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희 기자] 그룹 AOA의 이번 활동에는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변한 것은 멤버 구성의 변화이고, 변하지 않은 것은 팀이 노리는 계절감이다. 올해로 데뷔 7년차를 맞은 AOA는 어떤 것을 유지하고 어떤 것을 비우고 채워야 할까.
AOA(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제공)
■ 멤버의 빈자리를 실력으로 채우다
AOA는 최근 멤버 초아의 탈퇴로 인해 6인조 재편을 하게 됐다. 멤버들은 데뷔 7년차인 만큼 이번 신곡 무대로 노련한 실력을 보여줬지만, 반대로 오랫동안 함께한 멤버이기에 허전한 느낌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초아는 팀 내 메인보컬을 담당함과 동시에 노래를 할 때나 방송을 할 때나 상당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인물이다.
멤버들은 이를 메우기 위해 자신들의 역량을 더욱 키웠다. 랩을 하던 찬미는 보컬에 도전했다. 연습생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다같이 새벽연습도 시작했다. 찬미는 다섯 번째 미니앨범 ‘빙글뱅글’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초아언니도 AOA의 목소리이긴 했지만, 유나언니의 보컬 비중도 많았다”면서 “다른 부분들은 많은 연습을 통해 잘 채웠다”고 말했다.
실제로 무대 위 AOA에게는 부족한 점이 없었다. 다들 춤을 완벽하게 소화했고 퍼포먼스는 유려하게 흘러갔다. 숱한 노력 끝에 탄생한 앨범 ‘빙글뱅글’은 초아의 빈자리에 대한 부담이 느껴지지 않았다.
AOA(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제공)
■ 계속되는 AOA의 뜨거운 여름
무엇보다 AOA는 자신들에게 잘 어울리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AOA는 그간 이른 여름에 주로 컴백을 해왔다. 2014년 6월 ‘단발머리’로 흥행하고 난 뒤에는 2015년 6월 ‘하트 어택’, 2016년 5월 ‘굿 럭’ 등을 냈다. 앨범들은 모두 빨간색이나 파란색 등을 주된 색깔로 사용해 AOA만의 뜨거운 여름을 드러냈다.
이는 시원하면서 섹시한 이미지가 자신들에게 잘 어울린다는 것을 파악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멤버들 역시 “그간 활동하면서 우리의 장점을 많이 알게 됐다. 그 장점을 부각시켜 무대가 꽉 찰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그간 내세워왔던 발랄한 섹시에 레트로풍을 더했다. 색감을 달리하긴 했지만 붉은 톤을 테마로 잡았다. 이는 AOA가 유지해야 할 자신들만의 색깔로 자리 잡았다.
AOA(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제공)
■ 주체적으로 색깔을 형성해나가야 할 때
다만 노래에 있어서는 완성도와 별개로, 보다 한 단계 성장할 필요가 느껴진다. 멤버들이 잘 하는 것을 강조하는 것과 대중의 입맛에 따라 팀의 색깔을 형성하는 일은 종이 한 장 차이지만 파장의 격차는 크다.
‘빙글뱅글’은 이전 곡들과 비슷하게 후렴구를 강조하며 대중이 좋아할 만한 포인트를 잘 잡아냈다. 전체적인 콘셉트나 여름을 연상케 하는 시원시원한 멜로디는 AOA의 매력을 잘 드러낸다. 하지만 뜬금없이 나오는 “엉덩이를 흔들어봐”라는 가사, 후렴구만 뇌리에 박히는 지점은 자칫 곡 전체가 '후렴구를 위한 노래'로 치부될 수 있는 위험요소다. AOA가 주로 사용해온 기법이라는 점이 함정이다. 노래가 좋고 무대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해도 결국 남는 것은 후렴구 몇 마디뿐인 것이다.
이런 아쉬움이 ‘여름’과 맞는 콘셉트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AOA가 자신들의 색깔에 주체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흘러가는 대로 놔뒀다는 점이 문제다.
멤버들은 여름에 주로 활동한 것에 대해 “여름에만 컴백한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어쩌다 보니 여름에 맞는 곡을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이왕 여름에 나온 김에 ‘2018년 여름’하면 AOA가 기억될 수 있는 노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때에 따라 맞는 곡을 선택하고 뒤늦게 돌아보니 하나의 공통점을 형성하는 경우도 있을 터다. 하지만 자신들의 의도대로 노래를 하나하나 쌓아 올려 큰 그림을 그린다면 가수로서 한층 성장할 수 있는 활동들로 기록되지 않을까.
이제 데뷔 7년차를 맞은 AOA다. 오래 함께 한 멤버는 떠났고, AOA는 더욱 더 진지하게 대중과 색깔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한다. 본인들을 위한 ‘하이킥(High kick)’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