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희 기자] 길거리에만 나가도 최신 곡이 쉴 틈 없이 흘러나오고요, 음악 사이트도 일주일만 지나면 최신 앨범 리스트가 몇 페이지씩이나 됩니다. 이들 중 마음에 훅 들어오는 앨범은 어떻게 발견할까요? 놓친 앨범은 다시 보고, ‘찜’한 앨범은 한 번 더 되새기는 선택형 플레이리스트가 여기 있습니다. -편집자주
2018년 9월 셋째 주(9월 17일 월요일~9월 23일 일요일)의 앨범은 e_so, 웨터, 조준호, 안희수, 파랑망또입니다.
■ e_so 싱글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 | 2018.9.17.
데빌이소마르코(Devil_E_So_Marko)로 활동하던 이소(e_so)가 첫 홀로서기에 나선다. 싱글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는 이소가 2014년 팀 해체 이후 4년 만에 내는 정규 1집 앨범 ‘곳’의 선공개곡이다. 노래는 함께 사랑을 하다가 어느새 나만 홀로 남게 된 상황을 그린다. 이소는 두 개의 마음 중 소리도 없이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 하나의 마음을 바라보는 또 다른 마음을 노래한다.
이소의 소박한 기타리프로 시작하는 노래는 시종일관 덤덤하게 흘러간다. 이소 역시 큰 기복 없이 말하듯 내뱉는 창법을 유지한다. 하지만 가사를 보면 결코 잔잔하지만은 않다. “맞지 않는 퍼즐” “해지고 뜯기고 찢어지고 망가지겠지”와 같은 표현법은 조용함 속 폭풍 같은 슬픔을 대변한다. 이런 ‘진짜’ 마음을 대변하는 건 곡 중반부터 흘러나오는 리얼 스트링 연주. 기타리프가 무기력해진 모습으로 체념한 상태를 담는다면, 스트링 사운드는 그 안에 아직 남아 있는 감정의 고조를 표현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래서 노래는 곱씹을수록 마음 한 편이 아려온다.
■ 웨터 미니 ‘We’ve Lost, What Now?’ | 2018.9.17.
데뷔앨범부터 대중성과 개성을 확보해 주목을 받은 웨터가 두 번째 미니앨범을 냈다. ‘위브 로스트, 왓 나우?(We’ve Lost, What Now?)’는 이전 앨범 ‘로맨스 인 위어드 월드(ROMANCE IN A WEIRD WORLD)’보다 솔직해졌다. 이전 앨범은 다소 콘셉츄얼한 면이 강했다. 웨터라는 밴드가 어떤 시선으로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지를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 그런가 하면 새 앨범은 웨터가 표현하고자 하는 ‘날것의 청춘’을 조금씩 풀어헤쳐 놓는 중임을 잘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아마추어의 티를 벗어가는 모양새다.
두 타이틀곡 ‘웨얼 이즈 마이 에브리씽?(Where is my everything?)’과 ‘헬로 선샤인(Hello Sunshine)’은 서로 다른 분위기를 지닌다. 전자는 웨터 특유의 미니멀한 연주와 그 공백을 채우는 날카롭고 자유로운 소리를 전면으로 내세운다.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을 장식하기에 충분하다. 후자는 대중성과 신선함을 동시에 잘 버무린 곡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뜨거운 햇빛 속으로 달려가는 듯한 경쾌한 멜로디로, 노래를 듣기 편한 록 음악으로 느껴지게 한다. 하지만 이도 잠시, 후렴구와 곡 후반부에서는 여러 소리들이 뒤엉키며 변주를 준다. 평범함 속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리듬을 타는 연주는 웨터의 신선한 매력을 놓치지 않는 부분이다.
■ 조준호 싱글 ‘아프리카로’ | 2018.9.18.
좋아서하는밴드의 조준호가 ‘음악으로 쓰는 기행문’을 내고 있다. 이번 신곡까지 아직 두 개의 곡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조준호가 써 내려가는 기행문에는 마음이 간질거리는 뭉클함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조준호는 지난 발표 곡 ‘말라위 호수의 아침’에서 숙소 관리인 헨리가 요쳥했던 레게음악을 미처 들려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대답을 노래로 내놨다.
이번 곡에서는 아프리카로 가기 위한 여정 속 조준호의 깨달음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아프리카로 가기위해 걸린 시간은 꼬박 4일. 가사 속 반복되는 “가고 또 가고 또 가고 또 가고”는 그가 느낀 거리감을 귀엽고도 실감나게 보여준다. “내가 사는 지구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구나”라는 한 마디는 여러 생각을 부담 없이 재촉한다. 비록 기타는 조준호가 연주하지 않았지만 우쿨렐레를 다루던 그인지라 멜로디 전반에는 특유의 경쾌함이 묻어나는데, 이런 분위기가 조준호만의 색깔을 풍기는 데 큰 역할을 한다.
■ 안희수 싱글 ‘연기자’ | 2018.9.19.
‘편안한 목소리’라는 개성을 좀 더 세분화한다면 안희수는 마음에 어느새 스며들어 울컥하게 만드는 쪽에 가깝다. 위로를 건네야 하는 압박감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싱글 ‘연기자’ 또한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읊어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차오르게 만든다. 매일매일을 연기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버틴다”고 표현하는 가사는 모두의 공감을 산다.
다만 이전 곡들과 차이가 있다면 좀 더 부드러워졌다는 것. 그 이유는 기타가 아닌 피아노 연주가 중심인 반주로 삼았기 때문으로 비춰진다. 이전 곡들은 포크 성향이 짙은 기타소리와 어우러져 우직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큰 나무 같은 결을 지녔다. 반면 ‘연기자’는 초반부터 미끄러지듯 연주되는 피아노 소리로 시작한다. 이에 노래는 또 다른 느낌의 부드러운 위로를 선사한다. 자칫하면 평범한 발라드 장르로 여겨질 수 있는 위험도 있지만, 꾹꾹 감정을 눌러담는 안희수의 목소리가 그 중심을 잡는다.
■ 파랑망또 싱글 ‘잘 알지도 못하면서’ | 2018.9.19.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직설적이다. 파랑망또는 함부로 남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그 무심한 말들에 상처 입어 눈물을 흘리는 나의 모습을 고스란히 표현한다. “사람들이 무서워요”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왜 대부분의 사람들은/남의 불행을 자신의 행복으로 만들죠”와 같은 가사는 거칠기까지 하다.
하지만 “왜 이렇게 돼 버린 걸까요”라는 말로 귀결되는 이 곡은 결국 슬프고 처절하다. 피아노 한 대와 파랑망또의 목소리만으로 구성된 노래는 지금껏 참아왔던 마음을 조용히, 하지만 핵심만을 건드리며 터뜨린다. 특히 “그때 그 시간 그대는 뭘 하고 있었나요” 등 부분에서 들릴락 말락 한 목소리로 마무리 짓는 창법이 인상적이다. 이렇게 소리의 여백을 주는 방식은 리스너들이 노래를 들으며 떠오른 복잡한 생각을 가만히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