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희 기자] 청춘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아본 사람이 있는가. 사람이든 사물이든 동물이든 사랑을 해보지 않은 자가 있는가. 나만의 테마곡이 되는 일상의 BGM을 틀어본 적이 있는가.  청춘, 사랑, 그리고 음악. 우리의 삶 자체이기도 한 이것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그 의미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도 그 정답을 모른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청춘, 사랑, 음악은 옳고 그름 자체가 없는 낭만이라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밴드 아도이(ADOY)는 함부로 이것들을 손에 쥐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본인들 스스로 “우리는 청춘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사랑을 물었을 때 잠시 주저하고는 “사랑이 최고”라며 감격한 표정을 짓는다. 이렇게 아도이는 그저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순간을 노래할 뿐이다.  (사진=이동환 기자) ■ 아도이가 생각하는 사랑의 모습 “이번 우리의 앨범 제목이 ‘러브(Love)’여서 그런지 몰라도 요즘 ‘사랑’이라는 단어가 많이 보이더라고요. 많은 아티스트들이 쓰고, 단어를 강조한 프로젝트들이 많았어요. 그걸 보며 ‘사랑’이 어떤 의미들을 지니고 있는지 생각해봤어요. 흔한 단어이지만, 지금 이렇게 다시 대두된다는 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을 짚어내는 거잖아요(오주환)” 아도이가 최근 발표한 두 번째 미니앨범은 ‘러브’다. 지난 5월 발표한 선공개곡은 젊음을 뜻하는 ‘영(Young)’이다. 앞서 낸 첫 번째 미니앨범 ‘캣닢(CATNIP)’이 청춘에 관한 다양한 단상을 담아냈던 것을 생각하면 흐름은 자연스럽다.  “‘영’을 정말 좋아해요. 맨 처음 곡을 들었을 때부터 그랬고,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항상 사랑이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이 곡은 로맨틱하기도 하고 가사가 없어도 사랑스러운 거예요.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은 곡이었어요(정다영)” “‘영’은 작업한 곡 중 가장 빨리 나오기도 했고, 선공개곡으로 잘 어울리는 곡이라고 생각했어요(오주환) ‘영’이 그 때 날씨랑 어울렸던 것 같기도 해요. 사랑스럽고 예쁜 노래에요. 이 곡을 작업할 때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계속 보면서 작업했어요(지)” 지는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의 모습에 대해 “영화 같은 이미지를 좋아하는데, 행복한 순간순간을 그린 장면들이 소중하다. 둘이 밥을 먹는다든지 그런 소소한 것들 말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영’ 뮤직비디오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비일상적인 인물과 함께 일상을 보내며 꿈같은 사랑을 느낀다.  “사랑에는 형태가 없다고 생각해요.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The Shape of water)’처럼 어느 그릇에 담아도 모양이 맞춰지는 거죠. ‘이것이 사랑이고 저것은 사랑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잖아요. 다영이가 사랑이 최고라고 했는데, 나에게도 최고인 것 같아요. 사랑은 우리에게 필요한 해답이 아닐까 싶어요(오주환)” 오주환(사진=이동환 기자) ■ “이번 앨범은 햇살이 비추는 공원 같은 느낌” 사랑의 찬란한 순간과 헤어짐의 지독한 시기를 각각 담은 수록곡의 순서는 직관적으로 결정했다. 1번 트랙은 타이틀곡 ‘원더(Wonder)’이고, 2번 트랙은 선공개곡 ‘영’이다. 아도이가 처음으로 피처링을 넣은 곡 ‘블랑(Blanc)’은 아도이의 색을 강조하기 위해 3번이 아닌 4번 트랙에 넣었다. 정다영이 부른 실험적인 곡 ‘잇 더즌트 이븐 매터(It Doesn’t even matter)‘은 마지막에 실어 자연스러운 흐름을 유도했다.  이전 앨범 ‘캣닢’과 차이가 있다면 뉘앙스다. 음악적인 결은 그대로 이어가되 이야기의 풍이 달라졌다. ‘러브’에는 보다 밝은 낭만이 깃들어 있다. 오주환은 “플랫(flat)한 느낌이 있다. 너무 모나지도 않고 들어간 것도 아니고 전체적으로 편안하게 흘러간다”고, 지는 “이전에는 밤의 드라이브가 잘 어울렸다면, 이번 앨범은 햇살이 쨍한 낮 공원의 분위기다”라고 설명했다. “가장 급하게 나온 건 타이틀곡이에요. 이전 앨범의 타이틀곡 ‘그레이스(Grace)’의 느낌이 있는 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앨범 마지막 작업할 때까지 계속 떠올라서 나중에 ‘곡 하나 더 쓰자’고 한 게 ‘원더’죠.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었는데 ‘원더’가 마지막 퍼즐이 됐어요(지)” “노래는 빠르게 썼어요. ‘그레이스’도 한 번에 나온 곡이고요. 또 이전 앨범이나 지금 앨범이나 모두 6개 트랙이기도 하고, 각 트랙마다 결이 연결돼 짝 지어지는 곡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듣는 사람도 앨범이 연장선상에 있다고 느끼니까요(오주환)” 정다영(사진=이동환 기자) 반면 아도이가 애를 먹은 트랙도 있었다. 수록곡 ‘블랑’은 구성만 15번을 바꿨다고. 마지막 트랙에서 전면으로 나서 노래를 부른 정다영도 녹음 당시 어려움을 겪었다. “‘블랑’은 오래 전부터 만들어 놓은 곡인데 잘 안 풀리더라고요. 그래서 앨범에 넣을 염두에 두지도 않았고 버리자고 했어요. 사실 의지로 붙잡고 있던 곡이죠. 그러다가 죠지가 떠올라서 함께 작업을 해보자 했는데 그러니 잘 풀리더라고요(오주환)” “‘잇 더즌트 이븐 매터’는 우울한 가사에요. 사랑의 아름다운 순간을 담은 ‘영’과 이별과정을 담은 ‘원더’ 등과는 조금 거리가 있죠. 이별 후 힘든 시기를 담은 곡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다영이가 부르기도 했어요. 다영이에게 어두운 바이브가 있거든요(지)” “난 내 목소리도, 노래하는 것도 좋아해요. 그런데 이번 녹음을 할 때는 자존감이 너무 떨어지는 거예요. 녹음하고 나왔는데 발가벗겨진 기분이고, 내 목소리인데 생소하게 느껴지고... 아쉬움이 남아요(정다영)” “당시 사용했던 모니터 스피커가 너무 좋고 비싼 거라 솔직하게 나오거든요. 그래서 그런 걸 거예요(오주환)” 아도이(사진=이동환 기자) ■ 오히려 청춘을 지났기에 노래할 수 있는 아도이의 앨범을 논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바로 커버다. 이들은 ‘캣닢’부터 지금까지 총 세 장의 앨범을 아오키지와 함께 작업했다. 앨범에는 인물의 각기 다른 표정이 클로즈업된 채로 담겨 있는데, 이 모습들에는 뭐라 분명히 말할 수 없는 묘한 감정들이 섞여 있다.  “선공개곡 커버와 앨범 커버를 같은 것으로 할까 싶었는데, ‘영’이 너무 소중한 트랙이라 그것만의 그림을 부탁드렸어요. 아오키지 작가가 작업하면서 노래를 3000번 이상 들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이 분의 특징인지 인물의 표정이 확실하지 않거든요. 대놓고 웃는다거나 화낸다거나 그런 게 없어요. 잘 읽을 수 없는 거죠(지)” “앨범 커버 후보들을 받고 어떤 표정일지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표정들에 연결되는 흐름은 없고, 그저 작품 그 자체라고 여겨요. 그리고 원래는 ‘영’과 ‘러브’ 커버가 바뀐 상태였거든요. 그렇게 이미 결정이 났는데 작가님이 새벽에 전화를 하셔서 ‘서로 바꾸면 안 되겠냐’고 하셨어요. 그게 더 잘 어울릴 것 같다고요. 작가님은 보랏빛의 (현재) ‘러브’ 커버를 더 사랑하시는 것 같았어요(오주환)” 지(사진=이동환 기자) 작가 역시 아도이의 노래를 사랑했기에 이토록 공을 들였을 터다. 아도이의 앨범 커버는 단순히 노래들과 어울리는 그림이라기보다, 오주환의 말대로 하나의 작품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각 트랙과 이미지가 만나는 순간 빈 틈 없는 또 하나의 예술이 탄생하는 듯하다. 아도이, 그리고 아도이를 둘러싼 이들이 청춘을 대하는 방식은 이렇게나 조심스럽고도 섬세하다.  “솔직히 아도이에게 청춘은 지났다고 생각해요(박근창) 사실 진짜 청춘들은 청춘이라는 말을 잘 안 하잖아요? (웃음)(오주환) 다들 청춘인지 모르고 지나가니까요. 그래서 지금 와서 그립기도 해요(정다영)” “20대 초반의 패기 있게 살아가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워요. 뭐, 그래도 아직 마음은 젊어요. ‘영’에서도 사랑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노래하죠. (웃음)(지)” “어떻게 보면 음악을 하고 밴드로 활동하고 공연하는 것 자체가 방부제 같아요. 덜 늙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오주환) 마음가짐 자체가 좀 다른 거죠(박근창)” ■ 그리고 여전히 청춘, 사랑, 그리고 음악 이들의 젊음은 음악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아도이는 최근 TGE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영국에 다녀왔다. 페스티벌 무대도 서고 다른 팀의 공연도 보며 색다른 환경을 겪었다. 다같이 술도 마시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웃고 울었다. 좋아하는 가수의 무대를 보고 음악인으로서 자극도 받았다. “재패니즈 블랙퍼스트의 공연에 오프닝 게스트로 선 적이 있어요. 그러다가 이번에 같이 페스티벌에 참가해 무대를 보니 신기했어요. 우리도 저렇게 되면 좋겠다고 느꼈죠(지)” “그들도 멤버가 네 명인데 각자가 서로 집중해서, 그리고 어떠한 틀을 정해놓지 않고 연주하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예요. 본인들이 재밌어 하는 거죠. 그런 모습이 확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너무 멋있더라고요(박근창)” 박근창(사진=이동환 기자) “우리는 이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영국에 간 거잖아요. 반드시 잘해야 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던 게 사실이죠. 공연을 한 번만 하거나 실수를 했으면 안타까웠을 것 같은데 다행이 몇 번 하면서 익숙해져 마지막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어요. 그런데 재패니즈 블랙퍼스트는 유럽투어를 하고 있었고 이번 공연도 그 일환이었거든요. 그 흐름이 이어지다 보니 무대에서 오는 프로페셔널함이 있더라고요. 또 지칠 법도 한데 이렇게 멋진 공연을 보여줬다는 것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어요(오주환)” “그 후로 남은 공연을 할 때, 무대에 오르기 전 ‘파이팅’ 대신 ‘재패니즈 블랙퍼스트’를 외칠 정도로 인상 깊었어요(지) 그 공연을 본 날 다들 정말 피곤한 날이었거든요. 그런데 한 멤버가 반짝거리는 신발을 신고 딱 나오는데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거예요. ‘5분만 보다가 가자’라고 했는데 결국 끝까지 다 보고 갔어요. 숙소 와서도 아침까지 술을 마시며 이야기들을 나눴죠(박근창)” 이번 페스티벌은 ‘러브’의 작업을 끝내놓고 간 상태였기 때문에 앨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하지만 라이브로 공연을 펼치는 이들에게는 ‘바이브의 변화’를 안겨줬다. 게다가 아도이는 ‘커머셜 인디’라는 말을 내세우는 팀이다. 자신들의 색깔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기에 앞으로의 목표는 더욱 견고해졌다. “데뷔하고 5개월 정도는 별 반응이 없다가 지난해 9, 10월을 기점으로 우리에 대한 반응이 확 올라간 것 같아요. 우리가 SNS에서 팔로우를 하신 분들을 ‘맞팔’하고 있는데, 예전에는 하루에 10명 정도 했다면 지금은 50~100명 정도가 됐죠. (웃음) 섭외도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목표가 있다면 밤에 공연을 하는 거예요. 페스티벌에서는 헤드라이너가 밤 시간대 무대에 서잖아요. 헤드라이너가 안 바뀐 지 거의 10년 정도 되지 않았나요? 이제 우리가 더 좋은 분위기인 시간대에 올라 주목을 받고 싶어요. 해외활동으로는 올 가을쯤 동남아시아 투어를 할 것 같아요. 음악에 대한 니즈는 어느 국가든 있으니 우리만 잘 하면 될 것 같아요(오주환)”

[마주보기] ADOY의 청춘, 사랑, 그리고 음악

이소희 기자 승인 2018.06.22 18:40 | 최종 수정 2136.12.15 00:00 의견 0

[뷰어스=이소희 기자] 청춘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아본 사람이 있는가. 사람이든 사물이든 동물이든 사랑을 해보지 않은 자가 있는가. 나만의 테마곡이 되는 일상의 BGM을 틀어본 적이 있는가. 

청춘, 사랑, 그리고 음악. 우리의 삶 자체이기도 한 이것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그 의미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도 그 정답을 모른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청춘, 사랑, 음악은 옳고 그름 자체가 없는 낭만이라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밴드 아도이(ADOY)는 함부로 이것들을 손에 쥐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본인들 스스로 “우리는 청춘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사랑을 물었을 때 잠시 주저하고는 “사랑이 최고”라며 감격한 표정을 짓는다. 이렇게 아도이는 그저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순간을 노래할 뿐이다. 

(사진=이동환 기자)
(사진=이동환 기자)

■ 아도이가 생각하는 사랑의 모습

“이번 우리의 앨범 제목이 ‘러브(Love)’여서 그런지 몰라도 요즘 ‘사랑’이라는 단어가 많이 보이더라고요. 많은 아티스트들이 쓰고, 단어를 강조한 프로젝트들이 많았어요. 그걸 보며 ‘사랑’이 어떤 의미들을 지니고 있는지 생각해봤어요. 흔한 단어이지만, 지금 이렇게 다시 대두된다는 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을 짚어내는 거잖아요(오주환)”

아도이가 최근 발표한 두 번째 미니앨범은 ‘러브’다. 지난 5월 발표한 선공개곡은 젊음을 뜻하는 ‘영(Young)’이다. 앞서 낸 첫 번째 미니앨범 ‘캣닢(CATNIP)’이 청춘에 관한 다양한 단상을 담아냈던 것을 생각하면 흐름은 자연스럽다. 

“‘영’을 정말 좋아해요. 맨 처음 곡을 들었을 때부터 그랬고,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항상 사랑이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이 곡은 로맨틱하기도 하고 가사가 없어도 사랑스러운 거예요.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은 곡이었어요(정다영)”

“‘영’은 작업한 곡 중 가장 빨리 나오기도 했고, 선공개곡으로 잘 어울리는 곡이라고 생각했어요(오주환) ‘영’이 그 때 날씨랑 어울렸던 것 같기도 해요. 사랑스럽고 예쁜 노래에요. 이 곡을 작업할 때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계속 보면서 작업했어요(지)”

지는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의 모습에 대해 “영화 같은 이미지를 좋아하는데, 행복한 순간순간을 그린 장면들이 소중하다. 둘이 밥을 먹는다든지 그런 소소한 것들 말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영’ 뮤직비디오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비일상적인 인물과 함께 일상을 보내며 꿈같은 사랑을 느낀다. 

“사랑에는 형태가 없다고 생각해요.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The Shape of water)’처럼 어느 그릇에 담아도 모양이 맞춰지는 거죠. ‘이것이 사랑이고 저것은 사랑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잖아요. 다영이가 사랑이 최고라고 했는데, 나에게도 최고인 것 같아요. 사랑은 우리에게 필요한 해답이 아닐까 싶어요(오주환)”

오주환(사진=이동환 기자)
오주환(사진=이동환 기자)

■ “이번 앨범은 햇살이 비추는 공원 같은 느낌”

사랑의 찬란한 순간과 헤어짐의 지독한 시기를 각각 담은 수록곡의 순서는 직관적으로 결정했다. 1번 트랙은 타이틀곡 ‘원더(Wonder)’이고, 2번 트랙은 선공개곡 ‘영’이다. 아도이가 처음으로 피처링을 넣은 곡 ‘블랑(Blanc)’은 아도이의 색을 강조하기 위해 3번이 아닌 4번 트랙에 넣었다. 정다영이 부른 실험적인 곡 ‘잇 더즌트 이븐 매터(It Doesn’t even matter)‘은 마지막에 실어 자연스러운 흐름을 유도했다. 

이전 앨범 ‘캣닢’과 차이가 있다면 뉘앙스다. 음악적인 결은 그대로 이어가되 이야기의 풍이 달라졌다. ‘러브’에는 보다 밝은 낭만이 깃들어 있다. 오주환은 “플랫(flat)한 느낌이 있다. 너무 모나지도 않고 들어간 것도 아니고 전체적으로 편안하게 흘러간다”고, 지는 “이전에는 밤의 드라이브가 잘 어울렸다면, 이번 앨범은 햇살이 쨍한 낮 공원의 분위기다”라고 설명했다.

“가장 급하게 나온 건 타이틀곡이에요. 이전 앨범의 타이틀곡 ‘그레이스(Grace)’의 느낌이 있는 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앨범 마지막 작업할 때까지 계속 떠올라서 나중에 ‘곡 하나 더 쓰자’고 한 게 ‘원더’죠.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었는데 ‘원더’가 마지막 퍼즐이 됐어요(지)”

“노래는 빠르게 썼어요. ‘그레이스’도 한 번에 나온 곡이고요. 또 이전 앨범이나 지금 앨범이나 모두 6개 트랙이기도 하고, 각 트랙마다 결이 연결돼 짝 지어지는 곡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듣는 사람도 앨범이 연장선상에 있다고 느끼니까요(오주환)”

정다영(사진=이동환 기자)
정다영(사진=이동환 기자)

반면 아도이가 애를 먹은 트랙도 있었다. 수록곡 ‘블랑’은 구성만 15번을 바꿨다고. 마지막 트랙에서 전면으로 나서 노래를 부른 정다영도 녹음 당시 어려움을 겪었다.

“‘블랑’은 오래 전부터 만들어 놓은 곡인데 잘 안 풀리더라고요. 그래서 앨범에 넣을 염두에 두지도 않았고 버리자고 했어요. 사실 의지로 붙잡고 있던 곡이죠. 그러다가 죠지가 떠올라서 함께 작업을 해보자 했는데 그러니 잘 풀리더라고요(오주환)”

“‘잇 더즌트 이븐 매터’는 우울한 가사에요. 사랑의 아름다운 순간을 담은 ‘영’과 이별과정을 담은 ‘원더’ 등과는 조금 거리가 있죠. 이별 후 힘든 시기를 담은 곡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다영이가 부르기도 했어요. 다영이에게 어두운 바이브가 있거든요(지)”

“난 내 목소리도, 노래하는 것도 좋아해요. 그런데 이번 녹음을 할 때는 자존감이 너무 떨어지는 거예요. 녹음하고 나왔는데 발가벗겨진 기분이고, 내 목소리인데 생소하게 느껴지고... 아쉬움이 남아요(정다영)”

“당시 사용했던 모니터 스피커가 너무 좋고 비싼 거라 솔직하게 나오거든요. 그래서 그런 걸 거예요(오주환)”

아도이(사진=이동환 기자)
아도이(사진=이동환 기자)

■ 오히려 청춘을 지났기에 노래할 수 있는

아도이의 앨범을 논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바로 커버다. 이들은 ‘캣닢’부터 지금까지 총 세 장의 앨범을 아오키지와 함께 작업했다. 앨범에는 인물의 각기 다른 표정이 클로즈업된 채로 담겨 있는데, 이 모습들에는 뭐라 분명히 말할 수 없는 묘한 감정들이 섞여 있다. 

“선공개곡 커버와 앨범 커버를 같은 것으로 할까 싶었는데, ‘영’이 너무 소중한 트랙이라 그것만의 그림을 부탁드렸어요. 아오키지 작가가 작업하면서 노래를 3000번 이상 들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이 분의 특징인지 인물의 표정이 확실하지 않거든요. 대놓고 웃는다거나 화낸다거나 그런 게 없어요. 잘 읽을 수 없는 거죠(지)”

“앨범 커버 후보들을 받고 어떤 표정일지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표정들에 연결되는 흐름은 없고, 그저 작품 그 자체라고 여겨요. 그리고 원래는 ‘영’과 ‘러브’ 커버가 바뀐 상태였거든요. 그렇게 이미 결정이 났는데 작가님이 새벽에 전화를 하셔서 ‘서로 바꾸면 안 되겠냐’고 하셨어요. 그게 더 잘 어울릴 것 같다고요. 작가님은 보랏빛의 (현재) ‘러브’ 커버를 더 사랑하시는 것 같았어요(오주환)”

지(사진=이동환 기자)
지(사진=이동환 기자)

작가 역시 아도이의 노래를 사랑했기에 이토록 공을 들였을 터다. 아도이의 앨범 커버는 단순히 노래들과 어울리는 그림이라기보다, 오주환의 말대로 하나의 작품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각 트랙과 이미지가 만나는 순간 빈 틈 없는 또 하나의 예술이 탄생하는 듯하다. 아도이, 그리고 아도이를 둘러싼 이들이 청춘을 대하는 방식은 이렇게나 조심스럽고도 섬세하다. 

“솔직히 아도이에게 청춘은 지났다고 생각해요(박근창) 사실 진짜 청춘들은 청춘이라는 말을 잘 안 하잖아요? (웃음)(오주환) 다들 청춘인지 모르고 지나가니까요. 그래서 지금 와서 그립기도 해요(정다영)”

“20대 초반의 패기 있게 살아가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워요. 뭐, 그래도 아직 마음은 젊어요. ‘영’에서도 사랑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노래하죠. (웃음)(지)”

“어떻게 보면 음악을 하고 밴드로 활동하고 공연하는 것 자체가 방부제 같아요. 덜 늙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오주환) 마음가짐 자체가 좀 다른 거죠(박근창)”

■ 그리고 여전히 청춘, 사랑, 그리고 음악

이들의 젊음은 음악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아도이는 최근 TGE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영국에 다녀왔다. 페스티벌 무대도 서고 다른 팀의 공연도 보며 색다른 환경을 겪었다. 다같이 술도 마시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웃고 울었다. 좋아하는 가수의 무대를 보고 음악인으로서 자극도 받았다.

“재패니즈 블랙퍼스트의 공연에 오프닝 게스트로 선 적이 있어요. 그러다가 이번에 같이 페스티벌에 참가해 무대를 보니 신기했어요. 우리도 저렇게 되면 좋겠다고 느꼈죠(지)”

“그들도 멤버가 네 명인데 각자가 서로 집중해서, 그리고 어떠한 틀을 정해놓지 않고 연주하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예요. 본인들이 재밌어 하는 거죠. 그런 모습이 확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너무 멋있더라고요(박근창)”

박근창(사진=이동환 기자)
박근창(사진=이동환 기자)

“우리는 이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영국에 간 거잖아요. 반드시 잘해야 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던 게 사실이죠. 공연을 한 번만 하거나 실수를 했으면 안타까웠을 것 같은데 다행이 몇 번 하면서 익숙해져 마지막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어요. 그런데 재패니즈 블랙퍼스트는 유럽투어를 하고 있었고 이번 공연도 그 일환이었거든요. 그 흐름이 이어지다 보니 무대에서 오는 프로페셔널함이 있더라고요. 또 지칠 법도 한데 이렇게 멋진 공연을 보여줬다는 것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어요(오주환)”

“그 후로 남은 공연을 할 때, 무대에 오르기 전 ‘파이팅’ 대신 ‘재패니즈 블랙퍼스트’를 외칠 정도로 인상 깊었어요(지) 그 공연을 본 날 다들 정말 피곤한 날이었거든요. 그런데 한 멤버가 반짝거리는 신발을 신고 딱 나오는데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거예요. ‘5분만 보다가 가자’라고 했는데 결국 끝까지 다 보고 갔어요. 숙소 와서도 아침까지 술을 마시며 이야기들을 나눴죠(박근창)”

이번 페스티벌은 ‘러브’의 작업을 끝내놓고 간 상태였기 때문에 앨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하지만 라이브로 공연을 펼치는 이들에게는 ‘바이브의 변화’를 안겨줬다. 게다가 아도이는 ‘커머셜 인디’라는 말을 내세우는 팀이다. 자신들의 색깔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기에 앞으로의 목표는 더욱 견고해졌다.

“데뷔하고 5개월 정도는 별 반응이 없다가 지난해 9, 10월을 기점으로 우리에 대한 반응이 확 올라간 것 같아요. 우리가 SNS에서 팔로우를 하신 분들을 ‘맞팔’하고 있는데, 예전에는 하루에 10명 정도 했다면 지금은 50~100명 정도가 됐죠. (웃음) 섭외도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목표가 있다면 밤에 공연을 하는 거예요. 페스티벌에서는 헤드라이너가 밤 시간대 무대에 서잖아요. 헤드라이너가 안 바뀐 지 거의 10년 정도 되지 않았나요? 이제 우리가 더 좋은 분위기인 시간대에 올라 주목을 받고 싶어요. 해외활동으로는 올 가을쯤 동남아시아 투어를 할 것 같아요. 음악에 대한 니즈는 어느 국가든 있으니 우리만 잘 하면 될 것 같아요(오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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