ‘오 마이 달링’은 단순히 ‘사랑’에 관한 노래가 아니다. 마음이 편안해지면서도 풍부한 설렘을 선사하는 곡이 주는 행복은 크다.
■ 볼빨간사춘기 미니 ‘Red Diary Page.2’ | 2018.5.24
첫 번째 다이어리에서 ‘사랑’을 노래한 볼빨간사춘기는 두 번째 다이어리를 통해 ‘일상’을 돌아본다. ‘썸’과 관련된 이미지가 강했던 이들에게는 조금은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특히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여행’은 음악적으로도 볼빨간사춘기의 신선한 바람을 잘 드러낸다. ‘여행’은 트로피컬 하우스 느낌과 록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이다. 그간 딥(deep)한 느낌을 줬던 것과 달리 시원시원하고 뻥 뚫린 느낌이 드는데, 볼빨간사춘기만의 편안함과 어우러져 어색하지 않게 다가온다. “저 오늘 떠나요 공항으로/핸드폰 꺼놔요/제발 날 찾진 말아줘” “날아다니는 새처럼”과 같은 가사는 여유와 설렘, 자유를 선사한다. 비록 몸은 현실을 떠날 수 없어도 마음만이라도 저 멀리 두고 싶을 때 들으면 충분히 기분이 좋아질 노래.
■ 더 이스트라이트 미니 ‘설레임’ | 2018.5.24
평균 나이가 17세인 더 이스트라이트에게 ‘로맨틱’이라는 말을 붙인다면 조금 어색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랑을 노래하지 못한다는 법도 없다. 더 이스트라이트는 이전에 ‘아이 갓 유(I got you)’로 ‘심쿵’하는 나의 마음을 고백했고, ‘레알 남자’에서는 아예 누나를 지칭해 고백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신곡 ‘설레임’으로 썸타는 관계를 다룬다. ‘설레임’은 청량하면서도 달콤한 멜로디로 더 이스트라이트 특유의 풋풋함과 설렘을 강조한 곡이다. 사실 더 이스트라이트는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 팀인 만큼 모험을 할 때도 있었다. 예를 들어 이전 곡‘레알 남자’는 장난스러운 제목부터 유치한 가사, 촌스러운 멜로디까지 총체적 난국이었다. 하지만 ‘설레임’을 통해서는 다시 본래의 더 이스트라이트로 돌아왔다.
■ 순호 싱글 ‘A부터 A까지’ | 2018.5.24
주로 봄과 어울리는 노래를 소화하던 순호가 이번에도 역시 달콤한 러브송을 들고 나왔다. 샛노란 개나리 같은 앨범 커버는 산뜻한 노래 그 자체를 나타내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봄뿐만 아니라 선선한 바람이 부는 초여름에도 듣기 좋은 정도의 가벼움을 지니고 있다. “A부터 Z까지 너라고/널 사랑한다고”라는 가사는 사랑으로 가득 찬 노래를 대변한다. 익숙한 흐름은 곡을 듣기 편안하게 만들어주는데, 후렴구에 이르러서는 좀 더 다이내믹하고 리드미컬한 멜로디로 신나는 기분까지 돋운다.
■ 우주히피 싱글 ‘수면모드’ | 2018.5.26
휴대전화를 ‘비행기모드’로 설정해 놓으면 외부와 그 어떤 교류도 할 수 없다. 그저 할 수 있는 거라곤 휴대전화에 기본적으로 장착된 기능 활용뿐이다. 사람에게도 이런 ‘비행기모드’가 있다면 어떨까. 우주히피는 나른하게 찾아오는 졸음을 그대로 받아들여 조용히 잠들고 싶은, 혼자만의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을 그려냈다. 이 ‘수면모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하지만 자신이 원할 때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이 모드에 돌입할 수 있다는 것은 작지만 큰 행복이다. “오늘 난 날 내버려 둘래...꼭 뭔가 해야 한다면은/나만 아는 데 시간을 가둘래”라는 가사처럼 외부와 접촉하지 않고 본연의 자신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 어떤 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그럴 때는 우주히피의 하얗고도 편안한 노래의 힘을 빌려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