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FNC엔터테인먼트)
[뷰어스=손예지 기자] 배우 곽동연이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니체의 말’이다.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을 정리한 이 책은 21세기를 살고 있는 청년 곽동연에게 어떤 깨달음을 줬을까.
“예전에는 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요즘은 생각할 거리를 주는 글을 읽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시집이나 에세이도 자주 읽습니다”
그러면서 곽동연은 자신이 출연한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이하 강남미인)’ 역시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드라마였다고 평했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드라마화한 ‘강남미인’은 성형수술로 미인이 된 스무살 강미래(임수향)의 이야기를 통해 외모지상주의를 꼬집고 ‘외면보다 내면의 가치를 중요히 여기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외모지상주의는 오래 전부터 이어진 잘못된 관념 중 하나입니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외면의 아름다움도, 그것을 원하는 정도도 다 다르잖아요. 이렇게 개인적인 영역을 타인이 아무렇지 않게 휘두르는 분위기 자체가 잘못된 거죠”
그런 의미에서 외모지상주의라는 우리사회 병폐를 수면 위로 끄집어 올린 ‘강남미인’은 대중문화예술로서의 역할을 한 것이라고 했다. 그 작업에 참여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물론 스스로 깨달은 점도 있다.
“‘강남미인’을 촬영하면서 우리 사회에 굉장히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어요. 또 나와 다른 타인을 만나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받게 되는지, 이런 상호작용적인 관계가 스무살 어린 나이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알게 됐죠”
(사진=FNC엔터테인먼트)
그렇다면 2년 전, 실제 곽동연의 스무살은 어땠을까. ‘격동의 시기’라고 표현했다. “굳게 믿고 있던 관념이나 상념이 무참히 깨지는 순간도 있었고, 스스로 ‘이건 정말 아니다’라고 생각한 모습을 닮아가는 때도 있었다”는 것.
스물두 살이 된 곽동연은 어른스럽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우선 중저음의 목소리가 또래와 비교했을 때 성숙한 느낌을 주는 데다, 사람 자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의 깊이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주위에 친하게 지내는 분들이 대개 연상이에요. KBS ‘드라마 스페셜-사춘기 메들리’로 알게 된 윤박 형과 형의 대학 동기들과 자주 어울리거든요. 나와는 나이 차이가 10살이죠. 함께 대화하면 형들만이 갖고 있는 지혜를 공짜로 얻을 수 있어요. 연기 외적으로 살면서도 도움이 되고요. 형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내 성장의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 맡아온 캐릭터도 곽동연보다 연상인 작품이 많았다. ‘강남미인’의 연우영만 봐도 대학 조교라는 설정으로 드라마 캐릭터 중 연장자에 속했다.
“캐릭터보다 내가 산 길이가 짧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부족함을 느낄까봐 우려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인물의 특성, 인물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에요. 우영이의 경우, 캐릭터가 추구하는 삶의 태도가 확실히 제시되어 있어서 준비하는 과정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곽동연은 캐릭터를 준비할 때 ‘인물 성격 구축표’라는 걸 작성한다. 그의 연기 선생님인 배우 이용직이 가르쳐준 방법이란다. 대본을 토대로 캐릭터의 내면과 외면을 유추하는 식이다. 그런가 하면 매일같이 연기일지라는 것도 쓴다.
“연기일지는 연습생 때부터 해오던 습관이에요. 촬영한 당일에도 적고 방송을 모니터한 뒤에도 적죠. 지금 13~4권 정도 쌓였어요. 실전(촬영)에서는 대본을 볼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않으니까 그 전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갖고 다지는 작업을 거치는 겁니다”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예를 들면 우영이 ‘강남미인’에 처음 등장한 2회의 화학실험 장면. 주인공 미래와 도경석(차은우)의 관계가 중요한 신이라 우영은 대사를 자연스럽게 치도록 주문받았다. “그런데 막상 TV를 보니 너무 후루룩 넘어간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이런 것처럼 아쉽거나 후회하는 내용들을 일지에 적습니다”
이렇게 수년째 공부하듯 연기에 임하고 있는 곽동연이다. 그 노력이 서서히 빛을 발하는 모양새다. ‘강남미인’을 촬영하며 연기의 ‘감’이라는 것을 체감했단다.
“‘강남미인’을 촬영하기 전에 연극에도 출연했었고, 그래서인지 그동안 몰랐던 감이라는 게 조금 생긴 것 같아요. 감이 뭔지는… 정확히 말로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아요(웃음) ‘강남미인’에 100% 녹여내진 못했지만 어느 정도는 적용한 것 같습니다. 절반의 성공이에요. 하하”
곽동연에게 연기의 ‘감’을 처음 알려준 작품은 지난해 출연한 연극 ‘엘리펀트 송’이다. 그는 극 중 정신과 치료를 받는 소년 마이클 알린 역을 맡아 열연했다.
“공연은 드라마 연기와 확실히 달라요. 전달되는 방식부터 다르죠. 무대에서는 TV나 영화에서 화면이 전환되는 것과 같은 효과의 도움을 받을 수 없잖아요.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과 인사하는 것에서도 느끼는 바가 많았고요. 하루는 한 관객이 ‘오늘 마이클이 너무 외롭고 추워보였다’는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날 나도 연기하면서 느꼈었거든요. 그날의 내 감정을 관객이 같이 느꼈다고 하니까 너무 신기하고 고마웠던 것 같아요”
곽동연은 무대 연기에 대해 “기회가 되면 꼭 다시하고 싶은 장르”라고 애정을 보였다. 그러나 연극은 준비 기간을 포함, 4~5개월 정도를 할애해야 하므로 드라마 촬영과는 병행하기 힘들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기회가 닿는다면 ‘엘리펀트 송’에 다시 출연하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이에 TV와 스크린, 무대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할 배우 곽동연의 미래가 기대됐다.
“내 꿈은 아직도 ‘좋은 사람, 좋은 배우’가 되는 겁니다. ‘좋다’는 것의 정의요? 음… 막연해서 꿈인 것 같아요. 하하. 그래서 아직은 나 스스로 좋은 사람 혹은 배우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아요. 대신 어느 순간 예전의 나보다 덜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이 보일 때가 있어요. 반면 ‘역시 아직은 너무 부족하다’는 지점도 많고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부지런히 발전하고 성장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