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희 기자] #63. 금주의 가수는 홍크(HONK)입니다.
(사진=오름엔터테인먼트 제공)
■ ‘홍크’를 만나기 100m 전
이름: 홍크
데뷔: 2016년 2월 미니 ‘유 드링크 아이 홍크(You Drink I Honk)’
대표곡: 정규 ‘모노산달로스(MONOSANDALOS)’ 타이틀곡 ‘이아손(IASON)’
디스코그래피 요약: 미니 ‘자존(JA-zone)’(2016), 미니 ‘데모(demo)’(2017), 정규 ‘모노산달로스’(2018)
특이점: ▲‘장범준 1집’ 참여, ▲미술 전공자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아디다스 플래그쉽 스토어 음악으로 사용돼 베를린, 홍콩, 런던, 멕시코시티, 밀라노, 파리, 서울, 상하이, 도쿄까지 세계 9개의 도시에서 플레이 이력
해시태그: #그림과 음악 #우울의 아름다움 #연주에 녹아든 보컬
(사진='이아손' 뮤직비디오 캡처)
■ 미리 보는 비디오
홍크가 최근 발매한 정규 1집 앨범 ‘모노산달로스’ 타이틀곡 ‘이아손’ 뮤직비디오다. 푸르른 자연과 눈부신 빛, 반짝이는 물결 사이 편안해 보이는 홍크. 그리고 빈티지한 색감에 어지럽게 흔들리는 화면 속 고개를 끄덕이는 홍크. 이 영상에서는 홍크가 지닌 양면성을 모두 엿볼 수 있다.
호텔 수선화에서 단독 공연을 가진 홍크(사진=오름엔터테인먼트 제공)
■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것처럼
홍크의 노래를 들으면 헷갈린다. 이 가수는 우울한 감정을 노래한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우울과 기쁨의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간다고 해야 할까.
그의 음악은 스쳐지나갈 수 없는 가사에 상대적으로 밝고 나른하며 물 흐르듯 흘러가는 소리의 조화를 이룬다. 염세주의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다지 좋지만은 않은 현실을 담아내는데 그 멜로디는 또 마냥 어두운 게 아니다. 뒤틀리거나 균열된 소리의 질감 같은 포인트마저도 싸늘하게 들려오지 않는다.
홍크는 아이콘TV와 한 인터뷰에서 “항상 우울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기쁨은 순간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한 말은 부정적인 감정은 기쁨보다 더 철석같이, 사실은 항상 우리의 곁에 머무르고 있음을 인정하는 말로 들린다. 이를 받아들인 홍크는 고통스럽고 불안정한 자신을 폭발시키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며 우울과 함께 살아간다. 마치 빛과 어둠이 공존해야 그 존재를 인식할 수 있듯.
홍크는 우울하고 어두운 감정 자체를 아름답게 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부정적이라고 생각되는 마음에서 애써 희망이나 밝은 면을 찾으려 하지도 않는다. 있는 그대로 존재 자체의 가치를 좇는다. 이런 홍크의 태도는 오히려 미학적이다. 그러니 홍크의 음악이 괴기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편안하게 들리고, 깊은 구렁텅이 속 반짝임을 발견한 것 같은 감상을 주는 것도 이상할 일이 아니다. 실제로 음악 장르 또한 포크, 슈게이징, 록, 재즈 등 다양한 경계를 넘나든다.
현재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는 홍크는 오는 18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성동구 갤러리 9P에서 전시 ‘메모리 프린트’를 연다. 이 자리에서 홍크의 또 다른 표현법을 맛본다면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다’는 그의 태도를 본 따 새로운 새해 다짐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사진=오름엔터테인먼트 제공)
■ 드디어 만났다, 홍크
(이하 인터뷰는 반말로 재구성됐습니다)
▲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만드는 홍크, 멋지다. 둘 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인 거잖아. 어떤 결과물이든 홍크라는 사람을 드러낼 테지만 그 표현법을 택하는 기준 같은 게 있어?
“매체의 큰 차이는 없다고 느껴. 작업의 프로세스도 거의 동일하고. 굳이 나누자면 자전적인 이야기는 음악으로, 만든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업은 그림으로 자주 하는 편이야. 간혹 동일한 내용으로 그림 작업과 음악 작업을 동시에 하는 경우도 있긴 해. 그런데 그 이야기에 배경이나 오브제들이 배치됐을 때 일반적이고 뻔한 장면이라면 그림으로는 표현하지 않고 있어”
▲ 예전이나 지금이나 ‘불안’을 노래하는 가수들은 많아.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 중 하나니까. 다만 사람에 따라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지는 다르잖아. 홍크는 어떤 식으로 말하고 있어?
“내가 느낀 감정을 자주 열어보고 그에 집중하는 게 나다운 가사를 쓰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가사를 쓸 때 너무 일반적으로 사용돼서 그 의미가 얕아지는 표현이나 직접적이라 부담이 되는 말은 잘 사용하지 않고. 여러 가지 그림으로 상상해볼 수 있는 동시에 나중에 봐도 은은하게 읽힐 수 있게 쓰려고 해. 가사를 정리할 때 라임이나 어감을 맞추려고 하고. 요새는 습관처럼 처음 가사를 쓸 때부터 자연스럽게 맞춰지는 것 같아. 보컬 멜로디로는 주인공이 되지 않고 연주에 녹아있는 느낌을 좋아해서 플랫하게 짜는 것도 있고”
(사진=오름엔터테인먼트 제공)
▲ 화법이 섬세한 편이네. 전반적인 멜로디 또한 센 느낌이 아니고. 그런데 가사와 멜로디가 다른 분위기인 게 독특한 것 같아. 가사는 우울하고 고통 받고 있는데 멜로디는 상대적으로 밝은 느낌. 이런 괴리는 의도한 거야?
“우울한 감정이 머리를 채울 때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냉정해지려 애쓰는 경우가 많아. 보통 그런 순간에 작업을 하는데 써 놓은 가사의 배경을 여러 갈래로 상상해보는 식이지. 트랙이 밝을수록 가사와 대비되면서 더 효과적으로 연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작업을 많이 하는 것도 있어. 다만 기본적으로 우울하고 어지러운 마음들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고 생각해. 다른 장르들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아지면 좀 더 다양한 방향으로도 풀 수 있지 않을까”
▲ ‘모노산달로스’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 중 한 명인 이아손에서 영감을 받았잖아. 단순히 작품을 차용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투영시켜서 생각을 확장하고 그 내용들을 담은 듯해. 이런 것처럼 최근 인상 깊게 본 작품이나 떠오른 생각들을 듣고 싶어.
“집 앞 담배 피는 곳에 이사하신 분들이 헌 가구를 버리거든. 그곳에 쌓여 있는 가구들을 찍는 게 취미가 됐어. 아직 제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버려져서 뭉쳐진 하나의 그림으로 보이는 게 안쓰러우면서도 어떠한 생동감으로 다가오는 게 흥미롭더라고. 뒤틀리고 엉켜 있는 생각처럼 직면하기 괴로우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지지. 또 최근에 어쩌다가 트롤 인형의 모습을 처음 봤는데 그로테스크하지만 계속 눈을 바라보게 되는 매력을 느꼈어”
▲ 머리부터 시작해 주름부터 눈까지, 트롤 인형에는 참 재미있는 매력들이 있지. 이렇게 새로운 생각들을 하게 된 데에는 2018년에 만난 다양한 경험들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 소속사 오름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가고 정규앨범도 냈고 콘서트도 했지. 많은 것들을 이룬 편인데 올해는 어떤 해가 됐으면 좋겠어?
“2018년도는 새로운 환경에서 정신없이 보낸 해인 것 같아. 감사하게도 여러 사람들과 만나면서 전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었고. 여러 가지 일들이 겹치는 바람에 예전보다 많은 앨범을 못 내긴 했는데, 2019년에는 더 자주 앨범을 발매할 수 있었으면 해. 음악적인 부분에서 내가 가진 습관을 유지한 채 더 다양한 표현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어”