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OCN '플레이어'를 마친 배우 이시언(사진=비에스컴퍼니)
[뷰어스=손예지 기자] “최고가 되어야만 인생은 아니잖아요”
배우 이시언의 말이다. 그는 지난달 OCN 토일드라마 ‘플레이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사기꾼과 드라이버·해커·파이터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검은 돈을 회수하는 내용의 ‘플레이어’는 통쾌한 전개와 유쾌한 감각으로 최고 시청률 5.8%까지 기록했다.
그 중에서 이시언은 천재 해커 임병민 역을 맡았다. 능청스러운 모습부터 감정 연기까지 폭넓게 소화하며 열연했다. 이런 가운데 포털사이트에 ‘플레이어 이시언’을 검색하면 ‘주연’이라는 소갯말이 뜬다. 이시언은 그간 연기인지 실제인지 헷갈릴 만큼 리얼한 연기를 선보이며 ‘신 스틸러’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그가 이른바 ‘떼주물’에서 중요한 한 자리를 차지해 작품 흥행에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이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이시언 원톱 주연의 작품을 만날 날도 오지 않을까? 이렇게 묻자 이시언은 손을 내저었다.
“물론 예전에는 (주연에 대한) 욕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만 쫓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꼭 최고가 되어야만, 매일이 즐거워야만 인생이 아니잖아요. 지금은 마음을 내려놓았어요”
이시언은 역할의 크기나 비중과 상관없이 주어지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플레이어’는 제안받기에 앞서 본인이 먼저 출연 의사를 밝힌 작품이다. ‘플레이어’가 처음 기획된 2년 전, 작품의 내용을 접한 이시언은 서로 다른 네 캐릭터가 한 팀이 돼 만들어나가는 이야기에 크게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마치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 같았다며 “배우로서 꼭 참여하고 싶은 작업이었다”고 강조했다.
“초반에는 캐릭터의 톤을 잡기가 힘들었어요. 실제로 ‘나 혼자 산다’에서의 나와 겹친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고민이었죠. 한편으로 보통 해커라고 하면 안경을 쓴 오타쿠를 떠올리잖아요. 나는 그런 정형화된 이미지를 피하고 싶었어요. 이런 점들을 고재현 PD님과 대화하며 잡아갔죠. 그런가 하면 극이 후반부로 갈수록 병민으로서 감정 연기를 펼칠 수 있는 장면도 나와서 좋았습니다”
(사진=비에스컴퍼니)
‘플레이어’는 종영 직후 시즌2를 바라는 애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이에 대해 이시언은 “안 그래도 (송)승헌이 형이 해외에서 시즌2를 찍었으면 좋겠다던 인터뷰를 봤다”며 “나도 찬성”이라고 웃음 지었다. 그는 작품 활동을 군 입대에 비유하며 “군대에서는 내가 지내는 부대가 편한 것보다 내 옆에서 누가 자는지가 더 중요하다. 작품도 마찬가지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플레이어’는 모든 배우와 제작진이 착하고 좋은 분들이었기에 또 다시 작업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특히 강하리 역의 송승헌을 필두로 정수정(차아령 역) 태원석(도진웅 역)과의 돈독한 친분을 자랑했다.
“‘플레이어’ 촬영 전에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어요. 대본 리딩 때 처음 봤죠. 그땐 걱정도 했어요. 사춘기 시절 TV에서 보고 자란 대선배가 있고 왠지 조심스러운 아이돌 출신의 배우가 있고, 또 신인 친구가 있다 보니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생각이 많았던 것 같아요. 승헌 형이 맏형으로서 큰 역할을 하셨어요. 촬영 끝나면 다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하시고요. 보통은 배우들 각자 식사하거든요. 그렇게 지내다 보니 서로가 편해지는 때가 오더라고요.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요. 어느 순간 내가 승헌이 형 장난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주고 있더라니까요”
이로써 이시언은 ‘플레이어’에 앞서 출연한 tvN ‘라이브’까지 올해 참여한 작품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성적과 별개로 이시언에게 갖는 의미도 남다르단다. 특히 노희경 작가·김규태 PD와 함께 작업할 수 있었던 ‘라이브’는 그 자체만으로 영광스러운 기회였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극 중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가장 강남일 역으로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웃음기를 쫙 빼고 실제로 우리 주위에 존재할 법한 아버지 혹은 남편의 상(狀)을 그려냈다.
“사실 비중이 많은 캐릭터는 아니라 내가 나온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어요(웃음) 하지만 나는 강남일을 좋아해요. 연기하는 동안 행복했거든요. 물론 자식이 세 명이나 있는 가장 역할은 처음이라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심하기도 했는데요. 그래서 대본에 철저히 의지했어요.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았죠. 노희경 작가님을 100% 믿었어요”
이시언이 ‘라이브’에 캐스팅된 데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이시언이 전하기를, 노희경 작가는 이시언의 연기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MBC ‘나 혼자 산다’에서 멍 때리며 TV 보는 이시언을 발견했단다. 그 순간 노희경 작가는 ‘강남일과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고 출연을 제안했다. 이시언은 “처음에 ‘역할이 작은데 이해해줄 수 있겠냐’고 물으셨다”며 “나는 너무 영광이라고 답했다. 작가님이나 김규태 PD님과의 작업이라면 한 장면만 있어도 출연하겠다고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사진=비에스컴퍼니)
“‘나 혼자 산다’ 덕분에 가능했던 캐스팅이죠. 실제로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내가 많이 알려진 것도 사실이고요. 촬영하면서도 힐링을 받아요. 드라마 촬영으로 피로가 쌓여도 ‘나 혼자 산다’ 스튜디오에 가면 웃음이 나와요.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이죠. 그래서 ‘나 혼자 산다’ 멤버들이 다른 예능에 나가면 좀 섭섭할 때도 있어요(웃음) 멤버들이 드라마 모니터링도 잘해줘요. 바빠서 못 챙겨볼 법도 한데 꼭 한두편은 보고 연락해줘요. ‘플레이어’를 보고서는 ‘고생 많겠다’ ‘잘하고 있다’면서 좋은 말들을 많이 해줬죠. 앞으로도 ‘나 혼자 산다’가 나를 필요로 하는 한 계속 출연하고 싶어요. 그게 내가 의리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 혼자 산다’는 자취 중인 싱글 연예인들의 일상생활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이다. 짝이 생기면 더는 출연할 수 없는 게 원칙이다. 이런 가운데 이시언의 나이 올해 37세. 현재 배우 서지승과 공개 연애 중인 터라 결혼 계획이 궁금해졌다.
“아직은 두려워요. 배우라는 직업이 그렇잖아요. 나 혼자 먹고 살기에는 충분한데 미래의 부인·아기까지 책임질 수 있을지 걱정이 들죠. 그때에도 내가 지금처럼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요. 특히나 요즘 이사를 준비하면서 눈앞에 현실이 닥치니까 걱정이 많아져요”
앞서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주택 청약에 당첨된 사실을 공개한 바 있는 이시언이다. 이달 중 드디어 새 보금자리로 이동한다는 설명이다. “갑자기 큰 집으로 가려니 좋기도 하지만 부담도 된다”던 그는 “아마 ‘나 혼자 산다’에서도 공개될 텐데 방송 이후에 이웃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까 염려스러운 것도 있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이사를 앞두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확실한 것은 이로 하여금 그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는 것이다.
“지금 내 연기 인생의 원동력은 아파트 대출금이에요. 이게 현실이에요. 대출금 갚으려면 열심히 해서 다른 작품에 또 캐스팅되도록 해야죠. 또 다른 목표가 생겨서 좋습니다. 굉장히 좋은 자극제가 되고 있어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