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어’에선 아티스트와 기자 사이의 격식을 내려놓고 편안한 대화 분위기를 형성함으로써 진솔한 대화를 나눕니다. 형식은 반말 인터뷰입니다. -편집자주
[뷰어스=한수진 기자] 래퍼 스웨이디가 '만났어'의 다섯 번째 주인공입니다.
스웨이디(Sway D)는 하이라이트 레코즈 소속 래퍼입니다. 음악 프로듀서로 음악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다이나믹듀오, 팔로알토, 스윙스, 오케이션 등의 곡을 작업하기도 했을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죠. 이후 2015년 ‘허리케인’을 발매하며 래퍼로서 정식 데뷔했습니다. 이후 팔로알토와 함께 곡을 작업한 인연으로 하이라이트 레코즈에 들어가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됩니다. 스웨이디는 다소 엉뚱한 매력을 지닌 래퍼입니다. 그의 말을 따르자면 만화 속 주인공이기도 하죠. 직접 로봇 캐릭터를 구현해내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엉뚱한 모습이 그의 전부는 아니죠. 상상력을 받쳐주는 출중한 프로듀싱 실력도 겸비했습니다. 독특하면서 유려한 래핑과 귀에 꽂히는 가사도 매우 인상적입니다. 스웨이디의 독특한 음악 세계에 입수해봤습니다.
스웨이디(사진=뷰어스 DB)
■스웨이디, 독특한 정신세계가 만들어낸 톡톡 튀는 음악
▲본인 소개를 부탁해
“난 재밌는 만화에 살고 있는 주인공 꼬마야”
▲어떤 만화와 비슷한 인생을 살고 있어?
“어떤 만화라고 하기 보단 내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모험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어. 일단 내 삶엔 로봇이 등장하지. 세상의 악한 존재들과 싸우는. 어떤 계기가 돼서 그 로봇과 싸우게 됐어. 세상에는 없는 만화야. 어릴 때부터 상상해왔던 만화이기도 해. 이러한 상상들이 작품(음악)을 통해 나타나는 것 같아”
▲그럼 주로 어떤 상상을 하는 거야?
“상상의 시작은 리얼한 내 인생 스토리야. 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만화 같다고 생각할수록 더 재밌게 표현되는 것 같아서 작품을 만들었던 것 같아”
▲어린이날 발매한 ‘The Story of Hurricane’은 어떤 앨범이야?
“살아가는 과정에서 때로는 슬픈 일도 있었고, 기쁜 일도 있었고, 즐거운 때도 있었고, 고난과 시련이 있기도 했어. 그런 것들을 통해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 긍정적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야. 그러다 보니까 지나온 시간들이 허리케인 같았어. 태풍이 휘몰아친 것 같이 느껴졌어. 음악을 하기 싫었을 때도 있었지만 좋아하는 일이다 보니까 다시 하게 되더라고. 떠올려보니까 내 인생이 태풍 같은 이야기이지 않나 했어. 딱히 앨범에 담고 있는 메시지는 없어.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듣고 엉뚱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냥 내가 본 세상이야”
▲수록곡을 들어보니 직설적이면서도 단편적 생각이 담긴 가사가 주인거 같아
“보통 이야기를 할 때 딱히 많은 비유들이 필요하지 않잖아. 내 이야기가 어떻게 보면 만화라고 생각했을 때 주인공들이 하는 말들은 일상적인 표현들이잖아. 내가 상상한 세계가 어떻게 보면 음악적인 표현으로 포장이 되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게 내가 살았던 현실들이거든. 난 솔직하게 스웨이디이기도 하지만 송석현으로서 편안하게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나 싶어”
▲‘슈퍼 그레이트 허리케인’이라는 수식어를 쓰던데?
“어떠한 계기가 있었어. 내가 부산 출신인데 해운대에서 살았어. 부산에 있는 친한 친구가 있어. 그 친구와 같이 밤에 드라이브를 하다가 어느 순간 허리케인이라는 단어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때가 있어. 그냥 허리케인이라는 걸 그때부터 쓰기 시작했어. 이후에 허리케인이라는 이름으로 첫 싱글이 나왔지. 그때부터 허리케인이라는 말을 하면 할수록 용기가 생겼어. 태풍 같은 일들에 휘말려 살아왔다면 이젠 내가 반대로 휘몰아치는 거지. 허리케인이라고 하면 재앙 중 하나잖아. 굉장히 큰 천재지변이라고 하나. 그런 것에서 내가 반대로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허리케인이 되자는 뜻이야. 긍정의 바람을 이야기하는 거야“
▲동심이 많은 것 같아
“자주 듣는 소리가 ‘어리다’야. 그건 안 고쳐지는 것 같아. 내 성격인 것 같고. 나이가 들수록 취향도 변하고 여러 가지가 바뀌는데 내가 지금 갖고 있는 취향들은 어린 시절 꽂혔던 즐거움들이야. 그런 것들이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으니까 마음속에서 내가 더 자라지 않고 있는 느낌이 들어. 그런 것들이 재밌기도 하고. 그런 시절이 있었던 것 같아. 엄마라는 존재가 나한테 굉장히 크거든. 엄마가 나를 사랑으로 키워줬을 때 그 모습. 그런 시절이 나의 삶의 원동력이기도 하고. 그 시점의 모습이 지금까지 이어온 것이지 않나 싶어”
▲기쁘고 행복을 느꼈던 순간들이 언제야?
“한 가지를 떠올리기엔 어려워. 내가 행복했던 순간은 일단 앨범에 담은 이야기를 봤을 땐 내가 첫 차를 샀을 때야. 어릴 때부터 자가용을 타고 질주를 하는 게 꿈이었어. 하이라이트 레코드 계약하기 전 소속사 형들 피처링도 많이 하고 공연도 같이 했었거든. 그때 공연을 같이 하기 위해서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하는 데 그때 문득 벅차오름이 느껴졌어. 다 가진 것 같은 행복감을 느꼈어. 상상했던 차도 있고 사랑하는 가족도 있고, 또 이 차로 공연까지 하러 가는 구나. 그때 행복한 스웨이디가 만들어졌던 순간인 것 같아”
▲음악을 포기하고 싶었을 때가 있었다고 했는데?
“그런 순간이 가끔 와. 내가 사는 걸 만화 같다고 이야기하잖아. 만화에서 보면 악당 같은 상반된 존재들이 있잖아. 난 현실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적들과 싸워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순간순간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지. 내가 힘드니까. 그런데 그걸 이겨내고 극복하면 다음 챕터로 가는 거야. 그래서 어느 시점이라고 말할 순 없어. 매 순간 그런 순간이 와.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힐 때마다 그런 생각을 자주했던 것 같아. 지금은 즐기고 있어”
▲그 적들은 어떤 걸 뜻하는 거야?
“속상하거나 여러 가지 부정적인 것들이 피부로 와 닿을 때야. 요즘엔 안 그러지만. 그런데 예전에 그런 것들이 큰 스트레스와 같은 괴물로 다가왔어. 악마들이라고 해야 하나? 악마들이 말하는 편안하게 살라는 건 ‘애쓰지 말고 힘든 걸 참으면 안 돼’처럼 달콤한 목소리를 속삭이는 데 결국 현실적으론 달콤하지 않는 결과를 낳잖아. 표면적으로 보이는 유혹들? ‘노력하지 마라’ ‘힘들면 하지 마라’ ‘잠이 오면 자라’ 등 엄마가 하는 말들에 상반된 의미들이 안 좋은 이야기들이지 않나”
▲음악을 만들 때 대중성에 대한 고민은 없어?
“내 음악이 대중적이지 않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 대중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인지도의 문제인 것 같아. 내가 담고 있는 음악의 에너지들이 다른 사람들을 위하는 메시지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 내가 생각할 때 가장 큰 건 내 음악을 듣고 누군가 치유를 받고 용기를 얻는 거야. 또 내 이야기에는 공감을 받을 수 없어도 ‘나도 이런 적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게끔 하는 것도. 긍정적인 기운들이 전해지기 바라면서 앨범을 만들었어. 많은 사람들한테 선물을 주고 싶었어. 내가 받았던 선물처럼 다른 사람들한테 선물해주고 싶었어.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사람들한테 그 선물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러다 보면 언젠가 대중적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해”
▲뮤직비디오에 로봇(윈드카이저)이 나오는데 직접 디자인 한 거라고 들었어
“내가 상상하는 걸 만들고 그리면서 희열을 느껴. 오히려 그걸 하지 못할 때 스트레스를 받지. 어릴 때 상상했었지. 내가 상상하고 디자인한 로봇이 구현되면 좋겠다고. 그걸 앨범을 만들면서 실현한 거지. 여러 가지 하지 못한 상상들이 아직 많아. 그런 것들을 하기 위해 계속 돈을 많이 벌어야겠지?”
▲윈드카이저가 본인을 투영한 캐릭터인거야?
“그렇지. 윈드카이저라는 이름을 지은 이유도 여러 가지 의미를 종합했을 때 나의 에너지를 대변해주지 않나 해”
▲다른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하는 거야?
“나는 표현하고 싶은 음악이 다양해. 그 중 한 가지가 나와 윈드카이저 이야기였어. 시리즈라고 생각하면 편하지 않을까. 다음 뮤직비디오 윈드카이저가 또 등장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
▲힙합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어릴 땐 기타를 쳤어. 그냥 록스타가 되고 싶었어. 그렇게 그냥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에서 출발했다가 스무 살이 되던 시점에서 깊게 빠졌지. 그 전부터 힙합 음악도 즐겨 듣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건 스무살 언저리야. 그 시절에 갑자기 심하게 꽂혔어. 내 성격이 그래. 꽂히면 딥(Deep)하게 들어가”
▲래퍼로서 이루고 싶은 순간은?
“나를 차에 비유하자면 엔진이 계속 움직였으면 좋겠어. 나이가 들면 엔진은 노후가 되잖아. 하지만 그러지 않고 계속 달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 원동력은 음악이었으면 좋겠고. 내 상상력이 식지 않았으면 좋겠어”
▲스웨이디를 한 단어와 비유하자면?
“친구. 힘들면 같이 싸워줄 수 있고 외롭거나 슬플 때 같이 있어줄 수 있는 그런 존재 말이야.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도 친구들 덕분이거든.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어. 어떻게 보면 나 자신을 위해 살긴 하지만 ‘내가 왜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했을 때 외롭지 않았으면 했어. 즐거운 일들이 많으면 좋지 않을까. 그래서 좋은 친구가 됐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